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기방도령' 스틸 조선시대 남자 기생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재미는 있다. 그러나 이준호를 비롯해 정소민, 최귀화, 예지원 등 배우들의 활약에만 기댄 ‘기방도령’은 그들이 펼치는 능숙한 코믹 연기가 주는 웃음 외에는 의미도, 감동도 남기지 못했다. ■ Strength(강점) 은장도를 품고 밤을 지새우던 열녀들이 유흥을 즐기기 위해 연풍각으로 향하는 이색적인 그림이 영화에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아버지도 누군지 모른 채 기생들의 틈에서 자란 허색은 출세 길이 막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러던 중 자신의 장기를 살려 남자 기생이 되고, 여인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유명세를 떨친다는 설정 자체가 조선시대 부조리를 제대로 비꼬는 장치가 된다. 반상의 구분 없이 사람을 대하는 몰락한 양반가의 딸 혜원(정소민 분)과 아버지도 누군지 모른 채 기생들의 틈에서 자란 허색(이준호 분)의 풋풋한 로맨스도 영화의 주제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 Weakness(약점) 하지만 초반 열녀당 앞에서 부조리함을 비꼬던 혜원은 과거에 매년 낙방하는 오빠를 돕느라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는 전형적인 조선시대 여성상을 보여준다. 그가 몸종인 알순(고나희 분)을 진짜 가족처럼 여기는 부분에서 열린 사고방식이 묻어나기는 하지만, 초반 보여줬던 전복적인 모습은 중반 이후 완전히 상실된다. 사진=영화 '기방도령' 스틸   혜원과 허색의 닿을 수 없는 애틋한 로맨스가 부각되면서 남자 기생이라는 설정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설정의 전환으로 부조리를 짚어내겠다는 초반 의도는 모두 사라지고, 두 사람의 비극적인 로맨스가 부각돼 영화의 의도 자체에 물음표를 남긴다. ■ Opportunity(기회)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는 ‘진범’이다. 스릴러 장르인 만큼 묵직한 분위기로 전개된다. ‘기방도령’은 코믹 사극이라는 점에서 유쾌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적역이다. B급 코미디라는 콘셉트도 확실해 마니아들의 호응을 부를 수 있다. ■ Threat(위협) 이준호는 첫 스크린 타이틀롤을 맡아 시험대에 올랐다. 그를 뒷받침하는 정소민, 최귀화, 예지원 또한 연기력은 뛰어나지만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들은 아니다. 마블, 디즈니 영화라는 쟁쟁한 경쟁작들을 뚫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방도령’은 10일 개봉한다.

[신작 SOWT 리뷰] ‘기방도령’, 이준호→최귀화 매력에만 기댄 안일함

장수정 기자 승인 2019.07.05 15:37 | 최종 수정 2139.01.06 00:00 의견 0
사진=영화 '기방도령' 스틸
사진=영화 '기방도령' 스틸

조선시대 남자 기생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재미는 있다. 그러나 이준호를 비롯해 정소민, 최귀화, 예지원 등 배우들의 활약에만 기댄 ‘기방도령’은 그들이 펼치는 능숙한 코믹 연기가 주는 웃음 외에는 의미도, 감동도 남기지 못했다.

■ Strength(강점)

은장도를 품고 밤을 지새우던 열녀들이 유흥을 즐기기 위해 연풍각으로 향하는 이색적인 그림이 영화에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아버지도 누군지 모른 채 기생들의 틈에서 자란 허색은 출세 길이 막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러던 중 자신의 장기를 살려 남자 기생이 되고, 여인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유명세를 떨친다는 설정 자체가 조선시대 부조리를 제대로 비꼬는 장치가 된다.

반상의 구분 없이 사람을 대하는 몰락한 양반가의 딸 혜원(정소민 분)과 아버지도 누군지 모른 채 기생들의 틈에서 자란 허색(이준호 분)의 풋풋한 로맨스도 영화의 주제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 Weakness(약점)

하지만 초반 열녀당 앞에서 부조리함을 비꼬던 혜원은 과거에 매년 낙방하는 오빠를 돕느라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는 전형적인 조선시대 여성상을 보여준다. 그가 몸종인 알순(고나희 분)을 진짜 가족처럼 여기는 부분에서 열린 사고방식이 묻어나기는 하지만, 초반 보여줬던 전복적인 모습은 중반 이후 완전히 상실된다.

사진=영화 '기방도령' 스틸
사진=영화 '기방도령' 스틸

 

혜원과 허색의 닿을 수 없는 애틋한 로맨스가 부각되면서 남자 기생이라는 설정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설정의 전환으로 부조리를 짚어내겠다는 초반 의도는 모두 사라지고, 두 사람의 비극적인 로맨스가 부각돼 영화의 의도 자체에 물음표를 남긴다.

■ Opportunity(기회)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는 ‘진범’이다. 스릴러 장르인 만큼 묵직한 분위기로 전개된다. ‘기방도령’은 코믹 사극이라는 점에서 유쾌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적역이다. B급 코미디라는 콘셉트도 확실해 마니아들의 호응을 부를 수 있다.

■ Threat(위협)

이준호는 첫 스크린 타이틀롤을 맡아 시험대에 올랐다. 그를 뒷받침하는 정소민, 최귀화, 예지원 또한 연기력은 뛰어나지만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들은 아니다. 마블, 디즈니 영화라는 쟁쟁한 경쟁작들을 뚫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방도령’은 1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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