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악화, 계층 간 격차 심화, 노령화…다양한 사회현상들이 사회공헌의 필요성과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각기 다른 상황에 걸맞는 실질적 도움보다는 천편일률적 방식들이 대다수란 지적이 나옵니다. 정책 역시 미비하거나 아예 정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죠.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습니다.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들 역시 보고 듣고 배우는 것과 비례할 겁니다. 이에 뷰어스는 [아는 것이 힘]을 통해 다양한 해외 사회공헌 활동들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활동 및 정책들을 살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사진=기브 백 박스 영상 캡처 우리가 온라인상으로 주문하는 모든 물품은 택배박스에 담겨 옵니다. 오죠. 지금은 바뀌었지만 어떤 업체의 경우는 여러 물품을 한번에 주문해도 정성스럽게 각각 박스포장을 해서 한때 ‘좀 낭비다’ 싶은 적도 있었습니다. 모든 택배박스의 운명은 쓰레기장이니까요. 원하는 물품을 꺼낸 후 딱히 재활용할 일이 없다면 박스들은 분리수거장이 최후의 목적지가 됩니다.  한 신발 쇼핑몰 운영자가 택배박스의 운명을 바꿉니다. 바로 ‘기브 백 박스’(주고받는 박스·Give Back Box)를 통해서요. 미국 시카고에서 길을 걸어가던 여성 신발 쇼핑몰 운영자 모니카 웰라는 운명과도 같은 문구를 보게 됩니다. 더러운 차림새의 노숙자가 든 팻말에는 ‘신발이 필요해요’라는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우연이었던 데다 노숙자의 구걸인지라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었을 상황이었지만 웰라는 자신이 뭘 도울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후 신발을 구해왔지만 그는 사라지고 없었죠. 웰라의 뇌리에 남아 있던 노숙자. 웰라는 그날 밤 창고에 있던 빈 상자들을 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매년 1100만톤의 의류, 신발, 침구 등이 미국 매립지에 쌓인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쇼핑몰에서 소비자에 배송되는 택배 박스에 문구를 추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진=기브 백 박스 영상 캡처 “예쁜 신발 잘 받으셨나요? 당신의 헌 신발을 꼭 필요한 사람을 위해 보내주세요” 결과는 웰라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웰라는 소비자들의 항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웰라가 받은 건 수십 개의 택배 박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헌신발들이었습니다. 이후 웰라는 이 택배박스 아이디어를 캠페인 사업으로 확대했습니다. 2012년 ‘기브 백 박스’를 설립하고 같은 이름의 기부 상자를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보내는 쇼핑몰 전용 택배 상자로 사용하기 시작한 거죠. 소비자들이 상품을 주문하면 상품과 함께 배송 라벨이 동봉됩니다. 택배를 받은 소비자들은 상품과 함께 라벨을 꺼낸 뒤에 빈 박스에 신발 뿐 아니라 헌 옷이나 아직 쓸만하지만 더 이상 쓰지 않는 가정용품 등을 넣습니다. 이후 해야 할 일은 동봉됐던 라벨을 붙이고 정해진 픽업 장소에 두는 것이지요. 현지 자선 단체들은 라벨 추적 시스템 덕에 상자를 수령하고 이를 스캔할 때 기부자에게 세금 영수증도 함께 발급해줍니다. 이후 ‘기브 백 박스’는 다시 새로운 상품구매와 그들의 기부를 위해 재활용된답니다. 무엇보다 이같은 방법은 소비자들에게도 무척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새 신발을 꺼낸 박스에 그동안 신지 않았던, 낡아 버려도 됐던 신발들을 돌려 보내는 일은 무척 간단합니다. 신발장을 떡하니 차지하고 좀처럼 버리기도 신기도 애매한 헌 신발도 많겠지만 이를 버릴라 치면 부피가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쓰레기에 속합니다. 사실상 내겐 애물단지인데 상자에 넣어 보내기만 하면 좋은 일에 쓰인다니 이를 마다하기보다는 반가워한 사람들이 많았던 거죠. 이와 더불어 소비자 겸 기부자가 직접 자선 단체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기브 백 박스 영상 캡처 취지는 좋은데 배송비로 자선사업하는 게 낫겠다고요? 걱정마세요. 기브 백 박스는 영리하게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기브 백 박스’는 배송업체 광고지를 택배 박스에 넣는 방식을 통해 배송비를 홍보비로 대체했습니다. ‘기브 백 박스’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는 업체도, 기부자도 부담없이 기부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죠. 미 LA 헐리우드에 설립돼 있는 ‘기브 백 박스’. 이들의 캠페인에 동참하는 업체들만 해도 아마존, 리바이스, 바나나 리퍼블릭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업체들이 기꺼이 손을 보태고 있습니다. ‘기브 백 박스’는 가장 행복한 택배박스의 재활용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소비자들은 재활용 수거 비용을 내거나 쓰레기를 배출하는 대신 좋은 일을 하며 옷장, 신발장 등 집안도 정리합니다. 쓰레기가 줄어 환경에 일조하게 됐고, 보다 많은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기브 백 박스’ 시스템으로 각 담당자 등 다양한 일자리들도 탄생했습니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를 위한 새로운 재활용 아이디어였던 셈입니다. 지금껏 택배박스의 최후는 쓰레기였습니다. 너무 당연하고 확고한 운명이었죠. 아파트나 집 근처, 회사 건물 분리수거장엔 늘 택배박스가 넘쳐납니다. 만들어진 순간부터 확정적 쓰레기였던 택배박스가 한 사람의 생각 덕에 이처럼 우리 사는 사회에 기여하게 됐습니다. 더불어 사는 삶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타적 진심과 생각의 전환만으로 제2, 제 3의 모니카 웰라, ‘기브 백 박스’보다 기발한 사업들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아는 것이 힘] 노숙자 한마디에…택배상자의 운명을 바꾼 여성

