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알앤제이 포스터 연극 ‘알앤제이(R&)’(이하 ‘알앤제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변주한 작품으로, 극중극으로 진행 돼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기존에 알고 있던 ‘로미오와 줄리엣’에 학생들이 표현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겹쳐져 색다른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알앤제이’는 엄격한 가톨릭 학교에 재학 중인 네 학생이 금서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탐독하며 성장하는 내용이다. 억압되고 제한된 학생들의 삶에 펼쳐진 ‘로미오와 줄리엣’에 담긴 금지된 사랑, 폭력과 욕망, 죽음의 서사는, 강렬한 일탈과 희열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고 다소 짓궂게 ‘로미오와 줄리엣’에 다가가던 학생들은, 극이 흐를수록 진지해진다. 목소리에는 힘이 실리고, 동작에도 의미가 더해진다. 장면 장면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열연과, 동시에 펼쳐지는 학생들의 성장은, 마치 한 여름 밤의 꿈을 꾼 듯 몽롱하지만 지울 수 없이 강렬하다. 무대에 오른 단 네 명의 배우가 학생부터 ‘로미오와 줄리엣’ 속 다양한 배역을 맡는다. 하지만 인물에 대해 헷갈리지는 않는다. 배우들은 인물에 따라 목소리를 달리할 뿐 아니라, 동작에도 인물의 특징을 싣는다. 인물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더라도 이해가 어렵지 않다. 지일주는 학생1과 로미오로도 무대에 오른다. 비극의 중심에 있는 로미오를 맡은 만큼 감정 소모가 크지만, 극을 흔들림 없이 끌고 간다. 사랑에 빠진 간절함부터, 친구의 죽음에 분노하는 모습 등을 생생하고 힘 있게 표현했다.  강영석은 학생2, 줄리엣, 벤볼리오, 존 수사로 관객들과 만난다. 줄리엣을 분하는 학생2를 표현하기 위해 처음에는 목소리도 굵게 내고, 다리도 벌리는 등의 행동을 보이지만, 점차 극에 빠져든다. 로미오의 친구 벤볼리오로 로미오의 고민을 들어주던 그는, 줄리엣의 편지는 전하는 존 수사로 색다른 모습을 보인다. 학생3으로 극에 오른 손유동은 로미오의 친구이자 영주의 친척 머큐쇼에서. 줄리엣의 엄마 캐풀렛 부인까지 여러 색을 낸다. 특히 그는 머리카락을 넘기고, 우아한 자태의 캐풀럿 부인을 재밌게 표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오정택은 학생4, 티볼트, 유모, 발사자를 분한다. 그는 줄리엣의 사촌 티볼트로 분노에 찬 모습을 보이더니, 줄리엣의 유모가 됐을 때는 “어머머머”라며 능청을 떤다. 하지만 로미오에 대한 원망으로, 줄리엣이 부탁한 편지와 반지를 던지는 그의 모습은, 누구보다 줄리엣을 위하는 마음이 드러나 안타까움을 높였다. 이 같은 배우들의 열연은 독특한 무대 구조로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중앙 무대를 둘러싼 관객석, 그리고 관객석 위에 자리한 자그마한 무대는 특이하지만 신선하다. 중앙 무대에서 작은 무대로 배우들은 달리고, 점프하는 등 엄청난 체력 소모를 감행한다. 땀이 물 흐르듯 쏟아지지만, 극에 출연하는 학생이 흘리는 땀인지, 배우가 흘리는 건지 잠시 착각하게 된다. 관객과 소통하고 호흡할 수 있는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들 수 있는 감정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공간의 제약을 무너뜨리고 극에 대한 집중력을 높였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둘러쌓던 빨간색 천은 극을 즐기는 또 다른 요소다. 배우들이 줄다리기 하듯 잡아당기는 천은 인물 간의 대립, 칼싸움 장면을 연상케 하고, 줄리엣의 몸을 감싸기도 한다. 무대 위에서 상징적인 의미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극대화 시킨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내용 뿐 아니라, 극 중 인물들이 몸소 표현하며 변모하고 성장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극 초반, 학생들은 “거짓말하지 마라! 도둑질하지 마라! 자신을 속이지 마라! 누구도 죽이지 마라!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마라!”라고 앵무새처럼 교과서를 읽고, “여자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등으로 성차별적 내용을 읊조린다. 그런 학생들은 극이 진행될수록 자신의 목소리로 무대를 채운다. 교복을 벗어던지고, 답답한 넥타이를 벗어던진다. ‘알앤제이’에는 ‘한여름밤의 꿈’의 극중극 구조에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대사가 녹아들어 고전미가 느껴지지만, 표현하는 학생들의 시선이 더해져 현대적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고, 혹은 익히 들어봤을 작품이지만 ‘알앤제이’는 책을 통해, 혹은 연극, 영화 등에서 느꼈던 ‘로미오와 줄리엣’과 사뭇 다르다. 학생들의 눈으로 재탄생된, 다른 관점과 해석이기 때문이다. 이미 결말까지 아는 ‘로미오와 줄리엣’이지만, 막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연극 ‘알앤제이’는 9월 29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객석에서] 한 여름 밤의 꿈을 꾸듯...연극 ‘알앤제이’

