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이 인상적이었던 선미의 노래 가사처럼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 넷플릭스에 봐야겠다고 리스트해 놓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한 가득이고, 최근 오픈해 핫한 백종원 씨의 유튜브 영상 하나 보다 보니 그 밑에 연관되어 있는 이러저러 영상들에 다시금 혼이 팔려 2시간은 기본으로 지나가고, 한판만 하겠다고 시작한 핸드폰 퍼즐게임은 하트 5개가 다 없어질때까지 하다, 한참 레벨업 시키고 있는 캐릭터가 아른거려 주말에만 하겠다고 마음먹은 RPG게임 하나를 슬쩍 열었다가 5분마다 쳐다보며 플레이하고 있는 와중, 새 알림으로 BTS 지민이가 라이브를 시작한다고 해서 즉시 V Live 앱을 켜서 거의 한 시간을 흐뭇하게 이모팬의 마음으로 쳐다보다 보니, 한참 재밌다는 WWW 드라마도 못보고, 즐겨찾기 리스트가 가득인 웹툰 한편 못 펼쳐보고, 궁금해 미치겠는 연예인 구속 사건과 일본 제품 보이콧 관련 뉴스는 제대로 읽어 보지고 못하고 여러 아쉬움에 잠을 청한다. 핸드폰과 맞춤형 앱(APP)에 익숙해져 있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매일 경험하고 공감하는 사안이라 생각된다. 즐길거리는 너무나 많고, 콘텐츠도 헤아릴 수 없이 쏟아지다 보니 무엇이 있는지 파악이 되지도 않고 무엇을 봐야 하는지 정신이 혼미해질 즈음, 세상이 좋아져 지난 내 검색, 그간의 이용 히스토리를 분석해 척척 추천해주는 리스트에 감사해지다가도 그것마저 다 못보고 대부분은 ‘나중에 시간되면 봐야지’ 라며 미뤄뒀다 결국엔 또 새로 나온 핫한 콘텐츠에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 TV 채널이 3~4개 밖에 없던 시절과는 판이하게 다른 세상이 되었다. 선택이랄 것도 없이 테이프나 CD에 담겨진 10여개 남짓한 곡들을 무한 반복해 듣던 내 어린날이 무색해진다. 2년전 기준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 채널이 현재는 900여개이며, 1분마다 72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고, 300만개의 콘텐츠를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공유하며, 매일 23만장의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게재된다고 한다. 매년 9000만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생성되고 2011년에는 이틀에 한번 꼴로 5엑사바이트 (지구의 탄생부터 2003년까지 인간의 입에서 나온 모든말을 저장할 수 있는 양) 의 콘텐츠가 생성되었다고 하니… 더 많은 플랫폼과 정보 전달의 속도가 빨라진 지금은 오히려 책정 가능한 ‘단위’를 만들어내는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콘텐츠의 미래 - 마라트 아난드) 그러다 보니 기업을 비롯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수많은 시간, 노력, 돈을 들여 만들어낸 ‘콘텐츠’에 얼마나 오랫동안 소비자들을 붙잡아 놓을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되었다. 소비자들의 눈에 걸리게 하는 것 자체도 힘겹지만, 일단 추천 자료에 걸리도록 애쓰고, 돈을 들여 눈에 띄는 스팟에 배치시켜 설사 그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을지라도, 더 새롭고 더 좋은 콘텐츠들이 일촉즉발로 그 관심을 위협한다. 이것은 단지 비슷한 콘텐츠끼리 만의 문제는 아니다. 게임 회사의 경쟁사는 유사 장르의 게임을 만드는 타 게임회사만이 아니라 넷플릭스 같은 영상 플랫폼이 더 강한 경쟁자일 수 있다. 넷플릭스의 영상을 보느라 게임을 즐기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넷플릭스에게도 마찬가지인 문제이다. 소비자의 콘텐츠 소비가 돈이 되는 사업 구조에서 그 소비를 할 시간을 뺏는 것이다. 일종의 파이 싸움이랄까. 범람하는 콘텐츠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기꺼이 제공한 온갖 개인 정보들로 친절하게 제공되는 나만의 맞춤형 추천 프로그램에 점점 의지하게 되는 소비자도 혼란스럽고, 그 개인까지 시시각각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빠르게 또 다른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야 하거나, 혹은 생산된 콘텐츠에 최대한 오래 소비자를 붙잡아 놓기 위한 방안을 쉬지 않고 생각해야 하니 미칠 노릇일 것이다. 플랫폼의 경우 시장에의 빠른 선점이 네트워크 효과 덕을 톡톡히 보며 성공의 열쇠가 되지만, 콘텐츠는 선점과는 거리가 있다. 게임회사에 재직 중인 본인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게임들 사이의 경쟁을 눈앞에서 날마다 지켜보다 보니, 그래도 오랜 기간 잊혀 지지 않고 꾸준한 플레이를 유지시키며, 떠났더라도 다시 돌아오는 게임들의 특성을 보게 된다. 교과서적인 말이긴 하지만, 게임 플레이 자체 만에서 끝나지 않고 탄탄하게 짜여진 세계관, 스토리, 브랜드를 잊혀지지 않게 하는 다양한 소비자 접점 채널들 등등 오랜 기간 많은 투자로 이루어진 탄탄한 IP(Intellectual Property)자체라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드는 의문은, 이러한 IP도 이제 범람하고 있다는 게 문제이다. 과연 어떠한 해결 방책을 각 제작 주체들이 가지고 나올지 알수없는 노릇이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추천 콘텐츠들을 걸러 또 한번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이 생겨야 할지, 그 추천 프로그램들은 정말 각각의 소비자에게 걸맞고, 믿을만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정말 추천해주는 게 맞는지 말이다. 궁극적으로, 이제 더 이상 소비자가 주체가 아닌 보여지는 추천에 끌려 다녀야 하며 그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피동적인 자아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콘텐츠 소비의 주체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이 짧게 지나감이 아쉽다. 24시간이 모자라다.

