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젊은이의 양지' 스틸   영화 제목에 ‘젊은이’와 ‘양지’가 들어갔지만, 영화는 희망적이지 않다. 어른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10대들의 모습과 주체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사는 것이 힘들다’라는 말을 연신 할 수밖에 없는 20대가 ‘양지’의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는 삶을 보여준다. 신수원 감독의 영화 ‘젊은이의 양지’는 카드사 추심 콜센터에서 실습생으로 일하는 19살 준(윤찬영 분)이 일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연신 콜은 울려대고, 준은 카드비 납부를 촉구하는 전화를 고객들에게 한다. 준을 다그치는 팀장과 달리 센터장 세연(김호정 분)은 준의 상황과 미래를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세연 역시 현실은 팍팍하다. 딸 미래(정하담 분)는 인턴 일을 하며 취업준비를 하지만, 번번이 떨어진다. 자신 역시 센터 실적의 미미함으로 인해 본사의 압박을 받는다. 그러던 중, 준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준은 유일하게 ‘어른’이라 생각하던 세연에게 영상을 남긴다. 영화는 준과 세연, 미래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단순히 “밀린 카드비를 내셔야 한다”고 고객에게 전화하던 준은 어느 새 웃으면서 ‘협박’(?)하는 수준으로 변해간다. 그에게 웃음은 자신을 감춰야 하는 가면이지만, 동시에 자신을 사라지게 하는 행동이었다. 준이 내뱉은 “난 매일 웃어야 하거든. 그런데 진짜 웃고 싶을 때 어떻게 웃는지 기억이 안나”라는 말이 그것을 보여준다. 준과 함께 콜센터에서 일하는 10대 실습생들은 속칭 ‘티슈 노동자’라 불리는 이들이다.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존재들이다. 그들에게 책임감 등을 강조하는 어른들의 발언은 무책임하고 사악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들에게 따뜻하지 않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현실적인 판단을 한다. 준의 죽음 이후, 세연의 과거 야학 동료이자 준의 사건을 맡은 노무사는 5000만원의 합의금만 주고 사건을 덮으려는 세연에게 “얼마나 더 죽어야 멈출거냐”라고 묻는다. 세연은 “멈춰? 멈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라는 답을 한다. 10대의 죽음으로 끝낼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어른들의 이기심이 사라져야 없앨 수 있는 상황이다. 시선을 돌려, 세연의 딸인 미래의 상황도 암담하다. 인턴이지만 정규직이 될 가능성은 없고, 취업 역시 쉽지 않다. 감독은 미래를 20대의 대표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단지, 미래와 함께 취업 스터디를 준비하는 동생이 가진 좋은 집안, 좋은 학벌, 유학 경험 등을 내세워 색을 나누게 한다. 사실 이 때문에 준의 사연에 비해 미래의 사연은 선명하지 못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주제는 의외로 삽입곡에서 드러난다. 카드 납부 촉구를 위해 전화한 상대방이 틀어놓은 음악은 루시드폴의 ‘사람이었네’였다. “난 사람이었네 공장 속에서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난 사람이었네 어느 날 문득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난 사람이었네”

[24th BIFF 리뷰] “난 사람이었네”…차가운 세상을 사는 ‘젊은이의 양지’

부산=유명준 기자 승인 2019.10.06 12:29 | 최종 수정 2139.07.11 00:00 의견 0
사진='젊은이의 양지' 스틸
사진='젊은이의 양지' 스틸

 

영화 제목에 ‘젊은이’와 ‘양지’가 들어갔지만, 영화는 희망적이지 않다. 어른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10대들의 모습과 주체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사는 것이 힘들다’라는 말을 연신 할 수밖에 없는 20대가 ‘양지’의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는 삶을 보여준다.

신수원 감독의 영화 ‘젊은이의 양지’는 카드사 추심 콜센터에서 실습생으로 일하는 19살 준(윤찬영 분)이 일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연신 콜은 울려대고, 준은 카드비 납부를 촉구하는 전화를 고객들에게 한다. 준을 다그치는 팀장과 달리 센터장 세연(김호정 분)은 준의 상황과 미래를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세연 역시 현실은 팍팍하다. 딸 미래(정하담 분)는 인턴 일을 하며 취업준비를 하지만, 번번이 떨어진다. 자신 역시 센터 실적의 미미함으로 인해 본사의 압박을 받는다. 그러던 중, 준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준은 유일하게 ‘어른’이라 생각하던 세연에게 영상을 남긴다.

영화는 준과 세연, 미래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단순히 “밀린 카드비를 내셔야 한다”고 고객에게 전화하던 준은 어느 새 웃으면서 ‘협박’(?)하는 수준으로 변해간다. 그에게 웃음은 자신을 감춰야 하는 가면이지만, 동시에 자신을 사라지게 하는 행동이었다. 준이 내뱉은 “난 매일 웃어야 하거든. 그런데 진짜 웃고 싶을 때 어떻게 웃는지 기억이 안나”라는 말이 그것을 보여준다.

준과 함께 콜센터에서 일하는 10대 실습생들은 속칭 ‘티슈 노동자’라 불리는 이들이다.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존재들이다. 그들에게 책임감 등을 강조하는 어른들의 발언은 무책임하고 사악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들에게 따뜻하지 않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현실적인 판단을 한다.

준의 죽음 이후, 세연의 과거 야학 동료이자 준의 사건을 맡은 노무사는 5000만원의 합의금만 주고 사건을 덮으려는 세연에게 “얼마나 더 죽어야 멈출거냐”라고 묻는다. 세연은 “멈춰? 멈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라는 답을 한다. 10대의 죽음으로 끝낼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어른들의 이기심이 사라져야 없앨 수 있는 상황이다.

시선을 돌려, 세연의 딸인 미래의 상황도 암담하다. 인턴이지만 정규직이 될 가능성은 없고, 취업 역시 쉽지 않다. 감독은 미래를 20대의 대표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단지, 미래와 함께 취업 스터디를 준비하는 동생이 가진 좋은 집안, 좋은 학벌, 유학 경험 등을 내세워 색을 나누게 한다. 사실 이 때문에 준의 사연에 비해 미래의 사연은 선명하지 못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주제는 의외로 삽입곡에서 드러난다. 카드 납부 촉구를 위해 전화한 상대방이 틀어놓은 음악은 루시드폴의 ‘사람이었네’였다.

“난 사람이었네 공장 속에서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난 사람이었네 어느 날 문득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난 사람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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