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서울예술단 뮤지컬 ‘신과 함께-이승편’이 관객들을 찾았다. 지난 2015년 서울예술단에서 선보인 ‘신과 함께-저승편’이 2017년, 2018년 연달아 흥행시켰고, 두 편으로 만들어진 영화 ‘신과 함께’는 쌍천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신화를 이뤘다. 그 중심에는 주호민 작가가 이뤄 놓은 탄탄한 원작의 힘이 있다. 주호민은 웹툰 ‘무한동력’, ‘신과 함께’등의 작품을 통해 두터운 마니아를 형성한 작가다. 그는 자신만의 풀어낼 수 있는 따뜻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고 있다. 21일 개막한 ‘신과 함께-이승편’(이하 ‘이승편’)을 관람한 주호민 작가는(이하 주 작가) “원작자인데 굥교롭게 눈물이 나더라. 참느라 힘들었다”며 “한울동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이 작품에서 잘 구현됐다. 사실 암울한 정서가 묻어나는 작품인데, 원작보다 안도감이 더해져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승편’을 본 주 작가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여덟 살 동현이의 순수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모습은, 독자들에게는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무대에 오른 ‘이승편’은 좀 더 희망적이다. 세월이 흐른 요즘 시대에 가택신이 항아리나 변소, 부엌이 아닌 김치냉장고나 디지털 도어락에 거주한다는 장면 덕분이다. “여러 가택신이 돌보려 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각색 부분이 좋았다. ‘나도 이렇게 그릴걸’이라고 생각 들더라(웃음).” 사진=서울예술단   그럼에도 주 작가는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동현이가 할아버지한테 이사 가자고 노래하는 부분에서 눈물이 나더라.” ‘이승편’은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다룬다. 한울동에 사는 동현이네 집이 재개발 지구에 포함돼, 쫓겨나는 신세가 되자 성주신과 조왕신이 사람의 현상을 하고 나서 집안을 돌보는 얘기다. 주 작가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 막연한 ‘공간’만은 아닐 것이다.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웃음) 출퇴근하는 기분이다. 집은 제 마음의 충전소다. 꼭 내 집이 아니더라고 집이라고 명명될 때가 있지 않나. 군 생활이 정말 힘들었지만, 부대에 들어갈 때는 ‘집에 가야겠다’라고 말하게 되는 것처럼. 쉴 수 있다는 공간도 중요하지만, 곧 보호받을 수 있는 안식처다. 아무도 나는 해칠 수 없는 그런 곳 말이다.” 극 중 ‘신과 함께 웃는 사람들, 신과 함께 우는 사람들, 신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성주, 조왕’이라는 넘버가 있다. ‘신과함께’라는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 중인 주 작가가 생각하는 ‘신의 존재’는 어떨까. “‘신과 함께’는 가택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준비하면서 느꼈던 게 우리나라 신화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생활감이 있더라. 신이 올림포스 이런 데가 아니라 부엌에 있지 않나. 부엌을 지저분하게 쓰면 벌을 받고, 어떻게 하면 복을 받는지 하는 것 말이다. 정말로 인간을 가까이에서 돌봐주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저승 차사가 그 집에 사는 사람 수명이 다하면 데리러 오는데 가택신이 지켜주고 저항한다는 묘사가 좋더라.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 나를 지켜주고 있으면(웃음).” ‘이승편’은 ‘집’에 대한 이야기와 동시에 재개발을 통해 사라지는 동네, 추억, 죽음 등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사라지는 것,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것들 말이다. “만화 ‘원피스’에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냐’ ‘잊혀졌을 때 죽는다고 한다’라는 대사가 있다. ‘신과 함께’는 제주 신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저를 비롯해 제주 신화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신화라는 콘텐츠가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생명력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한국 신화가 미진하다고 생각했고, ‘신과 함께’를 통해 사랑받고 알려져서 기쁘게 생각한다.” “사라지는 것들과 지키고 싶은 것이 같다. 사라지기 때문에 지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잊혀져 가는 이야기를 찾고 있다. 민담, 설화를 워낙 좋아해서 능력 되는 대로 그리고 싶다.” ‘이승편’을 보면 자연스럽게 용산 참사가 떠오른다. 주 작가는 앞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작품을 썼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용산 참사를 바탕으로 만든 게 맞다. 원작에서 여섯 명의 명부가 나오는데 철거민 다섯 분과 경찰 한 분이 돌아가신 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세상이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잊어버리고 잊혀지면 소멸된다고 생각한다. 재조명하면서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이승편’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원작 웹툰 등장 인물들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해 극을 즐기는 재미가 있다. 주 작가는 “‘이승편’을 그릴 때부터 고창석을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영화를 만들 때도 마동석 되기 전에 가상 캐스팅은 고창석 이었다. 마동석이 성주신이면 동현이 할아버지는 영원히 사나? 안 죽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근데 고창석이면 죽긴 죽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고창석의 부드러우면서 강단있는 그런 느낌이 좋았다. 고창석 말고도 송문성 동현이나 싱크로율이 높아 놀랐다.”  사진=서울예술단 용산 참사 등 다루지 쉽지 않은 이야기로 고통스러울 법도 하지만 주 작가는 나름의 타협으로 괴로움을 털어냈다고 회상했다. “철거민 얘기를 하다보니 철거민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강한 사람은 악하고 약한 사람은 선하게 그리게 된다. 그렇게 묘사 되는게 균형감각 잃는 게 아닌가 생각해서 박성호를 그리게 됐다. 박성호는 르포 기사를 보고 생각한 건데 양심과 돈, 딜레마에 빠진 인물을 생각해 집어넣게 됐다. (괴로움을 돌파하는 방법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웃음). 처음에는 괴로웠지만, 박성호라는 캐릭터를 넣는 정도로 타협했다. 뮤지컬에서 성호가 더 커져서 해소됐다.” 주 작가가 생각하는 쌍천만을 이끈 영화에 비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통해 만나는 ‘이승편’에 대한 강점은 무엇일까. “원작 ‘이승편’에 온전히 집중해서 끌고 가는 힘이 있다. 덕분에 작품에 명징하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거 같다.” ‘신과함께-이승편’은 29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마주보기] 주호민 작가, 용산참사 거론하며 “재조명해 잊지 않는 것이 중요”

