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친환경 특화상품 패키지 ‘KB 그린 웨이브 1.5℃’를 출시했다 (사진=KB국민은행)
전 세계적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발맞춰 국내 금융권도 ESG 경영을 본격화했지만 쏠림 현상이 지속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 관련 분야는 집중하면서 나머지 사회, 지배구조 문제에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올해 주요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발행한 ESG 채권 규모는 6조원에 근접한다. 하지만 대부분 환경 분야에 쏠려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KB, 신한, 하나 등 주요 금융지주와 계열사가 발행한 ESG 채권은 5조83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발행한 ESG 채권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채권만 놓고 봤을 때 ESG 경영은 주로 환경(E)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친환경에너지를 비롯한 녹색 금융에 대부분의 채권이 들어가있고 사회공헌(S) 분야와 지배구조(G) 분야에 투자하는 채권은 소수다.
KB금융지주는 지난달 28일 원화 11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 형태의 녹색 채권을 발행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친환경 분야에 자금이 활용된다는 점에서 녹색 채권 발행은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KB금융은 그린 부문을 포함한 ESG 선도 금융 그룹으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실질적인 ESG 경영 실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SG 채권이 환경 분야에 쏠려있는 이유는 검증 때문이다. ESG 채권은 발행과 동시에 사용처를 명확하게 기입해야 한다. 이후 채권 자금은 그 사용처에서만 사용해야 하는데 환경 분야는 가장 검증하기 쉽고 명확하다. 그러다 보니 ESG 채권은 환경 분야에 쏠릴 수밖에 없다.
사회공헌이나 지배구조 분야의 경우 범위가 광범위하고 입증이 어렵다. 다만 사회공헌 분야는 카드사가 중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ESG 채권 발행에 나서는 등 조금씩 발행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지배구조 분야다.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등을 검증해야 하는 분야의 특성상 계량을 통한 평가 자체가 쉽지 않다. 어떤 기준으로 적용할지, 예외성은 어떤 점을 둬야할 지 등 유동성이 크고 기업마다 기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가 이미 명확하게 잡혀있는 기업을 짚어내는 건 쉽지 않다”며 “결국 정량화가 가능한 환경과 사회공헌 위주의 채권이 발행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금융회사의 ESG 경영 자체를 지적하는 시선도 많다. 애초에 경영 방침이 대부분 친환경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업무용 친환경 수소차·전기차를 도입한다던가, 종이 사용 절감을 위한 디지털 브랜치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ESG 경영 차원에서 매주 월요일 채식 식단만 제공하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 계열사들 역시 대출 심사 등의 과정에서 ESG 경영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회공헌과 지배구조 우수기업 등은 증빙이 어렵기 때문에 친환경 기업이 아니면 심사조차 받기 힘든 실정이다.
금융 그룹 자체가 변화를 시도하고 지배구조를 바꾸려면 금융지주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아무런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사회 내 ESG 위원회만 만들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ESG 경영이 최근 굉장히 부각되고 있지만 국내는 사실상 원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대내외적으로 알리기에도 사회공헌과 지배구조 분야는 마땅히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어서다.
김병욱 국회 자본시장특별위원장(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도 최근 ‘제2회 ESG 행복경제포럼’에 참석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를 정착시키려면 넘쳐나는 자료와 평가 항목들을 제대로 정비해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