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MBC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가 올해로 방송 31주년을 맞았다. 1975년 UN에서 ‘세계 여성의 해’를 선포하면서 임국희의 ‘여성살롱’이 탄생했고, 1988년 ‘여성시대’로 프로그램명이 바뀌면서 오랜 시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여성시대’는 시간이 흘러도 ‘여성’이라는 기조를 놓지 않고 있다. 때문에 수많은 라디오 프로그램 속에서도 ‘여성시대’만의 색깔을 확고히 하며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고, 전체 라디오 청취율 상위권에 드는 성적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은 단순히 ‘여성만’을 위해서 제작됐기 때문이 아니다. 성별과 나이의 구애 없이 누구나 흥미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넣어 대중성을 확보했다.
■ 누구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소통의 창구’
‘여성시대’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청취자들의 사연이다. 과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압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소통의 창구’로 통했다. 청취자는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고민과 사연을 털어놓으며 마음의 무게를 덜었다. ‘여성시대’가 해우소 역할을 한 것이다. 때문에 사연의 무게는 다른 라디오에 비해 무거웠고, 진중했다. 하지만 현재는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사연을 보내 다양한 주제의 사연이 소개되고 있다.
■ 사연을 통해 배움의 계기가 되는 ‘여성시大’
‘여성시대’는 청취자들 사이에서 ‘여성시大’로 불리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인생을 공부한다는 의미다. 양희은도 ‘여성시대’ 기자간담회에서 “‘여성시대’라는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몇 번씩 따면서 공부한 기분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을 통해 삶과 일상, 고민을 공유하며 깨달음을 얻고 함께 성장하고 있다.
사진=뷰어스DB
■ ‘여성시대’ 역사를 함께 한 진행자 양희은
양희은은 1999년 6월 7일 ‘여성시대’ 마이크를 잡은 뒤 현재까지 20년간 진행을 맡아오고 있다. 31년 역사의 약 3분의 2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여성시대’ 제작진에 따르면 양희은이 20년 동안 진행하는 동안 방송된 편지는 약 5만 8000통, 방송시간은 약 1만 4600시간이다.
라디오 성격과 생명은 진행자의 능력으로 크게 좌우된다. 사연이 주 무대가 되고 진행자는 전달자 역할을 하지만, 단순한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목소리로 ‘공감’과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는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 양희은은 사연을 무덤덤하게 전달하면서도 온기가 전달되는 따뜻한 말을 아끼지 않는다. 20년 동안 쌓아온 단단한 내공이 목소리에 드러나고,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묘한 힘을 지녔다.
■ ‘여성’시대만 있나 ‘남성’시대도 있다
‘여성시대’ 주 청취자는 여성만이 아니다. 남성들도 ‘여성시대’를 사랑하는 애청자다. 때문에 라디오 매일 코너에는 남자라서 느낀 애환과 남자라서 차마 하지 못한 말을 털어놓는 ‘남성시대’가 존재한다. 박금선 작가에 따르면 ‘남성시대’는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애환을 나누고 노고를 치하하려는 뜻에서 1990년대 중반에 코너를 개설했다. 2003년부터는 군대 이야기를 담은 ‘장용의 단결필승충성’이 ‘남성시대’ 목요일 코너로 추가돼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고뇌, 애환 등을 다루며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