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NM)
[뷰어스=손예지 기자] “음식 중에 제일 무서운 게 아는 맛이지 않습니까”
‘삼시세끼’ 제작진과 출연자가 뭉쳐 제대로 ‘아는 맛’을 낸다. 오는 15일 시작하는 tvN 금요예능 ‘스페인 하숙’을 통해서다.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스페인 하숙’(연출 나영석 장은정)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주 작가는 “아는 맛들을 굉장히 많이 접하실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다. 이 자리에는 두 연출자도 함께했다.
‘스페인 하숙’은 제목 그대로 스페인의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마을에 하숙을 차린 스타들의 모습으 담는다. 이에 따라 배우 차승원·유해진·배정남이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식과 잠자리를 제공, 타지에서 만난 한국인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고 돌아왔다. 이에 대해 나 PD는 “원래 ‘삼시세끼’ 새 시즌을 만들려고 했는데 출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별한 걸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외국에서 삼시세끼를 해볼까’ 하다가 하숙집을 운영하는 것으로 스케일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에 간 이유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심이 있어서였습니다. 요새 우리나라가 많이 어렵지 않습니까. 이에 고민이 있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또 800km 가까이 되는 길에 한식집이나 한국말이 통하는 숙박업소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에 우리가 그들(한국인 여행객)에게 선물같은 하룻밤을 선사해주면 의미있겠다 싶어 스페인을 가게 됐죠(나영석 PD)”
이런 가운데 ‘스페인 하숙’은 앞서 ‘삼시세끼’ 시리즈로 남다른 유머 감각과 호흡을 자랑했던 차승원·유해진의 재회한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재미가 보장된 한편, 새로울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제작진 역시 같은 고민을 했다고.
(사진=CJ ENM)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웃음지은 나 PD는 “사실 유해진·차승원이 우주정거장에 간들 똑같은 짓을 하고 있을 것 같다”면서도 “아마 시청자들은 유해진과 차승원의 케미스트리랄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웃음을 보여드리는 관계를 보고 싶어한다고 생각했다. ‘삼시세끼’를 또 해도 많이들 즐겨주셨겠으나, 조금 다른 환경에서 보여드리고 싶은 게 제작진·출연자들의 공통된 뜻”이라고 설명했다.
“늘 한식을 먹던 사람이 아니라 한 달 이상 걸어온 사람들이 지칠 때 ‘스페인 하숙’에서 한식을 만나게 됩니다. 이에 실제로 많은 분들이 행복해했고요. 게다가 우리 하숙을 지나면 전체 순례길에서 가장 가파른 곳을 올라가게 되는 터라 우리가 그들(여행객)에게 더 큰 힘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요(장은정 PD)”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JTBC ‘효리네 민박’ 시리즈와의 유사성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에 나 PD는 ‘스페인 하숙’만의 차별점으로 하루에 어떤 손님이 올지, 심지어는 몇 명이 방문할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던 시스템을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순례길을 찾는 분들은 종교적 의미 때문이 아니라 사적인 고민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솔직히 말하면 기획할 때는 그런 분들의 이야기도 조금은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나 PD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유해진의 한 마디 때문이다.
“막상 가서 촬영을 하는데 손님을 받는 유해진 씨가 (숙박객들에게) 그런 질문을 한 마디도 안 하는 거예요. ‘왜 오셨나요’ ‘무슨 고민이 있나요’ 대신 어디 아픈 덴 없는지, 뭐 먹고 싶은지, 식사를 마치면 맛있게 먹었는지, 떠나는 손님에게는 건강하게 잘 걸으시라는 정도의 이야기만 하는 거죠. 결국 내가 ‘뭐하시는 분인지 물어봐야 하지 않냐’고 했더니 ‘여기 오시는 분들은 누구나 다 뭔가 힘들고 고민 있어서 왔을 텐데 굳이 우리까지 물어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우리는 맛있는 밥 주고 따뜻한 잠자리 주면 된다’더라고요. 그래서 ‘스페인 하숙’에서는 일반 여행객의 사연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묻지 않았으니까요. 하하(나 PD)”
그런가 하면 배정남의 출연도 새롭다. 순수함과 열정을 동시에 갖춘 덕에 ‘예능 대세’로 떠오른 배정남은 ‘스페인 하숙’으로 이른바 ‘나영석 사단’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이에 김 작가는 “정남이는 체력이 너무 약하다. 오후 3~4시만 되면 쓰러진다”고 폭로하면서도 “본인 체력이 안 되면 쉬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사실 하숙 운영이 힘들다. 아침 6~7시에 출근해서 숙박객들이 자는 10시 정도에 퇴근했기 때문이다. 이만큼 긴 촬영을 제작진도, 출연자들도 해본 적이 없었다”고 두둔했다. 이어 하숙집 일이 없을 땐 배정남이 동네를 돌아다녔다면서 “나중에는 동네 주민들과 친분이 두터워져서 정남이가 나가기만 하면 다들 인사를 했다. 친화력은 세계 어디가도 최고인 친구”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나 PD 역시 배정남에 대해 “본능에 충실하다”며 “자기 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기가 피곤하면 일을 안 한다. 그런데 그게 미워보이지 않았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친구”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스페인 하숙’에 대한 출연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나 PD는 “예상 외였다”고 운을 뗐다. “제작진은 ‘다시 삼시세끼로 돌아가자’는 반응을 바랐는데 ‘또 하고 싶다’는 말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특히 차승원과 유해진이 ‘스페인 하숙’을 통해 뿌듯함을 느낀 것 같다면서 “‘삼시세끼’ 시리즈는 차승원·유해진 씨와 제작진 등 친한 사람들끼리 만들어나가는 소소한 하루였다면, ‘스페인 하숙’은 우리가 모르는 손님들이 오기 때문에 다들 긴장했다. 그 점을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뿌듯해했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제작진은 ‘스페인 하숙’은 이번으로 끝내고, 다시 섬으로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스페인 하숙’ 시즌2의 가능성을 차단해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