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께 SK C&C 데이터센터 전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료=카카오톡 어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계열사들은 그렇게 잘 쪼개서 상장시키더니 왜 서버는 몰빵했을까." 지난 주말 카카오 먹통 사태를 두고 나온 온라인 댓글 중 하나인데요.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계열사를 잇달아 상장시키며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주주들의 원성을 샀던 카카오에 대한 통렬한 지적인 것 같습니다. 100여개가 훌쩍 넘는 계열사들을 갖고 대한민국 곳곳에서 사세를 키워온 카카오. 하지만 정작 서비스 퀄리티는 제대로 신경쓰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다시한번 드러났습니다. 증권가에선 카카오가 이번 화재 사고로 입은 비즈니스 및 매출 타격이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사실 이번 후유증이 그리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오랜기간 이어진 카카오그룹주의 동반 주가 폭락 속에서 앞서 불거진 물적분할 논란, 경영진의 최단기간 스톱옵션 단체 매각 사태의 주범인 카카오페이 사태에 이어 이번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건은 카카오그룹 본질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만듭니다. 주식시장에서도 카카오의 추락은 여실히 드러납니다. 카카오의 52주 신고가는 13만1000원인데 현 주가는 4만원대 후반 수준입니다. 카카오게임즈는 11만원대에서 3만원대로, 카카오뱅크는 7만원대에서 1만원 중반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카카오페이 역시 25만원을 육박하던 주가가 현재 3만원대입니다. 증시 전반이 침체국면이고 유수의 글로벌 플랫폼 주가도 급락했다지만 카카오의 폭락 수준은 최악의 국면도 벗어난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최근 한달래 개인들의 순매수 톱5내에 들던 카카오였는데요. 그렇게 빠지는 데도 "이정도면 바닥이 아닐까"란 심정으로 끊임없이 물타기를 해온 개인들로선 그야말로 벼랑끝에 몰린 심정일 것입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사실 첫단추부터 잘못 꿰어졌습니다. 카카오뱅크부터 보겠습니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순이익은 2041억원. 올해 상반기 1238억원이며 올해 2500원 안팎의 순이익이 가능해 보입니다. 올해 실적으로 10배의 밸류에이션을 매긴다 해도 시총 수준은 2조5000억원 안팎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고점대비 80% 가량 폭락한 카뱅의 현 시총은 무려 8조원 가량입니다. PER 35배인데 이는 현재 벌어들이는 이익에 대비해 주가가 35배 높다는 뜻입니다. 현재 주가만큼 순이익을 내려면 35년이 걸린다는 의미기도 하지요. 여타 은행들은 어떨까요. 신한, KB, 하나, 우리금융지주 등 4대 은행의 PER 수준은 3~4배에 불과합니다. 은행주가 저평가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3~4배와 35배의 갭은 너무나 벌어져 있습니다. 결국 착시였습니다. 카카오뱅크 상장을 전후로 급부상한 인터넷과 언택트 시대에 대한 과도한 상상이 만들어낸 장밋빛 세상이었던 셈이지요. 해외 진출 등에 따른 성장성도 아닌, 결국 국내 은행업에서 시장 파이를 나눠먹어야 하는 구도에서 카카오뱅크의 성장성을 과도하게 높게 본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더 확실해지겠지만 은행의 일부 편의 기능을 가져가는 것에 불과한 비즈니스에 대해 많은 이들은 카뱅이 기존 은행을 잡아먹을 것이란 과도한 상상으로 너무 흥분했습니다. 사실 글로벌리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는 요즘, 카뱅의 리스크는 더 확대될 수 있습니다. 주로 인터넷상으로 신용대출을 해주는 카뱅으로선 추후 자산건전성에서 요주의 이하의 불건전 자산이 급격히 늘 수 있고, 이는 비즈니스와 이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판단입니다. "주가가 1만원 아래로 가더라도 쳐다볼 생각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달 대주주 알리페이의 오버행 이슈가 있는 카카오페이, 게임업황이 급격히 약화된 카카오게임즈 역시 당분간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엔 안팎의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카카오탓만 하기엔 답답한 점이 있습니다. 애초에 시장이,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카카오에 대해 비이성적 판단과 평가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은행과 증권, 보험에 카카오 딱지만 붙였을 뿐인데 시장은 광기에 가까운 심리를 보였습니다. 당시 카뱅을 25조원 가깝게 평가하지 않고 냉정하게 시중은행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만 평가했다면 카카오뱅크 역시 상장을 추진하지 않았을 테지요. 쪼개기 상장 역시 이를 한 카카오도 문제지만 이를 받아준 시장 또한 자해행위였다는 점을 뒤늦게나마 우리는 반성해야 합니다. 버블의 책임이 비싸게 판 사람이냐 비싸게 값을 매긴 사람이냐의 논쟁일 수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최근 카카오와 계열사들의 상황, 주가 추이를 봤을때 우리가 배운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시장이 오판해서, 흥분해서 가격을 뒤틀어 놓으면 후폭풍이 얼마나 큰 지를. 사고 후 이틀이 지난 17일 오후 카톡 등 기능이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이번 사태로 카카오 유저들의 이탈이 일부 있을 순 있겠지만 이미 국민 플랫폼으로 확고해진 상황에서 하루 이틀 불편으로 다행히도 이탈이 크진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투자자들로선 경계심을 더 높여야 할 시점입니다. 전방위적인 비난과 원성, 불가피하게 이어질 조 단위에 이르는 대규모 서버 투자, 이로 인한 성장성 위축, 브랜드 이미지 타격 등의 연쇄 반응을 고려한다면 상당기간 주가의 의미있는 반등은 기대하지 않는 게 정상일 듯 싶습니다.

