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신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비슷한 소재에 제작진, 배우들까지 같은 경우 그런 분위기가 더욱 감지된다.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 모방한 것은 아니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는지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 ‘빅매치’에선 어딘가 비슷한 두 작품을 비교해 진짜 매력을 찾아내고자 한다. 참고로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사진=영화 '우리집' 스틸
영화 ‘우리들’에서 초등학생 소녀들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데뷔작부터 주목받은 윤가은 감독이 3년 만에 신작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누구나 갖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숙제 같은 가족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어른들 대신 직접 나선 동네 삼총사의 용기와 찬란한 여정을 담은 ‘우리집’을 통해 또 한 번 초등학생 아이들의 순수한 감정을 그려냈다.
윤 감독이 데뷔작에서 보여준 강점은 아이들의 깨끗한 감정을 또래 눈높이에 맞춘, 섬세한 시각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우리들’에서는 아직 소통에 서툴러 때로는 상처를 주고받는 아이들의 ‘관계’를 세밀하게 그려내 공감을 자아냈다.
단순히 어린 아이들이 다투는 것이 뭐가 특별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윤 감독은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렵기만 했던 그때 그 감성을 디테일하게 그려 현실감을 높였다. 마치 당시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것 같은 생생함이 영화를 빛나게 했다.
이런 장점이 ‘우리집’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이번에는 집과 가족의 이야기로 범위를 넓혔을 뿐이다. 매일 다투는 부모를 어떻게든 화해시키고 싶어 전전긍긍하는 하나(김나연 분)와 자신의 집이 팔릴 위기에 처하자 어떻게든 이를 막고 싶어 하는 유미(김시아 분)의 불안한 감정이 극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자기들 딴에는 심각하게 고민하며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아이들의 절박함이 너무 익숙해 있고 있었던 불안하고, 서툰 감정들을 되새기게 한다. 또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연대하며 희망을 이뤄내는 아이들의 희망찬 모습도 뭉클함을 자아낸다.
사진=영화 '우리들' 스틸
집과 학교만이 배경이었던 ‘우리들’과 달리, 지방에 일하러 간 부모를 직접 찾아나서는 하나와 유미의 여행기까지 담긴 만큼, 에피소드들이 작위적이라는 평도 있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우연히 바다를 발견하고, 누군가가 버리고 간 텐트에서 잠을 자는 장면이 그랬다. 그러나 윤 감독은 “각자 고민을 나누고 위로하고 같이 힘을 합해서 뭔가 해 보는 걸 해 보고 싶었다. 바깥으로 많이 움직이면서 활동적으로 일하고, 그 에너지에 가족 이야기를 버무리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윤 감독은 오디션부터 프리 프로덕션까지. 아역 배우들과 여러 차례 만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즉흥극을 펼치며 즐기듯 연기 연습을 한다. 아이들과 부대끼며 완성한 작품인 만큼 생동감이 한층 배가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완성된 현실감은 윤 감독 세계관을 향한 응원까지 불렀다. 특히 이번 영화에는 전작에서 활약한 배우 최인, 설혜인이 카메오로 출연해 반가움을 자아낸다.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윤 감독의 세계에서 그들이 여전히 성장하며 살고있는 것만 같아 반가움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