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방송화면)
[뷰어스=손예지 기자] ‘왕이 된 남자’ 태평성대를 이룬 여진구와 이세영이 손을 맞잡고 같은 길을 걸었다.
4일 방송된 tvN ‘왕이 된 남자’(연출 김희원, 극본 김선덕) 최종회는 도승지 이규(김상경)의 죽음으로 시작됐다. 이에 하선(여진구)은 궁궐을 포위한 대비(장영남) 신치수(권해효)와 거래해 이규의 시신을 벗들의 품으로 보내줬다.
이로 인해 승기를 쥐었다고 생각한 대비는 신치수와 손잡고 진평군(이무생)을 배신했다. 그러나 신치수를 앞세워 반정을 이루고자 한 대비의 야망도 실패로 돌아갔다. 하선이 덫을 놓아 신치수를 처단하고 대비를 폐모한 것. 대비 역시 사약을 받아 숨을 거뒀다.
마침내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용상에 오른 하선은 성군의 길을 걸었다. 주호걸(이규한)의 도움을 받아 전국에 대동법을 시행하고 모든 백성이 우리 글을 쓸 수 있도록 했다. 나라가 평안해지자 하선은 기성군(윤박)에게 임금의 자리를 넘겨주고 궐을 떠나기로 했다. 이를 들은 유소운(이세영)은 자신을 폐서인시켜 달라며 하선의 곁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하선이 임금으로서 마지막으로 한 일은 조내관(장광)을 상선 자리에 올린 것이었다. 충신과의 애틋한 이별 후 모든 것을 훌훌 털고 단출하게 궁을 나선 하선. 그 뒤를 장무영(윤종석)이 따랐다. 하지만 행복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대비의 복수를 하겠다며 복면 쓴 자객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무영은 그들로부터 하선을 지키려다 숨졌다. 이런 가운데 무영의 희생에도 하선 역시 활을 맞고 쓰러진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사진=tvN 방송화면)
결국 소운만 홀로 남은 채 시간이 지났다. 소운은 하선의 이야기를 마당극으로 만든 놀이패를 만나 옥가락지 두 개를 쥐어주고 남편을 그리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산책을 하던 소운은 동네 아이들이 도토리 전설에 관해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는 하선이 소운에게 직접 알려줬던 것이기도 하다.
애틋해진 소운은 갈대밭으로 나가 도토리를 깨물고 소원을 빌었다. 그러자 뒤를 돈 곳에 하선이 나타났다. 소운은 “이런 꿈을 수도 없이 꿨다”며 “지금도 꿈이라면 보게만 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이는 환영이 아니었다. 하선은 “나 역시 그대에게 오기 위해 내내 꿈 속을 걸었다”며 눈을 뜬 뒤로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털어놨다. 이어 두 사람은 “그 무엇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할 것”이라고 약속하며 같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 제작진부터 연기자까지 빈틈 없는 호흡이 만든 웰메이드 리메이크
끝까지 반전을 거듭하며 해피엔딩을 이뤄낸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이 작품은 2012년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를 각색한 팩션 사극이다. 이에 출발부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던 바다. 1000만 관객을 모은 히트작인 데다 ‘명품 연기자’로 통하는 이병헌이 주인공으로 열연한 원작과의 비교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희원 PD와 김선덕 작가가 새로 만든 ‘왕이 된 남자’는 첫 방송부터 영화의 잔상을 완벽히 씻었다. 영화가 조선의 15대 왕 광해군(재위 1608~1623)이 정적(政敵)들에 의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압박에 시달리다가 자신과 꼭 닮은 광대를 대신 궁에 들여놓는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반면, 드라마에서는 광해군 이혼(李琿)을 가상의 왕, 이헌으로 각색해 표현의 폭을 넓혔다.
덕분에 ‘왕이 된 남자’는 조선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매회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를 선보일 수 있었다. 이에 극 중반부 도승지 이규가 이헌을 죽이고 하선을 임금으로 떠받드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나라가 진짜 필요로하는 임금의 본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백성을 자신의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고 충신에게는 한없이 자비롭되 간신에게는 얼음처럼 냉혹한 하선의 모습이 그 예다. 이는 비단 조선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도 적용되는 모습이라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교훈이 남달랐다.
(사진=tvN 방송화면)
이렇듯 극을 풍성하게 채운 김선덕 작가의 상상력은 김희원 PD의 연출을 만나 꽃을 피웠다. 하선이 궐 내 인물들에게 정체를 들켜가며 진짜 왕으로 거듭나기 위해 마음을 굳히는 모습을 빈틈없이 그려내며 시청자들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작 MBC ‘돈꽃’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김희원 PD는 ‘왕이 된 남자’에서도 장면마다 긴장감을 높이는 연출로 감탄을 자아냈다. 또한 사극 세트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여러 소품을 활용, 미장센이 돋보이는 연출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제 아무리 탄탄한 연출과 극본이 있더라도 배우들의 연기가 부족하다면 소용 없다. ‘왕이 된 남자’는 베테랑 배우들이 총출동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폭군과 광대로 1인 2역에 나선 여진구는 ‘왕이 된 남자’ 첫 회부터 상극의 캐릭터를 서로 다른 얼굴로 소화하며 남다른 몰입감을 선사했다. 소운 역의 이세영도 곧은 심지를 지닌 중전,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그가 연기한 소운은 그간 사극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서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여진구와 이세영 등 젊은 배우들이 선두에 선 가운데 노련미 넘치는 연기자들이 뒤를 힘차게 밀어줬다. 도승지 이규 역을 맡아 절대 선도 악도 아닌 인간의 복합적인 면모를 그려낸 김상경이 대표적인 예다. 그간 친근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권해효는 ‘왕이 된 남자’에서 다시 없을 악역 신치수를 맡아 ‘인생 캐릭터 경신’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런가 하면 장영남은 남다른 카리스마로 대비의 표독스러운 욕망을 화면 너머 고스란히 전달했다.
이 같은 제작진과 출연진의 완벽한 호흡은 ‘왕이 된 남자’로 하여금 드라마계의 새 역사를 쓰게 했다. 방영 중 우리나라의 아시안컵 경기 생중계와 일정이 겹치는가 하면 설연휴 여파로 결방하는 등 적잖은 벽에 부딪혔음에도 불구, 최고 시청률 10.0%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며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또한 시작부터 원작과 결이 다른 매력으로 ‘리메이크의 옳은 예’라는 호평을 들으며 결말까지 유종의 미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