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국내 증시에 훈풍이 분다.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4220선을 돌파하며 연초 대비 76%라는 기록적 수익률을 달성했고 투자자 예탁금도 급격히 불어나며 역대급 기록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호황을 타고 유입된 새로운 고객층을 제대로 흡수하며 랠리 효과를 누린 증권사들은 어디일까. 올해 3분기까지 증권사들 이익을 뜯어봤다.-편집자주

(사진=구글 제미나이)

■ KB, '깨비' 브랜드·IPO 1위로 고객 선순환

KB증권이 리테일 시장에서 완전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의 독보적 입지, 딱딱하고 어려웠던 기존 증권사 이미지를 탈피한 새로운 브랜딩 효과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KB증권 국내주식 수수료 수익은 3623억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다.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율(3조2803억원, 60.4%)과 수수료 성장률(10%) 또한 시장 평균치를 넘어섰다.

IPO 시장에서 KB증권의 파워는 탄탄하다. 국내 IPO 시장에서 최근 4년 중 2023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1위를 독식했다. '공모주 명가'의 전문성을 입증했다. 올해 11월 말 기준 총 공모액은 2조822억원으로, LG CNS, 명인제약 등 대어급 IPO를 포함해 11건을 성공적으로 주관했다.

IPO를 통해 유입된 고객들을 '집토끼'로 확보한 데에는 브랜드 효과도 한 몫한다. 지난 2022년 KB증권은 깨비라는 별칭과 '투자를 뚝딱!'이란 슬로건을 내세워 미래 고객인 MZ세대와의 소통에 나섰다.

이는 KB증권 고객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8월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KB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M-able'의 종합만족도는 3.63점으로, 월간활성이용자(MAU) 상위 7개 증권 앱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비스 체험 부문에서 즐거움, 친밀함 등 긍정적 경험 정도를 평가한 긍정 감정이 3.09점으로 단독 1위에 올랐다.

KB증권 관계자는 "깨비 브랜드는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로 금융권에 신선함을 불어넣으며 신규 리테일 고객의 진입 장벽을 혁신적으로 낮췄다"며 "친근한 브랜딩과 압도적 IPO 성과가 결합해 신규 유입된 고객들이 'M-able' 등 핵심 투자 플랫폼을 경험하고 장기 고객으로 전환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 삼성, 전체 고객 유입 주춤에 '삐끗'

삼성증권의 경우 올해 증시 활황에도 불구하고 '큰 재미'를 보지 못한 하우스다. 지난해 KB증권을 턱밑에서 추격해왔던 삼성증권은 올해 한계단 더 물러서며 4위에 머물렀다.

3분기 누적 기준 삼성증권의 국내주식 수수료 수익은 3055억원. 처음으로 국내주식 수수료 3000억원선을 돌파했으나, 전년(2922억원) 대비 4.6% 성장에 그치며 증권사 10곳 중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고객 유입세 둔화다. 11월 말 기준 종합 계좌 기준 전체 고객 유입 규모는 17만5998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증시가 역대급 호황을 누리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했음에도 지난해 유입 고객 수(22만9712명)를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국내주식 수수료 우대, 미성년 자녀 계좌 개설시 상품권·주식 증정 이벤트 등을 진행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올해 20세 미만 고객 유입은 1만8262명으로 지난해(1만1125명) 보다 늘었으나, 나머지 30대부터 60대 이상 연령대에선 모두 감소했다.

고객 유입이 줄어들자 관련 지표도 언더퍼폼했다. 올해 11월 말 기준 삼성증권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5661억원으로 연초 대비 38.5% 증가했으나 시장 성장률(148.7%)을 크게 밑돌았다. 예탁금 잔고 또한 3분기 기준 12조4000억원으로 연초 대비 29.2% 성장했으나 시장 성장률(40.9%)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증시 호황에도 국내주식 수수료 성장이 부진한 점에 대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자사는 자산관리(WM) 부문에서 확고한 영향력을 구축해 시장 상황에 따른 실적 고저가 적은 편"이라며 "타 증권사 대비 실적이 '다이나믹'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