음악예능이 흥행보증수표가 된 요즘, 한편으로는 ‘성공’의 의미는 달라졌다. 시청률을 잡아야 하는 한계 속에서도 의미 있는 알맹이를 남긴 프로그램들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SBS ‘더 팬’과 JTBC ‘너의 노래는’처럼 은은한 여운을 남긴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두 프로그램은 소비되는 음악을 제시하지 않았다.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진정한 가치를 포용했다. 그 의미 있는 발자국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사진=JTBC)   [뷰어스=손예지 기자] 언제부터 음악이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 됐을까. 요즘 TV를 보며 던지게 되는 질문 중 하나다. 근 몇 년간 예능이 음악을 소재로 다루는 방식이 틀에 갇혀버린 모양새다. 죄다 서바이벌 아니면 경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포맷에서 음악은 그 자체로 즐기는 예술이 아니라 누군가를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 JTBC 4부작 음악예능 ‘너의 노래는’이 음악 팬들에게 한줄기 단비 같은 예능으로 여겨지는 배경이다. ‘너의 노래는’은 시대를 초월해 사랑을 받았던 노래의 탄생과 뒷이야기를 작곡가 겸 음악감독 정재일의 시선에 따라 재조명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중학교 2학년, 장선우 감독의 ‘나쁜영화’ 음악 작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한 정재일은 이른바 ‘천재 뮤지션’으로 평가받는다. 수많은 영화·뮤지컬 음악을 만들고 여러 가수와 협업했으며, 정재일 이름 석자를 내건 음반도 무려 17개나 발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대중친화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정재일이다. 그런 그가 대중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예능에, 그것도 프로그램을 이끄는 역할로서 출연했다는 것만으로 ‘너의 노래는’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사진=JTBC)   ‘너의 노래는’ 1회에서 정재일은 군대 선후임으로 만나 절친한 동료 사이로 발전한 박효신과의 일상을 공개했다. 각 분야에서 천재로 통하는 두 사람이지만 특별할 것 없는 방식으로 음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곡을 썼다. 무엇보다 이들은 음악 차트의 순위나 경연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두고 곡을 만들지 않았다. 정재일의 말을 빌리자면 “그냥 만드는” 과정을 거칠 뿐이다. 이렇게 완성된 음악이 박효신의 ‘숨’ ‘홈(Home)’ ‘야생화’ ‘겨울소리’란다. 이 노래들은 발매 후 청중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이는 음악 자체에 목적을 둔 창작이 곡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는 것을 분명히 증명한다. 이 같은 명제가 ‘너의 노래는’을 이끄는 힘이다. ‘너의 노래는’은 누구와 싸울 생각 없이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정재일과 같은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정재일은 철저히 자신의 주관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한다. 정재일의 아주 사적인 감상은 오히려 그렇기에 진정성 있게 와 닿는다. 여기에 임진모 평론가와 같은 전문가가 곡에 대한 정보를 보태며 객관적인 사실의 전달에도 힘쓴다. 이렇게 균형을 맞춰 시청자들에게 콕 집은 음악 하나를 소개한 뒤에는 게스트를 초대해 재해석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너의 노래는’은 회마다 두 명의 손님을 섭외해 정재일과 협업 무대를 꾸미게 한다. 그러나 이들 간의 경쟁 구도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타의 음악 예능과 차별화된다. 그저 각각의 매력을 가진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추억 속 노래를 불러낼 뿐이다. 요란한 편곡이나 화려한 악기 세션도 없다. 배경에는 오직 정재일의 반주가 흐른다. 가수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의지해 음악에 심취하고 시청자는 잘하고 못하는 이를 가릴 필요 없이 이 장면을 온전히 즐기기만 하면 된다. 현재까지 ‘너의 노래는’에서는 이적이 ‘작은 연못’(원곡자 김민기)을 재해석하고 아이유가 ‘개여울’(원곡자 정미조)을 다시 불렀다. 그런가 하면 지난 3회에서는 배우 김고은이 출연해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원곡자 패티김)을 새롭게 해석해 감탄을 자아냈다. 또 정훈희가 ‘세월이 가면’(원곡자 박인희)을 부르며 깊이 있는 울림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정훈희는 노래를 마친 뒤 눈물을 보였고, 그야말로 음악에 흠뻑 빠진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동도 더해졌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너의 노래는’ 제작진 일부는 앞서 ‘비긴어게인’ 시리즈를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비긴어게인’ 역시 한국의 가수들이 해외에서 거리 공연을 하며 현지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담백하게 담아내며 마니아 시청자를 확보한 바, 이처럼 피로감 없이 시청할 수 있는 JTBC표 음악예능이 앞으로도 더욱 기대된다.

