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문다영 기자] 러시아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 오는 전래 동화 중에는 숲 속에 살며 사람을 잡아먹는 마녀 바바 야가의 이야기가 있다. 이 마녀 바바 야가의 집에는 닭다리가 달려 있어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다. 전설 속 바바 야가는 사후세계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다. 기껏 남의 나라 동화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마녀가 무슨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할머니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던 소피 앤더슨은 '닭다리가 달린 집'을 통해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운명이란 있는 것인지, 가혹한 현실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전하려 노력한다.
12살 마링카는 죽은 사람들을 사후세계로 인도하는 바바 할머니의 뒤를 이을 차기 수호자다. 죽은 사람들만 만나야 하는 현실은 불만이지만 닭다리가 달려 어디든 갈 수 있는 이 집은 마법을 부려 마링카를 위해 신기한 것들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재미있는 놀이를 하며 함께 놀아주기도 한다.
(사진=B612)
그러나 마링카에게는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음악, 근사한 이야기가 차고 넘치는 이 집마저 죽음에 관한 기억으로 가득하다는 것에 불만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결국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 마링카는 위험하고 아찔한 모험을 시작한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운명. 하지만 소중한 것을 잃고 모험을 하는 과정에서 마링카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세계로 눈을 돌리며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것을 다짐한다.
작가는 마링카가 펼치는 모험을 통해 삶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되짚어보게 한다. 죽음을 여행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저자의 독창성이 돋보인다. 소피 앤더슨 지음 | B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