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NH농협은행이 갤럭시아니트리·한국정보통신 등과 함께 ‘디지털자산 사업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NH농협은행)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등 디지털 자산을 보관해주는 ‘커스터디(수탁)’ 사업에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계좌 발급 제휴에 대해 눈치를 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높은 성장성에 비해 리스크가 적다는 게 수탁 사업에 참여하는 이유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블록체인 기업인 코인플러그와 손잡고 디지털 자산 수탁사인 ‘디커스터디’를 조만간 출범할 계획이다. 코인플러그가 최대 주주로, 우리은행은 2대 주주로 참여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분투자 방식으로 참여하고 코인플러그와 공동으로 법인을 세울 예정”이라며 “다만 현행 법령상 은행이 할 수 없어 지분참여로 사전에 시장 동향, 기술습득 등을 간접 획득하기 위해 지분참여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자산 수탁 사업은 비트코인 등 법인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대신 관리·보관해주는 서비스다. 대체 불가능 토큰(NFT),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기반한 증권형 토큰(STO) 등도 보관할 수 있다. 시중은행 중 KB국민·신한·NH농협·우리은행이 수탁 사업에 진출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개발사 해치랩스, 투자사 해시드와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7일 암호화폐 지갑 ‘옥텟 월렛’의 기술을 보유한 헥슬란트 등과 함께 커스터디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가상화폐 등 디지털 자산 수탁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가상화폐가 새로운 투자처로 자리매김하고 관심을 갖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규정은 마련되지 않아 보관 자체가 허술했다.
법인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할 수 없어 보유 코인을 이동식저장장치(USB) 등 하드웨어 형태 지갑에 보관해야 한다. 분실·도난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전문 커스터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가장 훌륭하게 커버할 수 있는 게 바로 은행이다. 은행은 시스템 안전성 면에서 수요자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업자여서 수탁 사업에 적합하다. 단 현행법상 은행이 직접 디지털 자산 수탁 업무를 겸영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분 투자로 참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또 은행이 책임져야 할 리스크가 적다는 점도 시중은행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가상화폐 실명계좌 발급은 은행이 거래소에 대한 검증 책임을 떠안야해 사업 제휴 자체를 꺼리는 추세다. 실명계좌를 잘못 내줬다가 해당 거래소에서 해킹·자금세탁 등 사고가 났을 때 연대 책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4곳과 실명 확인 계좌 발급을 맺고 있는 신한·NH농협은행은 자금세탁방지의무 관련 리스크로 인해 계약 연장을 특금법상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고 시한인 오는 9월 24일까지 미루기로 했다.
반면 법인 대상 커스터디는 수탁사가 직접 해당 자금 출처와 고객을 철저히 확인할 수 있고 자산 거래가 아닌 보관·관리 업무만 맡기 때문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