[홍승훈의 Y] 카카오, 계열사는 잘 쪼개더니 서버는 왜 몰빵했나

홍승훈 기자 승인 2022.10.17 16:44 | 최종 수정 2022.10.17 17:07 의견 0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께 SK C&C 데이터센터 전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료=카카오톡 어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계열사들은 그렇게 잘 쪼개서 상장시키더니 왜 서버는 몰빵했을까."

지난 주말 카카오 먹통 사태를 두고 나온 온라인 댓글 중 하나인데요.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계열사를 잇달아 상장시키며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주주들의 원성을 샀던 카카오에 대한 통렬한 지적인 것 같습니다. 100여개가 훌쩍 넘는 계열사들을 갖고 대한민국 곳곳에서 사세를 키워온 카카오. 하지만 정작 서비스 퀄리티는 제대로 신경쓰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다시한번 드러났습니다.

증권가에선 카카오가 이번 화재 사고로 입은 비즈니스 및 매출 타격이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사실 이번 후유증이 그리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오랜기간 이어진 카카오그룹주의 동반 주가 폭락 속에서 앞서 불거진 물적분할 논란, 경영진의 최단기간 스톱옵션 단체 매각 사태의 주범인 카카오페이 사태에 이어 이번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건은 카카오그룹 본질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만듭니다.

