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 (사진=현대자동차)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KAIA)가 국내 완성차 업체 1~3차 부품협력업체 7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조사기간=5월 3~4일)에 따르면, 조사 대상업체의 84.6%(66개사)는 반도체 수급과 이로 인한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직접 차량반도체를 취급하는 업체(21개사)의 경우 90.5%가 최근 차량반도체 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부품사들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인한 차량 부품 생산 감소를 겪고 있었다. 생산량이 10% 이내로 감소한 업체가 38.1%로 가장 많았고, 10~20% 감소한 업체는 33.3%, 20~30% 이내로 감소한 업체는 9.5%로 나타났다. 30%이상 생산이 떨어진 업체들도 19.0%에 달했다.
이들 업체들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심각한 경영상황에 처해있다고 응답했다. ‘매우 심각’이라 답한 업체가 35.0%, ‘심각’이라 답한 업체는 35.0%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보통’이라 답한 업체는 30%였다.
조사 대상 업체 중 38.1%는 반도체 구매비용 지급과 상위 협력업체로의 납품대금 수령 시차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가운데 특히 23.9%는 납품 후 3개월 이내 대금 수령에 따른 반도체 구매비용 지급과 납품대가 수령 시차로 자금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KAIA는 “반도체 부족이 심화되고 있어 원활한 반도체 구매를 위해서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에 정상가 대비 10%내외 오른 대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차량반도체를 다른 소재나 부품과 결합해 상위 협력사에 납품한 경우 대금 수령은 연쇄적 생산차질 등에 따른 경영악화로 대금수령이 불규칙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반도체 미취급 회사도 어려움 가중
반도체 미취급 부품사들도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라인 가동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들 57개사 가운데 82.5%는 최근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에 따른 납품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납품 감소가 ‘10% 이내’라고 답한 업체는 39.1%, ‘10~20%’인 업체는 19.6%, ‘20~30% 이내’인 업체는 30.4%로 나타났다. ‘30% 이상’ 감소한 업체도 10.9%에 달했다.
부품업체들은 일감 부족 등의 문제를 조업시간 조정(47.4%), 조업시간 단축(30.8%), 일시적 조업 중단(6.4%)을 통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업 단축 또는 중단에도 불구하고, 67.9%의 업체들은 근로자들에 대한 정상적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47.4%는 이런 상황 등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부품업계들 중 절반은 정부의 금융대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은 ▲대출 프로그램 확대(41.8%) ▲대출 만기연장(29.9%)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발행 확대 및 조건 완화(11.9%)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업체별 금융 소요 규모는 ▲5억원 이하 12.5% ▲5억~10억원 40.0% ▲10억~50억원 20.0% ▲50억~100억원 25.0%였다.
KAIA는 실태조사에 이어 지난 6일 긴급회의를 열어 부품업계 지원책을 논의하고, 자동차 부품업계의 경영애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에 대책 마련을 건의키로 했다.
정만기 KAIA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에 이어 올해 차량반도체 수급차질로 인해 자동차 부품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며 “특히 5~6월중 차량반도체 수급 차질이 정점에 다다를 우려에 대응해 부품업계를 위한 특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