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90%인 가계부채 비율이 2070년에는 60%대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자료=KDI)
가계부채 비율이 수년 내 정점을 통과해 추세적 하락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식도 총량 목표 설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미루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5일 ‘인구구조 변화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기준 90.3%를 기록 중인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70년까지 60%대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20여 년간 60%에서 90%로 꾸준히 상승 추세를 지속해 왔다. 스위스(125.8%), 호주(112.0%), 캐나다(100.4%), 네덜란드(91.9%)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경기순환이 아닌 구조적 요인(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대수명 증가와 연령대별 인구구성의 변화 등이 가계부채의 중장기 추세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기대수명의 증가는 자산 축적 동기를 강화한다. 퇴직 연령이 정체된 상태에서 기대수명이 늘면 길어진 노후에 대비해 소비를 줄이고 자산을 더 많이 축적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만, 연령대별 선호하는 자산은 다르다. 잔여수명이 짧고 이미 주택을 보유한 중고령층은 거래비용이 큰 주택자산보다는 금융자산 위주로 자산을 추가 축적하려는 경향이 강한 반면, 잔여수명이 긴 청장년층은 주택을 장기 보유할 유인이 커 주택 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다. 즉, 가계부채는 청장년층이 중고령층이 공급한 자금을 차입해 주택 자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실증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가계부채 비율은 기대수명이 1세 증가할 때 약 4.6%포인트 늘었다. 반면, 청장년층 인구(25~44세) 비중이 1%포인트 감소하고 고령층 인구(65세 이상)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약 1.8%포인트 감소했다.
2003년부터 2023년까지 20년 동안 가계부채 비율은 33.8%포인트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28.6%포인트(84.6%)는 기대수명 증가(6.2세, 77.3세→83.5세)에 따른 몫으로 볼 수 있다. 연령대별 인구비중 변화가 미친 영향은 4.0%포인트로 추정됐다. 순자산 지니계수(소득불평등 심화)나 금융건전성 규제 강화 등 다른 요인들이 미치는 영향은 인구구조 변화가 미치는 영향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이에 지난 20년 간 인구구조 변화는 가계부채 비율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해 왔지만 앞으로는 정반대의 양상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다. 저출산에 따른 연령대별 인구비중 변화가 기대수명 증가 효과를 압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2070년까지 6.4세(84.5세→90.9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가계부채 비율을 약 29.5%포인트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같은 기간 고령화 심화에 따른 연령대별 인구구성 변화는 가계부채 비율을 약 57.1%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2070년 가계부채 비율은 현재보다 약 27.6%포인트 낮아진다는 결론이다.
김 연구위원은 “예상되는 기대수명 및 인구구성의 변화를 반영해 가계부채 비율의 흐름을 전망해 보면 수년 내에 정점을 통과하며 추세적 하락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계부채 관리 정책은 임의의 총량 목표를 설정하는 것보다 차주의 상환능력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예외 조항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과도한 정책금융 공급 역시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지난 20년 간 가계부채 비율 상승의 대부분은 기대수명 상승에 따른 효과로 분석된다.(자료=K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