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포스터
보는 이들의 마음을 확 뚫어주는 뮤지컬이 관객들을 찾았다. 꽹과리, 북, 장구 소리에 신명나는 춤사위가 벌어져 보는 내내 어깨춤이 덩실덩실 춰지고 배우들의 말장난은 웃음 포인트다.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이하: ‘스웨그에이지’) 이야기다.
‘스웨그에이지’는 국가이념이 ‘시조’인 상상 속 조선에서, 삶의 고난과 역경을 시조로 풀어내는 민초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상상 속 조선의 모습이지만, 마치 우리네 모습을 본 듯 공감대가 형성된다. ‘시조’라 명명하지만, 운율과 라임이 살아있어 마치 랩을 연상케 해 지루하지 않다. 한국적인 가락이 펼쳐지면서 리듬은 현대적이다. 동시에 한국전통적 무용의 아름다움과 힙합의 파워풀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남녀노소가 즐기기에 더없이 신나는 이유다.
배우들의 의상도 볼거리다. 우리가 흔하게 접한 전통의복이 아닌, 현대복과 적절히 믹스매치 됐다. 상의 하의 모두 한복을 연상케 하지만, 액세서리와 스니커즈로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했다.
특히 ‘스웨그에이지’는 새로운 창작진들이 대거 출연해 눈길을 모은다. 의상디자인, 음향 감독 등은 오래 활동을 한 창작진이지만, 작가, 연출, 음악감독, 안무 감독, 무대 감독부터 프로듀서까지 모두 새 얼굴이다. 제작사 역시 뮤지컬 배우 김선영, 홍광호, 조정은, 윤공주 등이 소속된 PL엔터테인먼트다. 대표 송혜선의 첫 프로듀서 작품이다. 패기 넘치는 90년대 젊은 창작진들과 20, 30년 활동 경력의 베테랑 창작진들의 조합이 작품에 잘 묻어난다.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흥(興)과 한(恨)을 자극한다. 단 역의 이휘종은 세밀한 감정 표현으로, 역적의 자식으로 불리는 침통함을 생생하게 그렸다. “난 후레자식이야”라고 소리 지르며 자신 만의 시조를 자유롭게 풀어내는 그의 모습은 웃음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진 역의 김수연은 신명나게 시조를 읊어낼 때는 더 없이 신나 보이더니 자신이 주어진 삶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코가 빨개질 정도로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무대 위 예쁜(?)모습을 망각한 채 작품에 빠져든 김수연의 연기는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기 충분했다.
억압 받는 삶을 사는 백성들은 가슴 속의 응어리를 시조를 매개체로 풀어내고, 하나가 된다. 한을 신명나는 놀이로 승화시켜 소리로 분출해, 웃음과 동시에 눈물을 자극한다.
‘백성’이라고 칭하는 배우들의 부름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그들의 목소리가 왕에게 닿았을 때는 내 일 마냥 눈물이 나온다. 무대만 밝게 비추는 일반적인 무대와 달리 ‘스웨그에이지’는 관객석까지 환하게 비추기 때문이다. 이는 관객을 순식간에 조선시대 백성으로 만들어 버리는 힘이 됐다.
후레자식이라고 손가락질 받지만 자유롭게 시조를 읊는 단 역은 이준영, 양희준, 이휘종이 맡고, 조선제일의 시조꾼이지만 출생의 비밀은 안은 진 역은 김수하, 김수연이 분한다. 8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