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변신' 스틸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마가 아닌,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해 현실적인 공포를 자아낸 ‘변신’의 초반 신선함은 빛났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늘어지는 전개와 뜬금없는 ‘가족애’의 강조가 장점을 지운다.
■ Strength(강점)
사람의 모습을 한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어 그들을 교란시키며 파멸로 이끄는 과정에서 나오는 신선한 공포감이 있다. 내 옆에 있는 아빠가 진짜 아빠인지, 아니면 악마가 변신한 아빠인지 알 수 없는 혼란이 주는 교묘한 심리전이 영화의 동력이 된다.
악마와 다정한 부모의 모습을 연기한 성동일, 장영남은 물론, 변한 부모의 모습에 혼란을 겪는 자녀의 모습을 현실감 넘치게 구현한 조이현, 김혜준 등 신인들의 활약도 빛났다. 다소 어려운 설정이었지만, 배우들의 열연이 리얼리티를 높인다.
■ Weakness(약점)
장점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 갑자기 돌변해 자식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아빠 강구(성동일 분)와 엄마 명주(장영남 분)의 모습이 초반 긴장감을 자아내기는 하지만, 후반으로 설정에 구멍이 생기기 때문이다.
악마가 가족 안에 있을 때 해당 구성원은 어디 있는지, 또 악마가 가족으로 변했을 때 그것을 추리 할 만 한 팁은 무엇인지 등이 전혀 설명이 되지 않았고, 이 빈틈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포감이 줄어든다.
초반 중구의 트라우마가 영화 내내 이어지면서 영화의 정체성마저도 모호해진다. 중구가 삼촌을 믿는 조카들을 보며 마음을 돌리는 과정이 뻔했고, 영화 내내 부족한 자신감에 망설이는 모습만 보인 중구 캐릭터의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진=영화 '변신' 스틸
중구의 감정이 강조된 탓에 후반으로 흐를수록 신파적 전개를 보이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뜬금없이 중구와 가족 간의 묵은 감정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형과 진한 화해를 하는 과정이 감성적으로 표현돼 초반 공포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 Opportunity(기회)
더운 여름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맞춤형 장르다. 공포 영화 장르에 대한 마니아가 탄탄한 만큼 입소문을 기대할 만하다.
또한 믿고 보는 배우 성동일, 배성우의 활약을 기대하는 예비 관객도 많다. 따뜻한 가장과 섬뜩한 악마를 오가는 성동일과 구마 사제 역을 맡은 배성우의 변신도 기대를 모은다.
■ Threat(위협)
최근 모호한 정체성으로 흥행에 실패한 ‘사자’도 오컬트 무비였다. ‘변신’ 또한 오컬트 장르에 한국적인 정서를 가미해 변주를 시도했다. 이 변주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통할지가 관건이다.
또한 비슷한 시기 공포 영화 ‘암전’이 개봉한다. 유사 장르와의 경쟁에서 누가 살아남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