[오팀장의 별별엔터테인먼트] 내 시간을 뺏는 ‘콘텐츠 범람’, 너희는 누구냐

오경하 승인 2019.07.30 10:23 | 최종 수정 2139.02.25 00:00 의견 0

 

춤이 인상적이었던 선미의 노래 가사처럼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 넷플릭스에 봐야겠다고 리스트해 놓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한 가득이고, 최근 오픈해 핫한 백종원 씨의 유튜브 영상 하나 보다 보니 그 밑에 연관되어 있는 이러저러 영상들에 다시금 혼이 팔려 2시간은 기본으로 지나가고, 한판만 하겠다고 시작한 핸드폰 퍼즐게임은 하트 5개가 다 없어질때까지 하다, 한참 레벨업 시키고 있는 캐릭터가 아른거려 주말에만 하겠다고 마음먹은 RPG게임 하나를 슬쩍 열었다가 5분마다 쳐다보며 플레이하고 있는 와중, 새 알림으로 BTS 지민이가 라이브를 시작한다고 해서 즉시 V Live 앱을 켜서 거의 한 시간을 흐뭇하게 이모팬의 마음으로 쳐다보다 보니, 한참 재밌다는 WWW 드라마도 못보고, 즐겨찾기 리스트가 가득인 웹툰 한편 못 펼쳐보고, 궁금해 미치겠는 연예인 구속 사건과 일본 제품 보이콧 관련 뉴스는 제대로 읽어 보지고 못하고 여러 아쉬움에 잠을 청한다.

핸드폰과 맞춤형 앱(APP)에 익숙해져 있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매일 경험하고 공감하는 사안이라 생각된다. 즐길거리는 너무나 많고, 콘텐츠도 헤아릴 수 없이 쏟아지다 보니 무엇이 있는지 파악이 되지도 않고 무엇을 봐야 하는지 정신이 혼미해질 즈음, 세상이 좋아져 지난 내 검색, 그간의 이용 히스토리를 분석해 척척 추천해주는 리스트에 감사해지다가도 그것마저 다 못보고 대부분은 ‘나중에 시간되면 봐야지’ 라며 미뤄뒀다 결국엔 또 새로 나온 핫한 콘텐츠에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