김진선 기자 승인 2019.06.23 18:01 | 최종 수정 2138.12.15 00:00 의견 0

 

사진= 주호민 작가
사진= 서울예술단

뮤지컬 ‘신과 함께-이승편’이 관객들을 찾았다. 지난 2015년 서울예술단에서 선보인 ‘신과 함께-저승편’이 2017년, 2018년 연달아 흥행시켰고, 두 편으로 만들어진 영화 ‘신과 함께’는 쌍천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신화를 이뤘다.

그 중심에는 주호민 작가가 이뤄 놓은 탄탄한 원작의 힘이 있다. 주호민은 웹툰 ‘무한동력’, ‘신과 함께’등의 작품을 통해 두터운 마니아를 형성한 작가다. 그는 자신만의 풀어낼 수 있는 따뜻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고 있다.

21일 개막한 ‘신과 함께-이승편’(이하 ‘이승편’)을 관람한 주호민 작가는(이하 주 작가) “원작자인데 굥교롭게 눈물이 나더라. 참느라 힘들었다”며 “한울동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이 작품에서 잘 구현됐다. 사실 암울한 정서가 묻어나는 작품인데, 원작보다 안도감이 더해져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승편’을 본 주 작가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여덟 살 동현이의 순수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모습은, 독자들에게는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무대에 오른 ‘이승편’은 좀 더 희망적이다. 세월이 흐른 요즘 시대에 가택신이 항아리나 변소, 부엌이 아닌 김치냉장고나 디지털 도어락에 거주한다는 장면 덕분이다.

“여러 가택신이 돌보려 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각색 부분이 좋았다. ‘나도 이렇게 그릴걸’이라고 생각 들더라(웃음).”

사진=서울예술단
사진=서울예술단

 

그럼에도 주 작가는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동현이가 할아버지한테 이사 가자고 노래하는 부분에서 눈물이 나더라.”

