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모바일 앱 ‘하나원큐’가 사용자 별 최적의 맞춤형 메인화면을 제공한다 (사진=하나은행)
은행이 배달, 쇼핑 등 ‘생활 플랫폼’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을 따로 출시하는 ‘분리 전략’도 펼치고 있다.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비금융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락인(Lock-In)’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모바일 뱅킹 앱에 금융 외 부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다. 주로 쇼핑이나 자동차 시세, 배달 등 실생활에 밀접한 서비스 등이다.
하나은행은 기존에 운영 중인 모바일 뱅킹 ‘하나원큐’에 ‘라이프’ 항목을 추가했다. ‘하나원큐’를 접속하고 메뉴를 누르면 ‘뱅킹’과 ‘라이프’ 두 항목만 보이도록 전면 배치도 바꿨다. ‘라이프’에서는 쇼핑과 여행, 건강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라이프’ 탭을 통해 전국 300여개 골프장을 예약할 수 있어 골프 애호가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적극적으로 모바일 뱅킹앱의 ‘생활 플랫폼화’를 추진한다. 은행권 최초로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도 내놓기로 했다. 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 서비스도 자체 개발 중이다. 연내 오픈이 목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소비자가 송금·조회할 때가 아니라도 은행 앱에 자주 들어오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이르면 오는 10월 새 모바일뱅킹 앱인 ‘뉴 스타뱅킹’을 출시한다. 현재 개인 고객 대상으로 제공되는 ‘스타뱅킹’을 업그레이드한 ‘뉴 스타뱅킹’을 통해 KB국민은행은 나눠 있는 7개 앱을 단계적으로 통합할 예정이다.
통합 후 국민은행 개인용 앱은 중장기적으로 ‘뉴 스타뱅킹’과 간편뱅킹 앱 ‘리브’로 정리될 전망이다. ‘리브’는 계좌 조회·송금 등 단순 뱅킹 기능과 함께 교통카드 충전, 경조사 알리기, 선물하기 기능 등을 제공한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2030 MZ세대’를 겨냥해 만들었다.
지난 3월엔 앱 ‘리브 부동산’도 출시했다. 리브 부동산은 지도를 기반으로 실거래가·인공지능 예측 시세 등 다양한 부동산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뉴 스타뱅킹은 기존에 사용하던 앱을 크게 개선한 것”이라며 “뛰어난 데이터 기반 서비스도 담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부터 ‘원(WON)뱅킹’에서 ‘실손보험 빠른 청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진단서 등 종이 서류 없이 원뱅킹을 통해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등 90여개 주요 대형병원뿐만 아니라 일반 병원에서도 증빙 서류를 휴대폰으로 촬영한 뒤 청구하면 된다. 또 편의점과 연계한 개인 택배 배달·픽업 서비스도 선보이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올 12월 배달 앱을 출시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음식 주문 중개 O2O 플랫폼 구축’ 입찰 공고를 내고 사업자를 선정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총사업 비용만 140억원에 달한다. NH농협은행도 이번 달부터 화훼농협과 함께 올원뱅크를 통한 꽃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그동안 은행 뱅킹 앱은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가능했지만 고객들의 금융 외 데이터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생활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통해 앱 안에서 금융 상품 가입을 유도할 수도 있고 충성 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
고객들도 생활에 꼭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동시에 쇼핑 등의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한다면 고객과 은행 모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