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이 각각 그룹 총수로 지정됐다.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총수는 실질적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자를 말한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1년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및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서 정 회장과 조 회장을 각각 현대차·효성그룹 총수로 공식 지정했다고 밝혔다.
기존 동일인이 생존해있음에도 공정위가 새로 동일인을 지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현대차그룹의 기존 동일인은 정몽구 명예회장,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이었다.
통상 공정위는 기존 동일인이 사망·의식불명·피성년후견인(금치산자) 판정을 받은 경우 등에 한해 동일인을 변경해왔지만, 정 회장과 조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는 등의 사정을 감안해 책임소재를 일치시킨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2세들을 동일인으로 판단해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며 “동일인을 기준으로 동일인 관련자, 기업집단의 범위가 설정된다는 점에서 동일인을 현행화 해 사익편취 등 규제 사각지대를 방지하고 실효성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10월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정의선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중인 현대자동차(5.33%), 현대모비스(7.15%)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포괄위임 받으며 사실상 최다출자자 역할이 가능해졌다.
실제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24일 개최된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위임내용 대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공정위는 정의선 회장 취임 후 작년 말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 등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 지난 2월 현대오토에버·연대엠엔소프트·현대오트론 등 계열사 합병, 주력회사 임원 변동이 이뤄진 점 등으로 미뤄 그룹 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효성그룹)
㈜효성의 최다출자자(21.94%)인 조현준 회장은 현재 그룹 회장이자, 2017년부터 지주사인 ㈜효성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있는 점, 조석래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9.43%)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조현준 회장에 포괄위임하며 사실상 최다 출자자로 지위가 강화됐다.
정의선 회장과 마찬가지로, 조현준 회장 역시 지난달 19일 열린 ㈜효성 주총에서 위임내용대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공정위는 조현준 회장 취임 후 2018년 6월 ㈜효성이 인적분할을 단행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점, 베트남에 1조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점, 주력 회사 간 임원 인사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실질적 지배력이 불가역적으로 전이됐다고 판단했다.
두 그룹의 현 동일인인 정몽구·조석래 명예회장이 고령(1938년생·84세, 1935년생·87세)인 점과, 주력회사 사내이사에서 모두 사임하고 현재 건강상태로 미뤄 경영복귀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도 정의선·조현준 회장이 그룹 총수로 지정되는데 영향을 미쳤다.
정의선·조현준 회장이 각각 현대차·효성그룹 총수로 지정되며 이들의 책임성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동일인은 매년 정확한 지정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있고, 사익편취규제 등 경제력집중 억제 시책 위반의 최종 책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