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62년 차 배우 안성기는 여전히 도전 중이다. 라틴어부터 CG연기까지 새로 해야 할 것이 많았던 ‘사자’지만 많은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선택을 이끌었다.
안성기는 ‘사자’에서 강력한 악에 맞서는 구마 사제 안 신부 역을 맡았다. 이전에도 신부 역할을 소화했지만, 구마 의식을 하는 베테랑 신부는 처음이다. 라틴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캐릭터는 그에게도 고민이었다.
“영화 ‘퇴마록’에서 신부 역할을 했지만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안 신부는 내게도 새로운 역할이었다. 정답이 없어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구마 신부에 대해 찾아봐도 딱히 정답이 없었다.”
능숙한 라틴어 구사에 감정을 실어 동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안성기가 선택한 차별화였다. 진지하게 기도만 외워서는 몸으로 화려한 액션을 펼치는 박서준과 균형이 맞지 않을 것 같았다.
“김주환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 뒤 라틴어 표현 방법들을 결정했다. 처음 배울 때는 기도문처럼 진지한 톤으로 갔다. 근데 하다 보니까 그렇게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더라. 용후가 힘으로 몰아붙이는 캐릭터였고, 같이 균형을 잡으려면 나도 라틴어로 몰아쳐야 할 것 같더라. 굉장히 공격적으로 구사하려고 노력했다.”
외우기도 힘든 라틴어에 감정까지 싣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반복만이 답이라고 여긴 안성기는 아직까지 라틴어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로 끊임없이 대사를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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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갈 수가 없었다. 이왕 하는 거 진짜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통으로 외우다 보니 감정을 많이 못 실은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지금 후유증은 라틴어를 (아직도) 중얼거린다는 것이다. 아까도 운동을 하고 앉아있는데 라틴어가 저절로 나오더라.”
CG 연기도 그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용후의 상처에서 나오는 의문의 힘이 발휘되는 부분이나 빙의자들의 연기 대부분이 CG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안성기는 김주환 감독의 명확한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김주환 감독이 굉장히 스마트하다. 테크닉적인 부분을 굉장히 잘 알고 있다. CG에 대한 설명도 상세히 했기 때문에 상상으로 다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느낌을 미리 듣고 해서 그런지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우도환의 특수 분장은 현장에서 보지 못했는데 오래 고생을 했더라. 시사회를 보고 나서 ‘너 진짜 힘들었겠다’라고 했다.”
안성기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영화지만, 푸근함이 담긴 유머러스한 장면들은 안성기 특유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안 신부는 악령과 맞서 싸울 때는 강인하지만, 약자들 앞에서는 인자한 웃음으로 따뜻함을 보여준다. 강렬한 구마 의식에 섬뜩함을 느끼다가도, 의식이 끝난 후 안 신부가 내뱉는 실없는 농담이 웃음을 자아낸다.
“물론 구마를 할 때는 진지해야겠지만, 평소 모습은 인간적인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다른 구마 영화들은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지만, 이 영화는 재밌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긴장 뒤 다음 연결을 위해 풀어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들은 잘 시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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