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립현충원 홈페이지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6월의 초입, 6일이 현충일이고 월말인 25일은 6·25 전쟁 당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은 이들을 기리는 날인 점도 의미를 더한다. 이맘때만 되면 수많은 기업과 정부기관, 지자체가 나서 보훈 가족에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나라를 지키려 노력한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초청행사를 열어 식사를 대접하거나 현충원을 찾아 묘역 정화 작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보다 현실적 방법과 아이디어로 보훈 가족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자 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그들의 행보를 들여다봤다.
사진=삼도주택, 한화, 대한주택건설협회
■ 형편 어려운 보훈 가족 "집을 고쳐드립니다"
보훈가족을 위해 가장 실질적 도움을 주는 사회공헌이 이어지고 있다. 다름 아닌 주택 무료 보수다. 이미 보훈공단이 ‘나라사랑 행복한집’을 진행 중이지만 다양한 곳에서 사회공헌활동 일환으로 생활형편이 어려운 국가유공자 노후주택을 보수해주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지난 5월 21일, 2019년도 국가유공자 주거여건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의 82개 중견 주택건설업체들이 참여해 노후주택 91동을 무료로 보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원대상주택은 국가보훈처의 추천을 받아 생활형편이 어려운 국가유공자 위주로 선정됐고, 82개 참여업체들은 지원대상 국가유공자와 협의를 거쳐 공사계획을 수립, 보수공사에 착수한 상태다. 특히 보수공사로 인한 생활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마가 시작되는 6월 하순 이전에 모든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주택건설협회는 지난 1994년부터 국가유공자 주거여건개선사업을 통해 191억여원을 투입, 총 1804동의 노후주택을 무료로 보수해왔다.
전방위적으로 어려운 이들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힘써 온 한화 역시 지난 5월 서울지방보훈청과 ‘나라사랑 클린하우스 시즌4’ 협약을 체결하고 5월 23일부터 첫 번째 가구를 선정, 본격 주거 환경 개선 작업에 나섰다. ‘나라사랑 클린하우스’는 국가유공자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한화가 2011년부터 서울지방보훈청과 함께 진행해오고 있는 대표적인 보훈 복지 사회공헌활동이다.
이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한화 임직원들이 직접 낡은 지붕 교체, 방수공사 등을 진행하며 국가유공자들이 보다 안정된 삶의 터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한화는 지난해까지 서울·경기지역 64 가구의 주거 환경 개선을 진행했다.
이렇듯 주택보수는 어려움이 많은 탓에 단체적으로 움직이거나 대기업이 참여하는 일이 많다. 이 가운데 포항지역 중견주택 건설업체인 삼도주택(회장 허상호)은 25년째 ‘국가유공자 노후주택 개·보수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어 귀감이 될 만하다. 삼도주택은 지난 1995년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들이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국가유공자 노후주택 개·보수 지원사업에 나섰다. 25년째 해마다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유공자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LG U+, KT, 삼성디지털시티
■ "기술로 편해지는 생활" 보훈가족에 한발 더 가까이
의·식·주가 해결되면 그 다음 단계는 편의성이다. 각 IT 업계들이 안전과 실생활 속 편의를 위해 나선 이유다.
LG유플러스는 지난 5월부터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과 함께 독립유공자 유족을 위한 ‘나라사랑 행복한집’에 IoT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나간다.