김진선 기자 승인 2019.08.19 15:52 | 최종 수정 2139.04.10 00:00 의견 0
사진= 알앤제이 포스터
사진= 알앤제이 포스터

연극 ‘알앤제이(R&)’(이하 ‘알앤제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변주한 작품으로, 극중극으로 진행 돼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기존에 알고 있던 ‘로미오와 줄리엣’에 학생들이 표현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겹쳐져 색다른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알앤제이’는 엄격한 가톨릭 학교에 재학 중인 네 학생이 금서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탐독하며 성장하는 내용이다. 억압되고 제한된 학생들의 삶에 펼쳐진 ‘로미오와 줄리엣’에 담긴 금지된 사랑, 폭력과 욕망, 죽음의 서사는, 강렬한 일탈과 희열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고 다소 짓궂게 ‘로미오와 줄리엣’에 다가가던 학생들은, 극이 흐를수록 진지해진다. 목소리에는 힘이 실리고, 동작에도 의미가 더해진다. 장면 장면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열연과, 동시에 펼쳐지는 학생들의 성장은, 마치 한 여름 밤의 꿈을 꾼 듯 몽롱하지만 지울 수 없이 강렬하다.

무대에 오른 단 네 명의 배우가 학생부터 ‘로미오와 줄리엣’ 속 다양한 배역을 맡는다. 하지만 인물에 대해 헷갈리지는 않는다. 배우들은 인물에 따라 목소리를 달리할 뿐 아니라, 동작에도 인물의 특징을 싣는다. 인물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더라도 이해가 어렵지 않다.

지일주는 학생1과 로미오로도 무대에 오른다. 비극의 중심에 있는 로미오를 맡은 만큼 감정 소모가 크지만, 극을 흔들림 없이 끌고 간다. 사랑에 빠진 간절함부터, 친구의 죽음에 분노하는 모습 등을 생생하고 힘 있게 표현했다. 

강영석은 학생2, 줄리엣, 벤볼리오, 존 수사로 관객들과 만난다. 줄리엣을 분하는 학생2를 표현하기 위해 처음에는 목소리도 굵게 내고, 다리도 벌리는 등의 행동을 보이지만, 점차 극에 빠져든다. 로미오의 친구 벤볼리오로 로미오의 고민을 들어주던 그는, 줄리엣의 편지는 전하는 존 수사로 색다른 모습을 보인다.

학생3으로 극에 오른 손유동은 로미오의 친구이자 영주의 친척 머큐쇼에서. 줄리엣의 엄마 캐풀렛 부인까지 여러 색을 낸다. 특히 그는 머리카락을 넘기고, 우아한 자태의 캐풀럿 부인을 재밌게 표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오정택은 학생4, 티볼트, 유모, 발사자를 분한다. 그는 줄리엣의 사촌 티볼트로 분노에 찬 모습을 보이더니, 줄리엣의 유모가 됐을 때는 “어머머머”라며 능청을 떤다. 하지만 로미오에 대한 원망으로, 줄리엣이 부탁한 편지와 반지를 던지는 그의 모습은, 누구보다 줄리엣을 위하는 마음이 드러나 안타까움을 높였다.

이 같은 배우들의 열연은 독특한 무대 구조로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중앙 무대를 둘러싼 관객석, 그리고 관객석 위에 자리한 자그마한 무대는 특이하지만 신선하다. 중앙 무대에서 작은 무대로 배우들은 달리고, 점프하는 등 엄청난 체력 소모를 감행한다. 땀이 물 흐르듯 쏟아지지만, 극에 출연하는 학생이 흘리는 땀인지, 배우가 흘리는 건지 잠시 착각하게 된다. 관객과 소통하고 호흡할 수 있는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들 수 있는 감정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공간의 제약을 무너뜨리고 극에 대한 집중력을 높였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둘러쌓던 빨간색 천은 극을 즐기는 또 다른 요소다. 배우들이 줄다리기 하듯 잡아당기는 천은 인물 간의 대립, 칼싸움 장면을 연상케 하고, 줄리엣의 몸을 감싸기도 한다. 무대 위에서 상징적인 의미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극대화 시킨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내용 뿐 아니라, 극 중 인물들이 몸소 표현하며 변모하고 성장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극 초반, 학생들은 “거짓말하지 마라! 도둑질하지 마라! 자신을 속이지 마라! 누구도 죽이지 마라!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마라!”라고 앵무새처럼 교과서를 읽고, “여자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등으로 성차별적 내용을 읊조린다. 그런 학생들은 극이 진행될수록 자신의 목소리로 무대를 채운다. 교복을 벗어던지고, 답답한 넥타이를 벗어던진다.

‘알앤제이’에는 ‘한여름밤의 꿈’의 극중극 구조에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대사가 녹아들어 고전미가 느껴지지만, 표현하는 학생들의 시선이 더해져 현대적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고, 혹은 익히 들어봤을 작품이지만 ‘알앤제이’는 책을 통해, 혹은 연극, 영화 등에서 느꼈던 ‘로미오와 줄리엣’과 사뭇 다르다. 학생들의 눈으로 재탄생된, 다른 관점과 해석이기 때문이다. 이미 결말까지 아는 ‘로미오와 줄리엣’이지만, 막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연극 ‘알앤제이’는 9월 29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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