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보험사들이 적자에 시름하고 있지만 놓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2000만명을 넘어서며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보험사로서는 골칫거리다. 손해율이 높아져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하는 보험사도 속출했다. 그렇지만 일부 대형 보험사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실손보험을 놓지 못하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야심작으로 내놓은 4세대 상품 안착을 위해 보험사들을 고강도로 압박하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실손보험 지속가능협의체 회의에서 “판매 중단 보험사도 전환용 상품을 준비해 보험료 부담을 느끼는 1~3세대 가입자들이 원하면 갈아타기를 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00%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손해율이 상승하면 그만큼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도 늘어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보험료수익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발생손해액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 보험료수익은 10조5469억원, 발생손해액은 11조7907억원이었다. 보험료수익에서 발생손해액과 실제 사업비를 제한 보험 손익은 2조5008억원으로 5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지난해 보험사는 14곳이 3세대 실손보험 신규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이 가운데 전환용 ‘4세대’ 상품을 공급하는 곳은 ABL생명, 신한라이프, 동양생명, KDB생명 등 4개사뿐이다.

■ 사회적 책임·영업채널 이유로 판매 중단 어려워

다만 일부 대형 보험사는 실손보험을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현재 생보사 5곳(삼성·한화·교보·NH농협·흥국)과 손보사 10곳 정도가 실손보험 신규 가입자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보험사들이 고객과의 약속, 사회적 책임 등의 이유로 실손보험 판매를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들 대형 보험사들 대부분은 현재로서는 실손보험 중단 계획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고객들과의 약속이기에 갑자기 상품 판매를 중단할 수는 없다”며 “실손보험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 역시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이 강하다”며 “실손보험은 꼭 필요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무작정 판매를 중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NH농협생명은 전국 농협지점에서 주로 중·고령층을 대상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한다. 주 고객층에 대한 금융서비스 차원에서 실손보험 판매를 놓기 어렵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실손보험 판매는 고객들에게 일종의 복지 차원인 부분이 있다”며 “위험률을 잘 관리하면서 상품 판매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험설계사를 포함 대면 영업 채널 때문에 실손보험 판매를 놓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여전히 실손보험은 영업 현장에서 미끼 상품으로 많이 활용된다. 실손보험 문의가 많다 보니 설계사들이 이를 활용해 다른 건강, 종신보험 판매를 권유한다. 현재 개인 실손보험 가입자 중 이중 계약 건은 80%가 넘는다.

보험연구원 정성희 연구원은 “보험료 규모가 적은 실손보험의 경우 끼어 팔기 형식으로 판매량이 많았다”며 “고객들이 특히 혜택을 많이 느끼는 보험이 실손보험이라 판매를 중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책임’을 이유로 대형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된다고 설명한다. 천차만별인 비급여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조사·공개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