‘이승편’은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다룬다. 한울동에 사는 동현이네 집이 재개발 지구에 포함돼, 쫓겨나는 신세가 되자 성주신과 조왕신이 사람의 현상을 하고 나서 집안을 돌보는 얘기다. 주 작가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 막연한 ‘공간’만은 아닐 것이다.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웃음) 출퇴근하는 기분이다. 집은 제 마음의 충전소다. 꼭 내 집이 아니더라고 집이라고 명명될 때가 있지 않나. 군 생활이 정말 힘들었지만, 부대에 들어갈 때는 ‘집에 가야겠다’라고 말하게 되는 것처럼. 쉴 수 있다는 공간도 중요하지만, 곧 보호받을 수 있는 안식처다. 아무도 나는 해칠 수 없는 그런 곳 말이다.”

극 중 ‘신과 함께 웃는 사람들, 신과 함께 우는 사람들, 신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성주, 조왕’이라는 넘버가 있다. ‘신과함께’라는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 중인 주 작가가 생각하는 ‘신의 존재’는 어떨까.

“‘신과 함께’는 가택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준비하면서 느꼈던 게 우리나라 신화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생활감이 있더라. 신이 올림포스 이런 데가 아니라 부엌에 있지 않나. 부엌을 지저분하게 쓰면 벌을 받고, 어떻게 하면 복을 받는지 하는 것 말이다. 정말로 인간을 가까이에서 돌봐주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저승 차사가 그 집에 사는 사람 수명이 다하면 데리러 오는데 가택신이 지켜주고 저항한다는 묘사가 좋더라.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 나를 지켜주고 있으면(웃음).”

‘이승편’은 ‘집’에 대한 이야기와 동시에 재개발을 통해 사라지는 동네, 추억, 죽음 등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사라지는 것,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것들 말이다.

“만화 ‘원피스’에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냐’ ‘잊혀졌을 때 죽는다고 한다’라는 대사가 있다. ‘신과 함께’는 제주 신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저를 비롯해 제주 신화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신화라는 콘텐츠가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생명력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한국 신화가 미진하다고 생각했고, ‘신과 함께’를 통해 사랑받고 알려져서 기쁘게 생각한다.”

“사라지는 것들과 지키고 싶은 것이 같다. 사라지기 때문에 지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잊혀져 가는 이야기를 찾고 있다. 민담, 설화를 워낙 좋아해서 능력 되는 대로 그리고 싶다.”

‘이승편’을 보면 자연스럽게 용산 참사가 떠오른다. 주 작가는 앞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작품을 썼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용산 참사를 바탕으로 만든 게 맞다. 원작에서 여섯 명의 명부가 나오는데 철거민 다섯 분과 경찰 한 분이 돌아가신 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세상이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잊어버리고 잊혀지면 소멸된다고 생각한다. 재조명하면서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이승편’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원작 웹툰 등장 인물들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해 극을 즐기는 재미가 있다. 주 작가는 “‘이승편’을 그릴 때부터 고창석을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영화를 만들 때도 마동석 되기 전에 가상 캐스팅은 고창석 이었다. 마동석이 성주신이면 동현이 할아버지는 영원히 사나? 안 죽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근데 고창석이면 죽긴 죽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고창석의 부드러우면서 강단있는 그런 느낌이 좋았다. 고창석 말고도 송문성 동현이나 싱크로율이 높아 놀랐다.” 

사진=서울예술단
사진=서울예술단

용산 참사 등 다루지 쉽지 않은 이야기로 고통스러울 법도 하지만 주 작가는 나름의 타협으로 괴로움을 털어냈다고 회상했다.

“철거민 얘기를 하다보니 철거민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강한 사람은 악하고 약한 사람은 선하게 그리게 된다. 그렇게 묘사 되는게 균형감각 잃는 게 아닌가 생각해서 박성호를 그리게 됐다. 박성호는 르포 기사를 보고 생각한 건데 양심과 돈, 딜레마에 빠진 인물을 생각해 집어넣게 됐다. (괴로움을 돌파하는 방법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웃음). 처음에는 괴로웠지만, 박성호라는 캐릭터를 넣는 정도로 타협했다. 뮤지컬에서 성호가 더 커져서 해소됐다.”

주 작가가 생각하는 쌍천만을 이끈 영화에 비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통해 만나는 ‘이승편’에 대한 강점은 무엇일까.

“원작 ‘이승편’에 온전히 집중해서 끌고 가는 힘이 있다. 덕분에 작품에 명징하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거 같다.”

‘신과함께-이승편’은 29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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