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김복동' 스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다룬 ‘김복동’이 담담하지만, 진심 어린 태도로 그 여정을 따라갔다. 영화 제작에 함께한 이들은 언론시사회 직후 할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뜻을 다시금 되새겼다.
‘김복동’은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 간의 여정을 담은 감동 다큐멘터리로 8월 8일 개봉한다.
24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김복동’ 언론시사회에서는 송원근 감독이 영화의 의도에 대해 “김복동 할머니가 피해자로만 살다가 가신게 아니라, 피해자를 넘어서 인권 운동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버리다 시피 하면서 싸우다 가셨다. 여기에 나는 암 말기까지 처절하게 싸우신 할머니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하셨는지 찾고 싶었다“고 했다.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표는 이 영화의 의미에 대해 “‘김복동’을 전 세계에서 많이 봤으면 한다. 우리는 할머니가 저렇게 치열하게 싸울 때 어디 있었나, 피해 당사자들이 처절하게 해외를 다니며 싸울 때 우리 정부, 국민들은 어디에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으면 한다. 모두가 책임감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시민들도 꼭 봐줬으면 한다. 피해자들의 증언을 가짜라고 말하고, 폄훼하며 명예를 훼손한 우익들의 목소리도 영화를 통해 다시 봤으면 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다른 분쟁의 피해자들도 봤으면 한다. 불어, 스페인어로 번역해 영화를 만들어 우간다나 나이지리아, 콩고 등의 여성들이 이 영화를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 김복동 할머니가 누리지 못한 편안함을 그들이라도 누렸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사진=영화 '김복동' 스틸
영화 제작, 촬영을 함께한 송 감독과 윤 대표, 미디어몽구는 김복동 할머니를 회상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송 감독은 영화 속 김복동 할머니가 손을 씻는 장면과 목걸이, 반지 착용 장면 등이 길게 포착된 것에 대해 “할머니가 씻고 싶었던 과거의 생각들이 행동으로 표현된 것 같다. 늘 손을 오래 씻으셨다. 그 행동 자체가 마음을 표현하는 행동이라고 여겼다. 외출을 하실 때는 항상 옷을 정갈하게 입으시고, 좋은 옷을 입으신다.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일 수 있도록 신경 쓰셨다.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김복동이라는 할머니가 이런 분이라는 걸 설명하고 싶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윤 대표는 할머니의 성향에 대해 “진주 목걸이가 보이는데, 그 끝에 절 표시가 있다. 할머니가 주로 위안부 문제로 누군가를 만나 인터뷰를 한다던가, 손님을 만날 때는 나비 목걸이를 착용하신다. 비행기를 타고 긴 여정을 가실 때에는 절 표시가 있는 목걸이를 착용해 마음의 위안을 받으셨다”라며 “반지에도 의미가 다 있다. 의미까지 대동해서 외출을 하시는 것이다. 모든 행동에 의미가 있을 정도로 매사가 정갈하고 깔끔한 분이셨다”고 했다.
촬영을 담당한 미디어몽구는 “할머니를 늘 손주처럼 대해주셨다. 실제로도 많이 챙겨주셨다. 캠페인을 다녀오시면 선물을 사오시고, 내가 필요한 걸 말하지 않아도 알고 선물을 해주셨다”고 할머니를 회상했다. 병상의 할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진짜 살고 싶어하셨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죽기 싫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들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다”라며 울먹였다.
윤 대표는 할머니는 지난 1월 돌아가셨지만, 그 뜻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복동 할머니가 1월 돌아가신 이후, 많은 활동가들이 한동안 할머니 방에서 지냈다. 할머니가 떠나신 이후에 캠페인을 혼자 다니고 있는데, ‘할머니가 함께 했다면, 그분은 어떻게 이야기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라며 “다양한 방법으로 김복동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복동의 희망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의 지원을 하며 뜻을 이어가고 싶다. 상처 입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보내셨기 때문에 우간다 내전에서 성폭행 피해를 입은 생존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김복동 센터를 건립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