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시컴퍼니
결혼을 앞둔 소피는 우연히 본 엄마의 일기를 보게 된다. 엄마의 일기 속에는 아빠일지도 모르는 세 남자가 언급 돼 있고, 소피는 그들의 주소로 자신의 결혼에 참석해 달라는 편지를 보낸다.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엄마 도나의 이름으로 말이다. 뮤지컬 ‘맘마미아’는 이 엉뚱한 소녀의 호기심으로 시작된 소동을 담은 작품이다.
‘맘마미아’는 도나와 딸 소피의 이야기로 시작돼, 우정, 사랑 등의 감정까지 아우른다. 남녀노소, 어떤 입장이든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잡는 독특한 작품이다. 이는 15년 동안 국내에서 공연되고 있지만, 매진 행렬을 잇는 힘이다.
소피로 무대에 오른 이수빈은 ‘아이 헤브 어 드림(I have a dream)’으로 ‘맘마미아’의 시작을 알리며, 극의 전반적인 스토리를 이끌어 나간다. 앙상블들과 함께 댄서를 방불케 하는 격한 댄스를 추다가도, 아빠를 찾는 호기심 어린 소녀가 된다, 그러다가 남자친구 스카이 앞에서는 요염한 숙녀로 변신한다.
“너무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전작들이 우울하고, 어두운 작품이 많아서, 밝고 에너지 넘치는 작품이 하고 싶었는데, ‘맘마미아’에서 공연의 막을 올려 부담을 안 가질 수 없지만, 정말 기분이 좋아요. 소피가 ‘아이 헤브 어 드림’을 통해 힘을 받는 것처럼, 저 역시 노래를 부르며 ‘오늘 공연도 잘할 수 있게 행운을 빌어’라고 주문을 외워요.”
특히 이수빈은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소피가 됐다. 이수빈은 이에 “제가 뛰어난 게 아니라, 프로덕션에서 원하는 이미지와 디렉팅을 나름 잘 표현하려고, 노력해서 그런 것”이라고 겸손을 떨었다.
“제가 경쟁을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작품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함께 작업 하고 싶은 배우’거든요. 연기를 잘하고 저를 잘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베이스로 두고 ‘할 수 있는 디렉팅’ ‘이미지 구현’에 중점을 둬요.”
‘맘마미아’는 아바(ABBA)의 명곡들로 이뤄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어깨를 들썩 거리게 하는 흥겨운 음악들이 이어진다. 이수빈이 꽂힌 곡은 무엇일까.
“공연에 오를 때마다 매번 달라져요. 에너지가 넘치는 날에는 ‘땡큐 포 더 뮤직(Thank you for the music)’ ‘아이 헤브 어 드림(I have a dream)’이 좋고, 위로 받고 싶은 날엔 ‘치키티타(Chiquitita)’. 엄마 보고 싶은 날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Slipping through my fingers)’가 와 닿아요.”
이수빈은 ‘맘마미아’ 속에 녹아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작품의 매력으로 꼽았다. 소피의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도나의 친구 타냐와 로지가 등장하고, 도나의 편지인줄 알고 세 남자 빌, 해리, 샘이 한걸음에 달려온다. ‘맘마미아’의 시작과 동시에 우정 뿐 아니라 잊혀진 감정, 사랑 등에 대한 마음이 피어나는 것이다. 싱글맘 도나, 몇 번의 이혼을 겪은 타냐, 비혼주의자 로지는 처한 상황과 생각은 다르지만, 각자의 사랑을 하고, 행복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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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애정 보다, 상대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이, 다양한 사랑이란 감정을 아무렇지 않게 인정해 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아요. 도나, 로지, 타냐 중 한 명이 쓰러지면 자기의 일처럼 생각하고, 또 그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편이 돼 주잖아요.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도 부럽더라고요. ‘맘마미아’는 정말 매력이 강한 작품이에요. 커튼콜 끝나면 정말 행복하고 속이 뻥 뚫리는 거 같이 좋아요.”
소피로 무대에 올라, 아빠 찾기에 돌입하고, 엄마인 도나와 감정을 교류하기도 하지만, 앙상블들과 막춤을 추는 등 막대한 에너지를 작품에 쏟는다. 엄청난 땀으로, 이수빈의 열정이 드러났다.
“훈련을 정말 열심히 해요. 출연 배우들과 앙상블이 모여 스쿼트를 하거든요. 너무 힘든데 안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모든 배우들의 교류를 통해 일어나는 케미스트리로 채워지는 극이라, 태울 에너지를 미리 준비하는 거죠. ‘맘마미아 모드’라고 하는데, 딱딱 각이 정해진, 바삭바삭한 과자를 먹는 듯한 느낌이에요. 약속된 춤을 추기도 하고 각자의 흥으로 막춤을 추는데 뜨거운 에너지와 행복지수로 메꾸죠.”
춤도 추고, 연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등, 무대에서 쉴 틈이 없지만, 감정을 놓칠 수 없다. 이수빈은 관객들의 반응을 통해 더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고 밝혔다. 함께 하는 두 엄마 최정원, 신영숙과의 호흡 역시 마찬가지다.
“관객들이 공감의 호흡을 유난히 더 많이 주는 날이 있어요. 같이 웃고, 울면서 더 즐겁게 국을 이끌어 가는 거죠. 엄마로 함께 하는 최정원, 신영숙 선배님들과 오르는 무대에도 감정이 달라요. 정원엄마는 정말 존경스러운 부분이 많은데, 강인하고 열정적이고, 제 엄마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많이 받아요. 영숙엄마는 ‘웃는 남자’에서도 함께 했는데 제가 장인 역할이라 많은 얘기를 못 나눴거든요. 이번에 연습하면서 응원도 많이 해주시는데, 친구 같은 엄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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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소피가 된 것처럼(?), 이수빈은 극 중 인물들에게 받은 감동도 늘어놓았다. 소피의 결혼식을 위해 멀리서 외딴섬으로 온 친구부터, 남자친구 스카이까지 언급했다.
“요즘 감동 받는 부분은 소피 친구들 중 한 명이 표를 놓고 온다는 설정에서, ‘들러리 못서서 너 혼자 식장에 들어가게 할 수는 없잖아’라는 말하는 부분이에요. 또, 소피가 아빠한테 몰래 편지를 보내는 용기를 주잖아요. 더 해보라고 힘도 북돋아 주고, 얼마나 고마워요. 스카이도 마찬가지에요. 결혼식장 들어가서 결혼 안한다고 해도 이해해 주잖아요. 소피는 정말 행복한 아이 같아요. 소피는 자신이 누군지 알기 위해 아빠를 궁금해 하고, 아빠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가고 싶은, 완벽한 결혼식을 꿈꾸는 20대 여자아이에요. 꿈꾸는 로망을 이루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는 거죠. 정말 이렇게 완벽한 드라마가 또 어디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