주식시장에서도 카카오의 추락은 여실히 드러납니다. 카카오의 52주 신고가는 13만1000원인데 현 주가는 4만원대 후반 수준입니다. 카카오게임즈는 11만원대에서 3만원대로, 카카오뱅크는 7만원대에서 1만원 중반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카카오페이 역시 25만원을 육박하던 주가가 현재 3만원대입니다. 증시 전반이 침체국면이고 유수의 글로벌 플랫폼 주가도 급락했다지만 카카오의 폭락 수준은 최악의 국면도 벗어난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최근 한달래 개인들의 순매수 톱5내에 들던 카카오였는데요. 그렇게 빠지는 데도 "이정도면 바닥이 아닐까"란 심정으로 끊임없이 물타기를 해온 개인들로선 그야말로 벼랑끝에 몰린 심정일 것입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사실 첫단추부터 잘못 꿰어졌습니다. 카카오뱅크부터 보겠습니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순이익은 2041억원. 올해 상반기 1238억원이며 올해 2500원 안팎의 순이익이 가능해 보입니다. 올해 실적으로 10배의 밸류에이션을 매긴다 해도 시총 수준은 2조5000억원 안팎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고점대비 80% 가량 폭락한 카뱅의 현 시총은 무려 8조원 가량입니다. PER 35배인데 이는 현재 벌어들이는 이익에 대비해 주가가 35배 높다는 뜻입니다. 현재 주가만큼 순이익을 내려면 35년이 걸린다는 의미기도 하지요.

여타 은행들은 어떨까요. 신한, KB, 하나, 우리금융지주 등 4대 은행의 PER 수준은 3~4배에 불과합니다. 은행주가 저평가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3~4배와 35배의 갭은 너무나 벌어져 있습니다.

결국 착시였습니다. 카카오뱅크 상장을 전후로 급부상한 인터넷과 언택트 시대에 대한 과도한 상상이 만들어낸 장밋빛 세상이었던 셈이지요. 해외 진출 등에 따른 성장성도 아닌, 결국 국내 은행업에서 시장 파이를 나눠먹어야 하는 구도에서 카카오뱅크의 성장성을 과도하게 높게 본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더 확실해지겠지만 은행의 일부 편의 기능을 가져가는 것에 불과한 비즈니스에 대해 많은 이들은 카뱅이 기존 은행을 잡아먹을 것이란 과도한 상상으로 너무 흥분했습니다.

사실 글로벌리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는 요즘, 카뱅의 리스크는 더 확대될 수 있습니다. 주로 인터넷상으로 신용대출을 해주는 카뱅으로선 추후 자산건전성에서 요주의 이하의 불건전 자산이 급격히 늘 수 있고, 이는 비즈니스와 이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판단입니다. "주가가 1만원 아래로 가더라도 쳐다볼 생각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달 대주주 알리페이의 오버행 이슈가 있는 카카오페이, 게임업황이 급격히 약화된 카카오게임즈 역시 당분간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엔 안팎의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카카오탓만 하기엔 답답한 점이 있습니다. 애초에 시장이,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카카오에 대해 비이성적 판단과 평가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은행과 증권, 보험에 카카오 딱지만 붙였을 뿐인데 시장은 광기에 가까운 심리를 보였습니다. 당시 카뱅을 25조원 가깝게 평가하지 않고 냉정하게 시중은행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만 평가했다면 카카오뱅크 역시 상장을 추진하지 않았을 테지요.

쪼개기 상장 역시 이를 한 카카오도 문제지만 이를 받아준 시장 또한 자해행위였다는 점을 뒤늦게나마 우리는 반성해야 합니다. 버블의 책임이 비싸게 판 사람이냐 비싸게 값을 매긴 사람이냐의 논쟁일 수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최근 카카오와 계열사들의 상황, 주가 추이를 봤을때 우리가 배운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시장이 오판해서, 흥분해서 가격을 뒤틀어 놓으면 후폭풍이 얼마나 큰 지를.


사고 후 이틀이 지난 17일 오후 카톡 등 기능이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이번 사태로 카카오 유저들의 이탈이 일부 있을 순 있겠지만 이미 국민 플랫폼으로 확고해진 상황에서 하루 이틀 불편으로 다행히도 이탈이 크진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투자자들로선 경계심을 더 높여야 할 시점입니다. 전방위적인 비난과 원성, 불가피하게 이어질 조 단위에 이르는 대규모 서버 투자, 이로 인한 성장성 위축, 브랜드 이미지 타격 등의 연쇄 반응을 고려한다면 상당기간 주가의 의미있는 반등은 기대하지 않는 게 정상일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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