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에 비해 4.8% 뛰었다. 2008년10월 이후 13년6개월만에 가장 높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동안 3%대를 유지하다 올해 3월 4.1%로 4%대에 접어들었다. 5%대가 눈앞이다.
미국 소비자물가 (자료=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앞서 발표된 미국의 3월중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8.5%를 기록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1년 이후 41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비단 미국과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뛰어오르는 물가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식품가격이 오르는 등 시쳇말로 월급 빼고는 다 오르는 판국이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물가는 들썩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이 앞다퉈 무지막지하게 쏟아부은 돈 때문이다. 제로 수준으로 금리를 끌어내리고 각종 재정정책을 쏟아내며 경기 둔화를 막고자 했다. 경기방어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거 같다. 그렇지만 과잉 유동성은 부동산, 주식, 코인 등 각종 자산가격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과잉 유동성은 곧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게 필연이다.
이제는 풀어놨던 유동성 회수로 방향을 전환할 때다. 치솟는 물가상승률에 특효약은 금리 인상 뿐이라는게 상식이다. 이미 한국은행이 가장 먼저 액션을 취했고, 미국도 이달부터 빅스텝(한 번에 50bp)을 시작할 태세다.
문제는 경기다. 물가를 잡으면서 경기도 살릴 방법은 없다. 오히려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경기 추락으로 이어졌던 사례를 역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1995년 미 연준은 금리를 급격히 올렸다. 이후 경기는 추락하고 2~3년 뒤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터졌다. 2006년에 급격히 금리를 올리자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지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회사 핌코(PIMCO)의 최고경영자 모하마드 엘 에리언(Mohamed A. El-Erian)이 《새로운 부의 탄생 When Markets Collide》(2008)이란 저서에서 사용한 이 말은 저성장, 규제 강화, 소비 위축, 미국 시장의 영향력 감소 등의 현상을 묶어 지칭한다.
문형민 편집국장
2008년 이후 세계 주요국은 위기에 대한 반성으로 금융 규제를 강화했다. 환경 문제 개선을 위한 저탄소 경제체제 등이 등장하면서 세계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저성장은 저금리, 저물가로 이어졌다. 부채를 줄이고, 소비와 투자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위기 이전의 고성장-고금리-고물가와 다른 질서가 나타났다.
뉴노멀이 코로나19와 함께 저물 것으로 예상된다. 뉴노멀 이후의 더 새로운 노멀은 고물가-고금리-저성장일 거 같은 불안함이 엄습한다. 탈출구가 안보인다.
문형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