문다영 기자 승인 2019.07.21 21:43 | 최종 수정 2139.02.07 00:00 의견 0

경제 악화, 계층 간 격차 심화, 노령화…다양한 사회현상들이 사회공헌의 필요성과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각기 다른 상황에 걸맞는 실질적 도움보다는 천편일률적 방식들이 대다수란 지적이 나옵니다. 정책 역시 미비하거나 아예 정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죠.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습니다.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들 역시 보고 듣고 배우는 것과 비례할 겁니다. 이에 뷰어스는 [아는 것이 힘]을 통해 다양한 해외 사회공헌 활동들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활동 및 정책들을 살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사진=기브 백 박스 영상 캡처
사진=기브 백 박스 영상 캡처

우리가 온라인상으로 주문하는 모든 물품은 택배박스에 담겨 옵니다. 오죠. 지금은 바뀌었지만 어떤 업체의 경우는 여러 물품을 한번에 주문해도 정성스럽게 각각 박스포장을 해서 한때 ‘좀 낭비다’ 싶은 적도 있었습니다. 모든 택배박스의 운명은 쓰레기장이니까요. 원하는 물품을 꺼낸 후 딱히 재활용할 일이 없다면 박스들은 분리수거장이 최후의 목적지가 됩니다. 

한 신발 쇼핑몰 운영자가 택배박스의 운명을 바꿉니다. 바로 ‘기브 백 박스’(주고받는 박스·Give Back Box)를 통해서요.

미국 시카고에서 길을 걸어가던 여성 신발 쇼핑몰 운영자 모니카 웰라는 운명과도 같은 문구를 보게 됩니다. 더러운 차림새의 노숙자가 든 팻말에는 ‘신발이 필요해요’라는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우연이었던 데다 노숙자의 구걸인지라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었을 상황이었지만 웰라는 자신이 뭘 도울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후 신발을 구해왔지만 그는 사라지고 없었죠. 웰라의 뇌리에 남아 있던 노숙자. 웰라는 그날 밤 창고에 있던 빈 상자들을 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매년 1100만톤의 의류, 신발, 침구 등이 미국 매립지에 쌓인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쇼핑몰에서 소비자에 배송되는 택배 박스에 문구를 추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진=기브 백 박스 영상 캡처
사진=기브 백 박스 영상 캡처

“예쁜 신발 잘 받으셨나요? 당신의 헌 신발을 꼭 필요한 사람을 위해 보내주세요”

결과는 웰라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웰라는 소비자들의 항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웰라가 받은 건 수십 개의 택배 박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헌신발들이었습니다.

