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케이스타엔터테인먼트)
[뷰어스=손예지 기자] ‘해치’에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이필모가 ‘그날들’을 통해 무대에 오르고 있다.
1998년 영화 ‘쉬리’로 데뷔한 이필모가 한 작품에서 이름 있는 캐릭터를 맡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이필모는 무대에서 경험을 다졌다. ‘명성황후’ ‘오이디푸스’ ‘남자 넌센스’ ‘스트라이더’ ‘춤추는 새벽’ ‘루루’ ‘서 푼짜리 오페라’ 등 다양한 연극과 뮤지컬을 통해서다.
실제 관객들을 앞에 두고 연기하며 얻은 내공은 금세 빛을 발했다. 2002년 MBC ‘내 이름은 공주’를 시작으로 이필모는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종횡무진 오가며 다작 행보를 펼치게 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주로 단막극을 통해 남다른 연기력을 선보인 이필모는 2006년 방영된 KBS1 TV소설 ‘강이 되어 만나리’를 기점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았다.
그렇게 20여 년이 지나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된 이필모. 메이저 장르라고 불리는 드라마와 영화의 스타가 됐지만, 공연을 향한 이필모의 열정은 여전하다. 이에 거의 쉴 틈 없이 드라마에 출연하면서도 꾸준히 뮤지컬 장르를 병행하고 있는 것. 그 중에서 이필모의 인생 캐릭터로 꼽을 만한 작품들을 돌아본다.
(사진=tvN, 극단 현대극장)
■ 츤데레의 정석 보여준 tvN ‘응급남녀’ VS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2014년 방송한 tvN ‘응급남녀’와 비슷한 시기 공연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이필모는 ‘츤데레의 정석’을 보여줬다.
‘응급남녀’는 이필모의 출연작 중 대표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드라마다. 한때 부부였던 오진희(송지효) 오창민(최진혁)이 이혼한 지 6년 만에 병원 응급실 늦깍이 인턴으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이필모는 여기서 응급실 치프 국천수 역을 맡았다. 국천수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못하는 원칙주의자로,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다. 후배 오진희를 좋아하면서도 겉으로는 티를 내지 못하는 ‘츤데레’ 캐릭터였다. 주인공 커플과 삼각 관계를 형성했으나, 오창민에 대한 오진희의 마음을 눈치챈 뒤 자신의 사랑을 쿨하게 포기하는 멋진 남자이기도 했다. 이때까지 주로 가족극에서 활약했던 이필모는 오랜만에 출연한 트렌디 드라마 ‘응급남녀’를 통해 팬층을 넓혔다.
동시에 무대에서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폰 트랍 대령을 맡아 열연했다. 동명 영화로 유명한 ‘사운드 오브 뮤직’은 아내를 잃고 아이들에게 무뚝뚝한 아빠가 된 해군 대령의 집에 쾌활한 성격의 가정교사가 들어오며 나타나는 변화를 담았다. 이필모는 그 해군 대령 폰 트랍으로 변신, ‘츤데레’의 면모부터 가정교사 마리아와 아이들에게 점차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사진=스토리플랜트, 서울시뮤지컬단)
■ 내면의 아픔 연기한 MBC ‘가화만사성’ VS 뮤지컬 ‘서울의 달’
2016년 MBC ‘가화만사성’과 뮤지컬 ‘서울의 달’에서는 캐릭터 내면의 아픔을 절절히 소화, 연기력을 증명한 이필모다.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에서 이필모는 주인공 봉해령(김소연)의 전(前) 남편 유현기를 맡았다. 해령과 사이에 얻은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부부갈등을 겪다 헤어진 설정이다. 때문에 유현기는 극에서 ‘악역’으로 분류된 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화만사성’ 방영 당시 그를 향한 시청자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극이 전개되며 드러난 유현기의 아픈 과거, 또 유현기가 불치병에 걸려 망가지는 모습을 이필모가 실감나게 표현한 덕분이다. 이에 이필모는 ‘가화만사성’을 통해 ‘2016 MBC 연기대상’ 연속극부문 황금연기상, ‘제5회 아시아태평양 스타 어워즈’ 장편드라마부문 우수연기상, ‘제25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드라마부문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같은 해 뮤지컬 ‘서울의 달’로 무대에 올라서는 야심가 청년의 슬픈 이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호평을 들었다. ‘서울의 달’은 1994년 방영된 동명의 MBC 드라마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여기서 이필모는 서울 달동네에서 신분상승을 꿈꾸는 홍식을 연기했다. 당시 이필모는 홍식에 대해 “아름답고 멋있고, 또 화려하지만 그 이면은 너무 슬픈 사람”이라고 소개한 바, 과연 연기에도 이 해석을 녹여낸 덕분에 무려 81부작 드라마를 2시간으로 압축한 ‘서울의 달’에 관객들이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진=케이스타엔터테인먼트,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 묵직한 존재감 입증한 SBS ‘해치’ VS 뮤지컬 ‘그날들’
올해의 이필모는 TV 안팎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SBS ‘해치’와 뮤지컬 ‘그날들’을 통해서다.
현재 지상파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해치’. 첫 방송부터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화제를 모았다. 그 중심에 이필모가 있다. 이필모는 ‘해치’에서 한정석 역으로 특별출연에 나섰다. 극 중 한정석은 정의감 넘치는 사헌부 감찰로서 권력층에 의해 은폐된 살인사건과 관련해 진실을 밝히고자 나섰다가 되레 목숨을 잃는 인물이다. 이에 이필모의 출연은 ‘해치’ 8회에서 끝이 났으나, ‘해치’의 스토리는 한정석의 죽음으로부터 탄력이 붙어 연일 시청자들 사이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렇듯 ‘해치’로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인 이필모. 이제는 무대에서 극을 이끄는 주연으로 무게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전국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창작뮤지컬 ‘그날들’이 바로 그 무대다. ‘그날들’ 속 이필모는 청와대 경호관 차정학에 완벽히 몰입한 모습이다. 20년의 차이를 두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그날들’ 특성 상 이필모 역시 20대의 패기 넘치는 청년과 연륜을 갖춘 40대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중이다. 차정학이 ‘그날들’의 서사를 이끄는 인물인 만큼 이필모의 연기력이 특히 빛난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