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MZ세대 사이에서 휘몰아쳤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이 지고 '파이어(FIRE)족'이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근로소득을 넘어 자산소득을 불리기 위해 투자에 열중한다. 문제는 과유불급(過猶不及). 과도한 '영끌', '빚투'가 '폭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에 더해 노동을 지나치게 괄시하는 삶의 태도를 낳을 수도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젊은이들은 '욜로'를 외쳤다. 불확실한 삶 속에서 미래 보다 현실을 추구하자는 의미였다. 이처럼 MZ세대는 저축보다 소비를 즐기면서 내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오늘을 보냈다.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곧 깨달았다. 욜로만을 외치다 평생 골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불확실한 미래여도 결국 언젠가는 맞닥뜨리게 되고 그 시간을 위해 현재를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파이어족'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은퇴(Retire Early)가 합쳐 만들어진 말이다. 하루 빨리 경제적으로 자립해 30대 후반 늦어도 40대 초반에 조기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젊은 고학력 및 고소득층 사이에서 처음 생겨났다. 당시 20대들은 최대한 소비를 줄이고 근로소득을 모아 노후자금을 충분히 마련한 뒤 40대에 은퇴하기를 희망했다.
한국판 파이어족은 추구하는 목표는 같지만 과정이 조금 다르다. 이들은 근로소득이 아닌 자산소득으로 노후자금을 만들려한다. 예전만큼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MZ세대는 투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성실히 회사를 다니고 차곡차곡 월급을 모으면 몇 년 안에 내 집을 살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끝 없이 올라가는 물가와 크게 변하지 않은 월급 그리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젊은이들은 수차례 좌절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중위소득 가구가 월급을 단 1원도 쓰지 않고 15년 이상을 모아야만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 월급 200만원인 사회인이 한달에 130만원을 10년간 저축한다 하더라도 서울에 있는 원룸 전세 조차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 돼버렸다. 결혼과 육아는 커녕 내 몸 하나 뉘일 곳조차 없는 것이다.
MZ세대가 생각한 방법은 투자다. 때마침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와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자 거침없이 뛰어들고 있다. 은행 예적금은 뒷전이다. 수익성 측면에서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위 '한 방'을 노리기 위해 무리하게 돈을 끌어오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빚투', '영끌'이라는 말들도 새로 생겨났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 위해 빚을 내거나 영혼까지 모아 최대한 돈을 당기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MZ세대의 무리한 대출과 투자를 우려한다. 하지만 그들은 겁내지 않는다. 이미 주변에서 수많은 성공 사례를 봤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출한 금액의 몇 배, 많게는 몇 백배까지 불릴 수 있다며 재기 성공을 자부한다. 더 이상 노동에 희망을 걸지 않는 그들로서는 밑질 게 없다.
MZ세대가 투자에 목매는 이유는 노동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해서다. 온 힘을 쏟아 붓고 노력해도 투입 대비 산출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은 투자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노동으로부터 배신 당한 젊은이들은 투자로부터도 배신 당할 수 있다. 빚투와 영끌로 이뤄낸 투자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얻는 그 좌절감과 상처는 노동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노동으로부터 한 번, 투자로부터 또 한 번 버려진다면 그때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이 돼버린다. MZ세대는 어느 한 쪽으로부터 타격을 받더라도 그 영향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안전장치도 생각해야 한다. 노동과 투자, 한 쪽이 밀리지 않도록 팽팽하게 줄을 당겨 균형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