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2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 캡처
또 폐암 말기 시한부 선고다. KBS2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주인공인 김해숙에게 내려진 가혹한 처사다.
지난 25일 방송된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이하 ‘세젤예’)에서는 박선자(김해숙)가 폐암 말기, 3개월 시한부 선언을 받고 충격을 받은 모습이 그려졌다. 이후 박선자는 가족들에게 신경질을 부리며 자신의 속사정을 숨겼다. 달력을 보며 김장을 하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에 오열하며 딸과 사위들에게 김치를 담그를 방법을 알려주며 이별을 준비했다. 드라마는 점점 극적으로 향해갔고, 박선자가 방에서 혼자 숨죽여 오열하는 모습으로 끝났다.
이후 시청자들은 주말 가족극에 느닷없는 비극 전개가 보기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또 드라마 속에서 거듭되는 암 선고와 질병으로 피로감을 호소했다.
앞서 KBS 주말 드라마는 출연진들 중 한 명이 암에 걸리거나 불치병에 걸린 스토리를 이어왔다. ‘세젤예’ 전작인 ‘하나뿐인 내편’(2018)에서는 장고래(박성훈)가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아 간 이식을 해야 살 수 있는 시한부, ‘같이 살래요’(2018)에서는 이미연(장미희)이 치매에 걸린 설정이 있었다.
사진=KBS2 '황금빛 내 인생', '하나뿐인 내편', '아버지가 이상해',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캡처
‘황금빛 내 인생’(2017)에서는 황당한 전개도 있었다. 서태수(천호진)가 위암 선고를 받아 가족 곁을 떠났지만, ‘상상암’이라는 반전을 주며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상상암’은 당시 실시간 검색어에도 등장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아버지가 이상해’(2017)에서도 암이 등장했다. 나영실(김해숙)이 유방암 판정을 받고 가족 몰래 수술을 받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설정을 넣어 비극을 암시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6)에서는 복선녀(라미란)가 뇌종양 의심 진단을 받고 혼자 가족들과의 이별 준비를 하다가 치료가 가능하다는 소식에 배삼도(차인표)와 더욱 단단해진 부부애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KBS 주말 드라마는 최근 2~3년 동안 ‘불치병’과 ‘암’이라는 소재를 한 번도 빼놓지 않았다. 때문에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끼거나 피로도를 호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KBS 주말 드라마는 평균 30% 시청률을 보일 정도로 매번 큰 사랑을 받는다. 자극적인 소재의 드라마가 넘치는 가운데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온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무리한 상황 설정과 개연성이 떨어지는 요소를 넣어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젤예’도 25일 선보인 시한부 전개에 때문인지 4.5% 올라 32.6%의 시청률을 보였다.
온 가족이 보는 시간대에 방송하는 만큼, 또 ‘가족 드라마’라는 명칭을 내세우는 만큼 요즘 시대의 가족상을 반영하고, 스토리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감정을 전달하는 게 최우선이 되어야 할 가족 드라마다. 누군가가 아파야지만 가족 사이가 돈독해지고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닌데 비극적인 소재가 눈물샘을 자극하는 요소로 쓰이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