TV 채널이 3~4개 밖에 없던 시절과는 판이하게 다른 세상이 되었다. 선택이랄 것도 없이 테이프나 CD에 담겨진 10여개 남짓한 곡들을 무한 반복해 듣던 내 어린날이 무색해진다. 2년전 기준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 채널이 현재는 900여개이며, 1분마다 72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고, 300만개의 콘텐츠를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공유하며, 매일 23만장의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게재된다고 한다. 매년 9000만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생성되고 2011년에는 이틀에 한번 꼴로 5엑사바이트 (지구의 탄생부터 2003년까지 인간의 입에서 나온 모든말을 저장할 수 있는 양) 의 콘텐츠가 생성되었다고 하니… 더 많은 플랫폼과 정보 전달의 속도가 빨라진 지금은 오히려 책정 가능한 ‘단위’를 만들어내는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콘텐츠의 미래 - 마라트 아난드)

그러다 보니 기업을 비롯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수많은 시간, 노력, 돈을 들여 만들어낸 ‘콘텐츠’에 얼마나 오랫동안 소비자들을 붙잡아 놓을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되었다. 소비자들의 눈에 걸리게 하는 것 자체도 힘겹지만, 일단 추천 자료에 걸리도록 애쓰고, 돈을 들여 눈에 띄는 스팟에 배치시켜 설사 그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을지라도, 더 새롭고 더 좋은 콘텐츠들이 일촉즉발로 그 관심을 위협한다. 이것은 단지 비슷한 콘텐츠끼리 만의 문제는 아니다. 게임 회사의 경쟁사는 유사 장르의 게임을 만드는 타 게임회사만이 아니라 넷플릭스 같은 영상 플랫폼이 더 강한 경쟁자일 수 있다. 넷플릭스의 영상을 보느라 게임을 즐기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넷플릭스에게도 마찬가지인 문제이다. 소비자의 콘텐츠 소비가 돈이 되는 사업 구조에서 그 소비를 할 시간을 뺏는 것이다. 일종의 파이 싸움이랄까.

범람하는 콘텐츠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기꺼이 제공한 온갖 개인 정보들로 친절하게 제공되는 나만의 맞춤형 추천 프로그램에 점점 의지하게 되는 소비자도 혼란스럽고, 그 개인까지 시시각각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빠르게 또 다른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야 하거나, 혹은 생산된 콘텐츠에 최대한 오래 소비자를 붙잡아 놓기 위한 방안을 쉬지 않고 생각해야 하니 미칠 노릇일 것이다.

플랫폼의 경우 시장에의 빠른 선점이 네트워크 효과 덕을 톡톡히 보며 성공의 열쇠가 되지만, 콘텐츠는 선점과는 거리가 있다. 게임회사에 재직 중인 본인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게임들 사이의 경쟁을 눈앞에서 날마다 지켜보다 보니, 그래도 오랜 기간 잊혀 지지 않고 꾸준한 플레이를 유지시키며, 떠났더라도 다시 돌아오는 게임들의 특성을 보게 된다. 교과서적인 말이긴 하지만, 게임 플레이 자체 만에서 끝나지 않고 탄탄하게 짜여진 세계관, 스토리, 브랜드를 잊혀지지 않게 하는 다양한 소비자 접점 채널들 등등 오랜 기간 많은 투자로 이루어진 탄탄한 IP(Intellectual Property)자체라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드는 의문은, 이러한 IP도 이제 범람하고 있다는 게 문제이다.

과연 어떠한 해결 방책을 각 제작 주체들이 가지고 나올지 알수없는 노릇이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추천 콘텐츠들을 걸러 또 한번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이 생겨야 할지, 그 추천 프로그램들은 정말 각각의 소비자에게 걸맞고, 믿을만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정말 추천해주는 게 맞는지 말이다. 궁극적으로, 이제 더 이상 소비자가 주체가 아닌 보여지는 추천에 끌려 다녀야 하며 그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피동적인 자아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콘텐츠 소비의 주체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이 짧게 지나감이 아쉽다. 24시간이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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