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왼쪽), '기름 도둑'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은 에드가 니토 감독의 ‘기름도둑’이다. 가난한 홀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고등학생 랄로는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스마트폰을 사주기 위해 기름도둑 일당에 가담한다. 이들은 지하 파이프라인에 구멍을 뚫어 석유를 훔친다. 돈을 버는 기쁨은 잠시, 충격적인 상황을 접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영화 속 장면은 현재 멕시코 상황이다. 유가 폭등과 정치권과 공권력의 부패, 갱단의 폭력이 법 앞에 있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은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의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다. 이탈리아 나폴리에 사는 니콜라를 비롯한 열 명의 10대 소년들은 마약 사업을 돕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세력을 키운다. 돈을 벌어 총을 사들이고 어른들이 속한 조직을 잠식한다. 그런 과정에서 다른 구역과 갈등이 빚어지고,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진다. 영화적 허구가 더해지긴 했지만, 이 영화는 실제로 나폴리에서 일어난 일을 모티브로 삼았다. 두 영화는 세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첫째, 10대들이 주인공이다. 둘째, 성장 환경이 불안정하다. 셋째, 어른들은 아이들을 방관한다. 그리고 이 세 공통점을 묶으면 ‘무책임한 어른들이 만드는 위태로운 세상에서 10대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결론을 이른다. 극 중 아이들은 순진하거나 어리숙하다. ‘기름도둑’의 랄로는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스마트폰을 사주기 위해 위험한 일에 뛰어든다. ‘나폴리: 작은 갱의 도시’의 니콜라는 클럽 출입에서 무시당한 후, 돈에 대한 애착을 보인다. 이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 주는 어른은 없다. 간혹 그들에게 다가간 어른들은 무기력하다. 이 두 영화의 10대를 보면서 한국의 10대가 떠올랐다. 랄로와 니콜라가 처한 환경과 비교하면 한국은 ‘나름’ 좋은 환경이다. 총을 들고 다니며 무자비하게 쏘는 갱단도 없고, (사익만 탐하는 이들이긴 해도) 불안한 정치 환경도 아니다. 하지만, 두 영화의 세 공통점을 묶은 ‘무책임한 어른들이 만드는 위태로운 세상에서 10대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결론은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유효하다. 적지 않은 10대가 이 불안한 상황에서 성장기를 지나가고 있다. 멕시코, 이탈리아의 10대처럼, 이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극복 혹은 수긍하며 살고 있을 뿐이다. 영화가 끝난 후, 범죄를 저지르고 사람을 죽인 랄로와 니콜라가 아닌, 어른들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졌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한국의 어른들을 봤다. 총을 건네지는 않았지만, ‘혐오’와 ‘경쟁’의 프레임을 건넨 이들 말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10대를 위한 교육과 환경을 아무렇지도 않게 망치는 이들 말이다.  한국의 10대는 과연 저들보다 행복할까.

[유명준의 시선] 전주의 ‘갱’?부천의 ‘기름도둑’…韓‘ 10대’는 행복한가

유명준 기자 승인 2019.07.02 09:44 | 최종 수정 2138.12.31 00:00 의견 0
사진='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왼쪽), '기름 도둑'
사진='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왼쪽), '기름 도둑'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은 에드가 니토 감독의 ‘기름도둑’이다. 가난한 홀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고등학생 랄로는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스마트폰을 사주기 위해 기름도둑 일당에 가담한다. 이들은 지하 파이프라인에 구멍을 뚫어 석유를 훔친다. 돈을 버는 기쁨은 잠시, 충격적인 상황을 접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영화 속 장면은 현재 멕시코 상황이다. 유가 폭등과 정치권과 공권력의 부패, 갱단의 폭력이 법 앞에 있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은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의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다. 이탈리아 나폴리에 사는 니콜라를 비롯한 열 명의 10대 소년들은 마약 사업을 돕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세력을 키운다. 돈을 벌어 총을 사들이고 어른들이 속한 조직을 잠식한다. 그런 과정에서 다른 구역과 갈등이 빚어지고,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진다. 영화적 허구가 더해지긴 했지만, 이 영화는 실제로 나폴리에서 일어난 일을 모티브로 삼았다.

두 영화는 세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첫째, 10대들이 주인공이다. 둘째, 성장 환경이 불안정하다. 셋째, 어른들은 아이들을 방관한다. 그리고 이 세 공통점을 묶으면 ‘무책임한 어른들이 만드는 위태로운 세상에서 10대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결론을 이른다.

극 중 아이들은 순진하거나 어리숙하다. ‘기름도둑’의 랄로는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스마트폰을 사주기 위해 위험한 일에 뛰어든다. ‘나폴리: 작은 갱의 도시’의 니콜라는 클럽 출입에서 무시당한 후, 돈에 대한 애착을 보인다. 이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 주는 어른은 없다. 간혹 그들에게 다가간 어른들은 무기력하다.

이 두 영화의 10대를 보면서 한국의 10대가 떠올랐다. 랄로와 니콜라가 처한 환경과 비교하면 한국은 ‘나름’ 좋은 환경이다. 총을 들고 다니며 무자비하게 쏘는 갱단도 없고, (사익만 탐하는 이들이긴 해도) 불안한 정치 환경도 아니다. 하지만, 두 영화의 세 공통점을 묶은 ‘무책임한 어른들이 만드는 위태로운 세상에서 10대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결론은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유효하다. 적지 않은 10대가 이 불안한 상황에서 성장기를 지나가고 있다. 멕시코, 이탈리아의 10대처럼, 이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극복 혹은 수긍하며 살고 있을 뿐이다.

영화가 끝난 후, 범죄를 저지르고 사람을 죽인 랄로와 니콜라가 아닌, 어른들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졌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한국의 어른들을 봤다. 총을 건네지는 않았지만, ‘혐오’와 ‘경쟁’의 프레임을 건넨 이들 말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10대를 위한 교육과 환경을 아무렇지도 않게 망치는 이들 말이다.  한국의 10대는 과연 저들보다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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