이후 웰라는 이 택배박스 아이디어를 캠페인 사업으로 확대했습니다. 2012년 ‘기브 백 박스’를 설립하고 같은 이름의 기부 상자를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보내는 쇼핑몰 전용 택배 상자로 사용하기 시작한 거죠. 소비자들이 상품을 주문하면 상품과 함께 배송 라벨이 동봉됩니다. 택배를 받은 소비자들은 상품과 함께 라벨을 꺼낸 뒤에 빈 박스에 신발 뿐 아니라 헌 옷이나 아직 쓸만하지만 더 이상 쓰지 않는 가정용품 등을 넣습니다. 이후 해야 할 일은 동봉됐던 라벨을 붙이고 정해진 픽업 장소에 두는 것이지요. 현지 자선 단체들은 라벨 추적 시스템 덕에 상자를 수령하고 이를 스캔할 때 기부자에게 세금 영수증도 함께 발급해줍니다. 이후 ‘기브 백 박스’는 다시 새로운 상품구매와 그들의 기부를 위해 재활용된답니다.

무엇보다 이같은 방법은 소비자들에게도 무척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새 신발을 꺼낸 박스에 그동안 신지 않았던, 낡아 버려도 됐던 신발들을 돌려 보내는 일은 무척 간단합니다. 신발장을 떡하니 차지하고 좀처럼 버리기도 신기도 애매한 헌 신발도 많겠지만 이를 버릴라 치면 부피가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쓰레기에 속합니다. 사실상 내겐 애물단지인데 상자에 넣어 보내기만 하면 좋은 일에 쓰인다니 이를 마다하기보다는 반가워한 사람들이 많았던 거죠. 이와 더불어 소비자 겸 기부자가 직접 자선 단체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기브 백 박스 영상 캡처
사진=기브 백 박스 영상 캡처

취지는 좋은데 배송비로 자선사업하는 게 낫겠다고요? 걱정마세요. 기브 백 박스는 영리하게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기브 백 박스’는 배송업체 광고지를 택배 박스에 넣는 방식을 통해 배송비를 홍보비로 대체했습니다. ‘기브 백 박스’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는 업체도, 기부자도 부담없이 기부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죠.

미 LA 헐리우드에 설립돼 있는 ‘기브 백 박스’. 이들의 캠페인에 동참하는 업체들만 해도 아마존, 리바이스, 바나나 리퍼블릭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업체들이 기꺼이 손을 보태고 있습니다.

‘기브 백 박스’는 가장 행복한 택배박스의 재활용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소비자들은 재활용 수거 비용을 내거나 쓰레기를 배출하는 대신 좋은 일을 하며 옷장, 신발장 등 집안도 정리합니다. 쓰레기가 줄어 환경에 일조하게 됐고, 보다 많은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기브 백 박스’ 시스템으로 각 담당자 등 다양한 일자리들도 탄생했습니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를 위한 새로운 재활용 아이디어였던 셈입니다.

지금껏 택배박스의 최후는 쓰레기였습니다. 너무 당연하고 확고한 운명이었죠. 아파트나 집 근처, 회사 건물 분리수거장엔 늘 택배박스가 넘쳐납니다. 만들어진 순간부터 확정적 쓰레기였던 택배박스가 한 사람의 생각 덕에 이처럼 우리 사는 사회에 기여하게 됐습니다. 더불어 사는 삶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타적 진심과 생각의 전환만으로 제2, 제 3의 모니카 웰라, ‘기브 백 박스’보다 기발한 사업들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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