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홈페이지 캡처
연예인 같은 PD, ‘피디테이너(PD+Entertainer)’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PD의 입지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시초는 나영석 PD가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KBS2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단순히 ‘스타 PD’라는 수식어를 넘어 예능계의 거대 브랜드가 됐다. 부침이 있기는 했지만 나 PD 손에서 탄생한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소소하게 다가갔고 새로운 즐거움을 줬다.
■ 2007년 8월5일~2012년 2월26일-‘국민 예능’으로 자리매김한 ‘1박 2일’
MBC ‘무한도전’으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 급부상되면서 KBS에서는 강호동 외 6명의 출연진을 꾸려 1박 2일 동안 여행을 하는 로드 버라이어티를 선보였다. 기존의 예능이 선보였던 한정된 공간, 설정 등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형식으로 재미를 유발했다. 또 복불복 게임과 야외 취침을 상징화시켜 ‘1박 2일’만의 색깔을 완성했다. 이렇게 점점 상승 곡선을 탄 ‘1박 2일’은 2010년 최고 시청률 40%를 돌파하는 역사적인 기록을 쓰기도 했다.
■ 2013년 7월5일~시즌제-tvN 이적 후 첫 야심작 ‘꽃보다 할배’
나 PD는 2013년 12년간 머문 KBS를 떠나고 CJ ENM으로 이적했다. 스타 PD의 이적은 그 당시 큰 주목을 받았고, 그의 첫 연출작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런 기대에 부흥하듯 ‘황혼의 배낭여행’이라는 신선한 포맷을 들고 ‘꽃보다 할배’를 등판시켰다. 유럽과 대만, 그리스 등을 여행하는 이순재, 백일섭, 신구, 박근형 등 원로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지난 인생과 소회를 되돌아보고,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등의 감동을 선사했다. 이에 큰 인기를 끌어 시즌4까지 이어가게 됐다. 또 ‘꽃보다 할배’ 시리즈는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시리즈로까지 확장됐다.
사진=KBS2 '1박2일', tvN '꽃보다할배', '삼시세끼', '신서유기' 제공
■ 2014년 10월17일~시즌제-자급자족 시골 체류기 ‘삼시세끼’
이번에는 편리한 일상을 뒤집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도시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끼’ 때우기를 낯설고 한적한 시골에서 가장 어렵게 해 보는 콘셉트의 ‘삼시세끼’다. 이번에도 나PD는 이서진과 함께 팀을 꾸렸다. 여기에 어떤 일이든 열의를 보이는 옥택연을 섭외해 서로 투닥거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특히 ‘삼시세끼’는 어촌편으로 확장해 차승원, 유해진이 합류하면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능숙한 요리 실력으로 ‘차엄마’ ‘차주부’의 별명을 얻은 차승원과 유해진 이름 뜻에서 따온 ‘참바다’ 유해진의 케미는 ‘삼시세끼’를 가장 빛나게 했다.
■ 2015년 9월4일~시즌제-인터넷 방송 공략한 ‘신서유기’
새로운 시도를 시작한 해다. 나영석 PD는 인터넷 방송을 공략했다. 중국의 고전 소설 ‘서유기’를 바탕으로 한 ‘신서유기’는 이수근, 강호동, 은지원, 이승기 등 ‘1박 2일’에서 함께 한 멤버들을 꾸려 웹 전용 콘텐츠로 시청자를 찾아왔다. 특히 ‘신서유기’는 기상천외한 게임과 뚝뚝 끊기는 편집 등 투박한 B급 감성의 코드가 담겼다. 이런 신선함이 ‘신서유기’를 대표하는 무기가 됐고, 그 결과 시청률 고공행진을 보이며 현재 시즌6까지 진행됐다. 또 이 프로그램을 통해 ‘꽃보다 청춘 위너편’과 ‘강식당’이 탄생했다.
■ 2017년 2월3일~11월 4일-잘 나가던 나 PD의 첫 번째 부진 ‘신혼일기’
가짜 연애, 가짜 결혼 등의 콘셉트 예능프로그램이 나올 때 나 PD는 ‘리얼’을 택했다. 진짜 연예인 부부가 등장해 신혼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신혼일기’를 기획했다. 시즌1에서는 구혜선과 안재현이 출연해 큰 주목을 받았지만 시청률은 기존 나 PD가 그동안 선보였던 프로그램에 비해 저조했다. 특히 기존 금요일 오후 9시에서 화요일 저녁 9시, 토요일 오후 7시로 편성 시간을 바꾸면서 점점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밀려났다.
사진=tvN '신혼일기', '윤식당', '숲속의 작은집' '스페인하숙' 제공
■ 2017년 3월24일~시즌제-해외에서 펼친 먹방+쿡방의 조화 ‘윤식당’
한 번의 침체기를 겪고 다시 해외로 떠났다. 해외에서 한식당을 열어 한국 음식 문화를 전파하는 의도가 담긴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이다. 이서진, 윤여정, 정유미, 신구 등의 출연진을 꾸려 발리에서 첫 식당을 열었다. 윤여정이 메인셰프이자 사장, 정유미는 보조 셰프, 이서진은 상무, 신구는 알바생으로 변신했다. 이들의 호흡은 완벽하지는 않아도 서로 보완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또 ‘윤식당’은 현지의 아름다운 모습과 여유로운 여행객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도 휴식을 안겨주기도 했다. 특히 스페인 가라치코에서 연 ‘윤식당2’는 최고시청률 16%를 기록해 tvN 예능 시청률 최고 기록을 세웠다.
■ 2018년-참신한 시도의 실패 ‘숲속의 작은 집’
‘윤식당’으로 상승곡선을 탄 나 PD는 또 새로운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미니멀 라이프 미션을 수행하며 행복을 찾는 ‘숲속의 작은 집’이다. 이 프로그램은 나 PD와 소지섭의 협업으로 방송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지만 관심은 첫 방송 이후 점점 사그라들었다. ‘당신은 행복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행복 실험’을 통해 피실험자 소지섭, 박신혜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웃음을 추구하지 않은 정적인 다큐멘터리였기 때문이다. 참신한 시도는 돋보였지만 재미를 갈망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외면당했다.
■ 2019년-잔잔하고 조용했던 ‘스페인 하숙’
이번에는 해외에서 한국식 하숙집(알베르게)을 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순례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내용을 담은 콘셉트로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나 PD는 ‘삼시세끼’ 시리즈에서 함께 했던 차승원, 유해진과 또다시 뭉쳤다. 여기에 최근 ‘미운우리새끼’ 등으로 주목 받은 배정남을 선택해 한 팀을 꾸렸다. 이번에도 차승원은 ‘차줌마’ 면모를 뽐냈고, 유해진은 특유의 아재 개그로 대화를 이끌며 순례객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했다. 배정남은 차승원을 도와 주방 보조로 활약했다. 이번 프로그램 역시 여행과 쿡방이 주를 이뤘다. 하숙집을 방문한 손님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시청자들에게는 소소한 힐링을 선물하며 종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