[음악예능의 가치발굴] ② 음악 그 자체를 즐기는 법… ‘너의 노래는’

손예지 기자 승인 2019.02.12 10:30 | 최종 수정 2138.03.26 00:00 의견 0

음악예능이 흥행보증수표가 된 요즘, 한편으로는 ‘성공’의 의미는 달라졌다. 시청률을 잡아야 하는 한계 속에서도 의미 있는 알맹이를 남긴 프로그램들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SBS ‘더 팬’과 JTBC ‘너의 노래는’처럼 은은한 여운을 남긴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두 프로그램은 소비되는 음악을 제시하지 않았다.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진정한 가치를 포용했다. 그 의미 있는 발자국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사진=JTBC)
(사진=JTBC)

 

[뷰어스=손예지 기자] 언제부터 음악이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 됐을까. 요즘 TV를 보며 던지게 되는 질문 중 하나다. 근 몇 년간 예능이 음악을 소재로 다루는 방식이 틀에 갇혀버린 모양새다. 죄다 서바이벌 아니면 경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포맷에서 음악은 그 자체로 즐기는 예술이 아니라 누군가를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

JTBC 4부작 음악예능 ‘너의 노래는’이 음악 팬들에게 한줄기 단비 같은 예능으로 여겨지는 배경이다. ‘너의 노래는’은 시대를 초월해 사랑을 받았던 노래의 탄생과 뒷이야기를 작곡가 겸 음악감독 정재일의 시선에 따라 재조명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중학교 2학년, 장선우 감독의 ‘나쁜영화’ 음악 작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한 정재일은 이른바 ‘천재 뮤지션’으로 평가받는다. 수많은 영화·뮤지컬 음악을 만들고 여러 가수와 협업했으며, 정재일 이름 석자를 내건 음반도 무려 17개나 발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대중친화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정재일이다. 그런 그가 대중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예능에, 그것도 프로그램을 이끄는 역할로서 출연했다는 것만으로 ‘너의 노래는’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사진=JTBC)
(사진=JTBC)

 

‘너의 노래는’ 1회에서 정재일은 군대 선후임으로 만나 절친한 동료 사이로 발전한 박효신과의 일상을 공개했다. 각 분야에서 천재로 통하는 두 사람이지만 특별할 것 없는 방식으로 음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곡을 썼다. 무엇보다 이들은 음악 차트의 순위나 경연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두고 곡을 만들지 않았다. 정재일의 말을 빌리자면 “그냥 만드는” 과정을 거칠 뿐이다. 이렇게 완성된 음악이 박효신의 ‘숨’ ‘홈(Home)’ ‘야생화’ ‘겨울소리’란다. 이 노래들은 발매 후 청중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이는 음악 자체에 목적을 둔 창작이 곡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는 것을 분명히 증명한다.

이 같은 명제가 ‘너의 노래는’을 이끄는 힘이다. ‘너의 노래는’은 누구와 싸울 생각 없이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정재일과 같은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정재일은 철저히 자신의 주관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한다. 정재일의 아주 사적인 감상은 오히려 그렇기에 진정성 있게 와 닿는다. 여기에 임진모 평론가와 같은 전문가가 곡에 대한 정보를 보태며 객관적인 사실의 전달에도 힘쓴다. 이렇게 균형을 맞춰 시청자들에게 콕 집은 음악 하나를 소개한 뒤에는 게스트를 초대해 재해석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너의 노래는’은 회마다 두 명의 손님을 섭외해 정재일과 협업 무대를 꾸미게 한다. 그러나 이들 간의 경쟁 구도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타의 음악 예능과 차별화된다. 그저 각각의 매력을 가진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추억 속 노래를 불러낼 뿐이다. 요란한 편곡이나 화려한 악기 세션도 없다. 배경에는 오직 정재일의 반주가 흐른다. 가수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의지해 음악에 심취하고 시청자는 잘하고 못하는 이를 가릴 필요 없이 이 장면을 온전히 즐기기만 하면 된다.

현재까지 ‘너의 노래는’에서는 이적이 ‘작은 연못’(원곡자 김민기)을 재해석하고 아이유가 ‘개여울’(원곡자 정미조)을 다시 불렀다. 그런가 하면 지난 3회에서는 배우 김고은이 출연해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원곡자 패티김)을 새롭게 해석해 감탄을 자아냈다. 또 정훈희가 ‘세월이 가면’(원곡자 박인희)을 부르며 깊이 있는 울림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정훈희는 노래를 마친 뒤 눈물을 보였고, 그야말로 음악에 흠뻑 빠진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동도 더해졌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너의 노래는’ 제작진 일부는 앞서 ‘비긴어게인’ 시리즈를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비긴어게인’ 역시 한국의 가수들이 해외에서 거리 공연을 하며 현지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담백하게 담아내며 마니아 시청자를 확보한 바, 이처럼 피로감 없이 시청할 수 있는 JTBC표 음악예능이 앞으로도 더욱 기대된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