나라사랑 행복한집은 복권기금으로 국가유공자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으로, 현재 4300호에 이르기까지 보훈병원, 지자체, 보훈처의 재가서비스와 연계하여 소외된 도서지역까지 대상자를 발굴·지원하는 전국단위 주거개선서비스다. LG유플러스는 이 집들에 거주민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모안심IoT서비스 3년 무상지원은 물론이고 IoT열림알리미, IoT간편버튼 등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뿐 아니라 LG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쓴 독립운동가 시설에도 꾸준한 도움을 이어오고 있다. LG창업주 구인회 회장은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재 선생에게 독립운동자금 1만원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금액은 현재 가치로는 1억 4000만원 정도다. 이 정신을 이어받아 LG는 오늘날에도 독립운동가를 기리고,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도산안창호기념관, 만해한용운기념관, 안중근의사기념관 등 현충시설 리모델링 지원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KT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보훈 가족 대상으로 환경개선 ICT 봉사활동을 통해 안전 강화에 힘썼다. KT임직원으로 구성된 사랑의봉사단은 지난 3월 함평 ‘상해임시정부 재현 청사’를 참관하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아동 캠프를 개최 한 데 이어 임자도 보훈가족 15세대를 직접 방문해 현관에 태양광 센서 등을 설치했다. 수혜대상자 박옥자(무공수훈자 유족)씨는 “밤눈이 어두워 현관 손잡이 조차찾기 어려웠는데, 태양광 센서 등이 설치되고 나니밤길 출입 시 발을 헛딛는 사고 걱정 마저 덜었다”며 고마워했다. 이번에 진행된 행사는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자긍심 고취와 뜻을 기리고자 마련됐다. KT는 앞으로도 나라 수호를 위해 헌신하신 국가유공자를 위한 봉사활동 전개로 호국문화 보급확산에 기여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임직원들은 지난 15일 수원보훈원을 찾아 연합봉사활동을 했다. 발마사지 봉사팀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발을 정성껏 주물러 줬고, 사물놀이 동호회는 노인들을 위한 공연으로 박수를 받았다. 무엇보다 VR봉사팀이 각광받았다. 보훈원 안에서만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 새 세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 VR봉사팀은 IT 회사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콘텐츠가 담긴 VR 체험을 어르신들에게 제공, 새롭고 진화하는 기술력을 체감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진=UPA, 포스코패밀리인회, 현대자동차
■ 지역 보훈가족들과 살 맞댄 사회공헌
거창하지 않아도 꾸준하게, 실천하는 행동으로 각 지역 보훈 가족들에게 사회공헌을 이어가는 기업 및 기관들도 적지 않다.
포스코광양제철소는 최근 포스코패밀리인회 봉사단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광양읍사무소에서 보훈가족 21명을 초청해 ‘사랑의 세족식’ 행사를 전개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포스코패밀리인회 봉사단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국가유공자 200여 명에게 세족식 행사를 해왔으며, 6·25 참전 전우를 만나도록 ‘보고 싶다 그리운 전우야’ 행사도 후원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봉사에는 정인화 국회의원, 김경탁 전남동부보훈지청장, 포스코패밀리인회 봉사단, 광양시 보훈단체 관계자 등 60여 명 참석했다. 이와 함께 광양·순천지역 공연단체 ‘포에버 윈드오케스트라단’의 지원을 받아 클래식 공연도 함께 펼쳤다. 포스코패밀리인회는 지금까지 세족식을 통해 고마운 마음을 전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보훈가족이 자긍심을 갖도록 지역사회에 지속적인 나눔을 실천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울산 지역 보훈대상자를 대상으로 ‘문화나눔 행복한 초대’ 행사를 열었다. 지난 2010년부터 다양한 계층과 직업군을 대상으로 영화, 연극, 뮤지컬, 음악 공연 등 문화예술 컨텐츠 경험을 제공해 온 현대자동차는 이번에 보훈대상자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로 한 것. 노사는 지난 19일 대한민국 상이군경회, 대한민국 6·25참전 유공자회, 광복회 등 울산 지역 9개 보훈단체 소속 보훈대상자 422명을 초청, 영화 ‘배심원들’을 관람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현대자동차 소재공장 봉사단은 일일 도우미로 나서 공연장 안내, 안전관리 등 즐겁고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지원 활동을 벌였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마련한 문화행사”라며 앞으로도 각계 각층 시민들과 소통하는 공헌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울산항만공사(UPA, 사장 고상환)는 지난 24일 울산보훈지청에서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해 관내 보훈가족 분들에게 열무물김치 2000kg 전달식을 진행했다. 이 역시도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 활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UPA는 2014년부터 임직원이 함께 매년 여름 열무물김치 담그기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나눔을 실천해왔다. 그러던 중 2016년부터는 울산보훈지청과 협업해 지역 내 보훈가정을 대상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국가보훈대상자에 대한 예우 확대에 앞장서 왔다. 올해는 특히 지역 내 소외계층의 사회활동 지원 및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함과 동시에, UPA 임직원이 직접 보훈가정을 방문해 감사의 뜻을 전함으로써 보훈문화 확산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기부되는 열무물김치는 울산 지역의 보훈가정 400가구에 전달된다. UPA 역시 앞으로도 나라를 지키고자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은 이들의 발자취를 기억하고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밝힌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