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NEW 이야기가 아닌 사람을 선택했다. 성격 다른 두 형사의 대결에 초점을 맞춘 ‘비스트’는 인물의 내면으로 끊임없이 파고든다. 이정호 감독의 과감한 선택은 영화를 더욱 진하고, 깊게 만들었다.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은폐한 형사 한수(이성민 분)와 이를 눈치 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 분)의 쫓고 쫓기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여느 범죄 영화와 달리, 형사와 살인마의 대결을 그리지 않는다. 한수와 민태, 두 라이벌 형사가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끊임없이 수렁에 빠지는 과정을 진득하게 담으며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보통은 스토리를 먼저 짜는데 이번에는 인물에 중심을 뒀다. 두 형사의 관계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감정을 잘 쌓아야 했다. 시작돼서 거기서 서스펜스가 나온다고 생각을 했다. 영화 초반부터 두 사람의 입장과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너무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그러면서도 보는 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한수와 민태가 어떻게 라이벌이 됐는지, 또 왜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등 자세한 설명이 생략됐다. 때문에 영화가 불친절하고, 어렵다는 느낌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 감독의 의도였다. “영화에 안개와 갯벌이 많이 나온다. ‘비스트’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을 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질척하다. 한수와 민태는 승진이 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범인을 잡고 싶은 건가. 두 사람에게 똑같이 모호함이 주어진다. 낯설다거나 친절하지 않다는 건 이런 것 때문인 것 같다. 설명을 하거나 사연들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없으면 낯설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정해두고 싶지는 않았다.” 사진제공=NEW 원작인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를 본 뒤 느낀 감정과도 유사했다. 이 감독은 영화에 담긴 쓸쓸한 정서에 강한 인상을 받았고, 그 어떤 이야기보다 이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이 먼저라고 여겼다. “리메이크 제안을 받고, 그 영화를 처음 보게 됐는데, 2000대 초반 영화인데도 70년대 클래식 느와르 느낌이 나더라. 특히 영화 말미 두 형사가 서로에게 총을 겨눈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딱 한 단어로 규정이 될 수 없는 감정이지만 그 마음이 느껴졌다. 씁쓸함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원작과는 많이 변화를 하되 그 정서를 유지하려고 했다.”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정답이 없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 했고, 감정의 농도가 짙어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다. 액션 장면이 많아 체력적인 부담도 컸다.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경찰들이 살인마가 있는 아파트를 급습하는 장면이었다. 그게 촬영도 가장 길었다. 동선도 복잡하고, 스태프들도 힘들어했다. 차근차근 준비는 했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나오니까 시간이 걸리더라. 하지만 경찰서에서 한수와 민태의 시선이 엇갈리고 서로를 의심하며 서스펜스를 만드는 것이 더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많이 집중을 해야 했다. 동적인 게 아니라 정적인 것에서 긴장을 만들려고 하니 힘들었다. 드라마 부분 찍을 때 훨씬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세 작품을 함께한 이성민에 대한 믿음은 불안감을 상쇄해줬다. 특히 이성민이 감정이 폭발하는 클라이맥스에서 보여준 놀라운 연기에 거듭 감탄했다.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는 다들 숨을 못 쉬고 있었다. 감정 소모가 심한 신이라 효율성이 필요했다. 최대한 이성민의 분량을 뒤로 미루고, 시간 분배를 잘 하려고 했다. 실제로 그 장면을 찍고, 배우들, 스태프들이 모두 놀랐다. 계산해서 나올 수 있는 연기가 아니었다.” ②편으로 이어짐

[마주보기①] 이정호 감독 “‘비스트’는 안개·갯벌 같은 영화”

장수정 기자 승인 2019.07.01 15:25 | 최종 수정 2138.12.29 00:00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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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아닌 사람을 선택했다. 성격 다른 두 형사의 대결에 초점을 맞춘 ‘비스트’는 인물의 내면으로 끊임없이 파고든다. 이정호 감독의 과감한 선택은 영화를 더욱 진하고, 깊게 만들었다.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은폐한 형사 한수(이성민 분)와 이를 눈치 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 분)의 쫓고 쫓기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여느 범죄 영화와 달리, 형사와 살인마의 대결을 그리지 않는다. 한수와 민태, 두 라이벌 형사가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끊임없이 수렁에 빠지는 과정을 진득하게 담으며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보통은 스토리를 먼저 짜는데 이번에는 인물에 중심을 뒀다. 두 형사의 관계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감정을 잘 쌓아야 했다. 시작돼서 거기서 서스펜스가 나온다고 생각을 했다. 영화 초반부터 두 사람의 입장과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너무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그러면서도 보는 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한수와 민태가 어떻게 라이벌이 됐는지, 또 왜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등 자세한 설명이 생략됐다. 때문에 영화가 불친절하고, 어렵다는 느낌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 감독의 의도였다.

“영화에 안개와 갯벌이 많이 나온다. ‘비스트’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을 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질척하다. 한수와 민태는 승진이 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범인을 잡고 싶은 건가. 두 사람에게 똑같이 모호함이 주어진다. 낯설다거나 친절하지 않다는 건 이런 것 때문인 것 같다. 설명을 하거나 사연들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없으면 낯설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정해두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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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인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를 본 뒤 느낀 감정과도 유사했다. 이 감독은 영화에 담긴 쓸쓸한 정서에 강한 인상을 받았고, 그 어떤 이야기보다 이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이 먼저라고 여겼다.

“리메이크 제안을 받고, 그 영화를 처음 보게 됐는데, 2000대 초반 영화인데도 70년대 클래식 느와르 느낌이 나더라. 특히 영화 말미 두 형사가 서로에게 총을 겨눈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딱 한 단어로 규정이 될 수 없는 감정이지만 그 마음이 느껴졌다. 씁쓸함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원작과는 많이 변화를 하되 그 정서를 유지하려고 했다.”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정답이 없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 했고, 감정의 농도가 짙어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다. 액션 장면이 많아 체력적인 부담도 컸다.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경찰들이 살인마가 있는 아파트를 급습하는 장면이었다. 그게 촬영도 가장 길었다. 동선도 복잡하고, 스태프들도 힘들어했다. 차근차근 준비는 했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나오니까 시간이 걸리더라. 하지만 경찰서에서 한수와 민태의 시선이 엇갈리고 서로를 의심하며 서스펜스를 만드는 것이 더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많이 집중을 해야 했다. 동적인 게 아니라 정적인 것에서 긴장을 만들려고 하니 힘들었다. 드라마 부분 찍을 때 훨씬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세 작품을 함께한 이성민에 대한 믿음은 불안감을 상쇄해줬다. 특히 이성민이 감정이 폭발하는 클라이맥스에서 보여준 놀라운 연기에 거듭 감탄했다.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는 다들 숨을 못 쉬고 있었다. 감정 소모가 심한 신이라 효율성이 필요했다. 최대한 이성민의 분량을 뒤로 미루고, 시간 분배를 잘 하려고 했다. 실제로 그 장면을 찍고, 배우들, 스태프들이 모두 놀랐다. 계산해서 나올 수 있는 연기가 아니었다.”

②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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