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극장가에는 수많은 신작들이 쏟아진다. 상업영화의 해일 속 새로운 소재로 틈새시장을 노린 작은 영화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이에 작은 영화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이 영화들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사진=영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스틸
■ ‘파리의 딜릴리’: 벨 에포크를 빛낸 여성 예술가와의 만남
벨 에포크 시대 파리에서 연이어 아이들이 사라지고, 소녀 딜릴리와 배달부 소년 오렐이 피카소, 로댕, 모네 등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들에게서 힌트를 얻어 황홀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피카소, 모네와 같이 유명 예술가들은 물론, 콜레트, 쇼콜라 등의 인물들과 마리 퀴리와 사라 베르나르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한 전문가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자아낸다. 딜릴리, 오렐의 시선으로 바라본 파리의 아름다운 배경도 볼거리를 선사한다. 동화 같은 배경 속 인종 차별과 성 차별에 대한 사회 문제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내 깊이를 더한다.
■ ‘보희와 녹양’: 반짝반짝 빛나는 캐릭터
어느 날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긴 것을 알게 된 한 중학생 보희(안지호 분)가 단짝 친구 녹양(김주아 분)과 아버지를 찾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영화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상영돼 호평을 받았다.
영화는 청소년들의 고민을 섬세한 터치로 담아내 공감을 자아낸다.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된 보희가 단짝 녹양과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자극적이지 않게 그려지고, 그들이 보여준 주변인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위로를 건넨다. 예민하지만 섬세한 남자 중학생 보희와 그런 보희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는 씩씩하고 당찬 여자 중학생 녹양. 두 캐릭터 조화가 만든 재미가 이 영화의 장점이 된다.
사진=영화 '파리의 딜릴리' '보희와 녹양' 스틸
■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거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영화는 아녜스 바르다가 직접 자신의 작품과 여정을 설명하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유일한 여성 감독인 아녜스 바르다가 3월 타계하기 전 남긴 마지막 이별 선물이다.
65년 예술 인생을 아우르는 바르다의 강의를 스크린을 통해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부터 ‘방랑자’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 이르기까지 노년에 접어든 이후에도 끝없는 도전 정신을 보여준 바르다의 긴 여정이 보는 이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