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포스터
1999년 개봉한 ‘쉬리’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초로 꼽힌다. 27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600만 관객을 넘긴 ‘쉬리’ 이후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숫자도 늘어났다. 2018년에는 100억 원대 규모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만 15작품 이상 만들어질 만큼 규모가 커졌다.
2000년대에는 멀티플렉스가 본격적으로 정착하면서 천만 영화들의 탄생이 시작됐다. 약 8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실미도’는 국내 첫 천만 영화다. 다음해인 2004년에는 ‘태극기 휘날리며’가 14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천만 돌파에 성공한 전쟁 영화를 탄생시켰다.
‘쉬리’부터 ‘태극기 휘날리며’까지. 이 흐름들이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의미를 규정시켰다. 특수효과와 화려한 액션 등 화려한 볼거리에 국내 관객들의 정서에 맞는 스토리텔링까지, 할리우드 시스템에 우리 정서가 결합된 영화를 의미하게 됐다.
여기에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사용된 ‘괴물’이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하면서 CG를 활용한 블록버스터의 성공 가능성도 열었다. ‘괴물’은 한강에 출몰한 괴물과 맞서 싸우는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를 비판했다. 괴수물에 한국형 서사를 덧입힌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좋은 예라고 평가받았다.
이밖에도 ‘해운대’ ‘도둑들’ ‘명량’ 등 대작들이 볼거리와 서사를 조화롭게 결합해 성공 사례를 남겼다. 스케일이 커짐에 따라 시각적인 쾌감이 충족됐고, 여기에 재난과 역사 또는 범죄 등 다양한 장르 공식을 활용하며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세 영화 모두 13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었지만, 그보다 훨씬 큰 수익을 얻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흐름이 좀 달라졌다. 2012년부터는 천만 돌파 영화만 1년에 두 편 이상씩 나오며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거대 자본 투입으로 수익은 보장되지 않았다. 100억 원 이상을 들인 대작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긴 사례는 줄어들고 있다.
사진=영화 '인랑' '물괴' 포스터
2016년에는 총 제작비 100억 원 이상 영화 12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이 9편이었다. 그러나 2017년에는 12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6편에 그쳤다.
작년에도 같은 규모의 영화만 15편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성적은 처참했다. ‘염력’(99만 명) ‘7년의 밤’(52만 명) ‘인랑’(89만 명) ‘물괴’(72만 명) ‘창궐’(159만 명) ‘협상’(196만 명) 등 대작들이 연이어 실패하며 충격을 안겼다.
올해도 벌써 천만 돌파 영화가 2편이나 탄생했다. 올해 초 영화 ‘극한직업’이 깜짝 흥행에 성공했으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의 좋은 기운을 이어가며 천만 타이틀까지 달았다.
현재 여름 성수기를 노린 한국 영화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하고 있다. 추석과 겨울 시장도 남아있다. 어떤 결과를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