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최근 들려오는 하이브 주주들의 속내를 독백 방식으로 풀어봤다.
내 이름은 하이브 개미. 요즘 세간에선 내 주식 이야기가 한창이다. 요약하면 에스엠의 이수만은 비싸게 팔려다 새됐고, 카카오의 김범수는 싸게 사려다 새됐다. 하이브의 방시혁은 빅피처는 맞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들게 생겼다.
하이브가 왕년의 K팝 본좌 '에스엠'을 먹겠다고 달려들었다. 에스엠만 붙이면 하이브는 국내 독보적인 원톱 엔터사로 거듭난다고 한다. 카카오 등 에스엠 사겠다고 달려드는 경쟁사들이 만만찮지만 그래도 현 국면은 하이브가 유리하다. 그럼 내 주식도 오를까?
그런데 이상하다. 에스엠은 연일 신고가인데 하이브는 일희일비한다. 주가 변동성만 커졌다. 오르는가 싶으면 떨어지고, 떨어지나 싶으면 불쑥 오른다. 수년간 쳐다보지도 않다 코로나 팬데믹때 고공행진하던 증시에 뛰어든 나다. 당시 핫한 종목들을 몇개 담았다. 원톱은 빅히트엔터(현 하이브)다. BTS를 좋아하기도 했고 당시만 해도 K팝이 전 세계 시장을 평정할 것 같은 기세였다. 선두에 선 기업이 하이브였다. 그래서 질렀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매수 이후 증시가 꺾인 것도 화가 나지만 BTS의 군대 소식이 결정타였다. 30만원 근처에서 샀던 하이브는 이후 추락을 거듭했다. 그러던 하이브가 작년 하반기 드디어 10만원 초반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한다. 몇차례 물타기를 한 끝에 겨우 평단가도 20만원대로 낮췄다. 반토막 이상 손실도 꽤 줄었다. 르세라핌에 이어 뉴진스까지 새 별들이 속속 등장한다. 좀 더 버틸 수 있겠단 생각이 막 들던 참이다. 그러다 터져나온 에스엠 인수전. 위기일까. 기회일까.
처음엔 그랬다. 왜 맛 간 에스엠을 통째로 사려고 할까. 하이브에 투자한 뒤 나름 엔터산업을 열공했다. 엔터는 콘텐츠산업이다. 업의 본질이 콘텐츠란 얘기다. 지금처럼 좋은 가수를 키우면 되지 않을까. 하이브는 지금도 1위 엔터사다. 플랫폼 역시 하이브의 위버스 월 이용자가 700만명을 넘는다. 에스엠의 디어유가 아무리 요즘 기세를 올린다 해도 100만명 남짓. 큰 시너지가 날까 싶다.
더욱이 에스엠 소속 연예인들을 보면 한물 간 이들이 많다. 공개매수까지 하면 인수하는데 드는 돈만 무려 1조원. "이수만 백기사로 나서려고 이 돈을 쓰는 게 말이 돼?" 화가 치솟는다. 전문가들이 모인 하이브가 이 돈 안들이고도 성장하는 길은 없을까. 재무적인 부담,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한 지분 희석 우려도 불현듯 머리를 스친다. 배신감까진 아니더라도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오는 게 현실이다.
더 들어봤다. 다른 시각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다크호스 카카오의 공세가 하이브를 두렵게 만든다. 카카오의 자금력과 에스엠의 인프라가 시너지를 내면 하이브도 쉽지 않다. 그래서 "다른 이는 몰라도 카카오는 절대 안돼" 이런 생각인가.
대부분의 산업이 그렇겠지만 엔터 역시 글로벌 인프라가 필요하다. K팝의 글로벌화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과거 엔터가 잘 나가는 연예인, 가수를 찾아 계약을 맺고 돈을 벌던 구조였다면 지금은 무명, 신인을 발굴해 키워내는 구조로 바뀌었단다. 제대로만 하면 대박이 가능하다. 이를 시스템화해서 글로벌화 하는 과정에 있는 것도 맞다. 그런 점에선 하이브의 덩치 키우기가 엔터산업의 글로벌화, 재편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란다.
그렇다면 나도 장기투자로 가야할까. 누구는 명분 싸움이라던데 난 그저 불과 며칠동안 8만원대에서 12만원 공개매수가격마저 넘긴 에스엠 주주들이 부러울 뿐이다. 이슈의 주인공임에도 여전히 제자리만 맴도는 하이브 주가. 1년 넘게 들고온 하이브 이 녀석을 어찌해야 할까. 요즘 바닥치고 오르는 종목이 한둘이 아닌데 기회비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이수만의 가처분 소송 결과까진 기다려봐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에 오늘도 주식창만 보다 장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