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사진=연합뉴스)
카카오가 내우외환에 빠졌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와 관련한 시세 조종 의혹 수사가 김범수 창업자까지로 향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따른 카카오 공동체 구성원의 불만도 김범수 창업자에 대한 책임론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당시 불거진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부터 카카오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해 4월에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카카오 주요 임원이 SM엔터 공개 매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등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관련자들의 처벌은 물론 카카오의 SM엔터 활용을 통한 미래 성장 계획이 어그러지게 된다.
카카오는 SM엔터 인수 효과를 당장 2분기부터 누리고 있다. 올 2분기에 분기 기준 첫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SM엔터 매출을 반영한 콘텐츠 부문 뮤직 사업이 전년 동기 대비 130% 급증한 48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덕분이다.
카카오는 수익성 개선 및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지난 1일 카카오엔터와 SM엔터의 북미 현지 통합 법인을 출범했다. 양 사의 시너지 창출이 기대되는 엔터 사업에서 글로벌 시장 공략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시세 조종 의혹에 대한 수사로 카카오의 이 같은 미래 성장 계획은 안갯속에 빠졌다.
공격적인 사업 영역 확대로 카카오의 매출은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으나 인건비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카카오의 2분기 영업이익은 11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다. 인건비는 4718억원으로 11% 증가했다.
26일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뷰어스 DB)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카카오는 그동안 늘렸던 사업 중 일부에서는 발을 빼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계열사 구조조정 조치가 대표적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엔터, 엑스엘게임즈 등이 대상에 올랐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달 17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지난달 10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전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개발팀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접수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건비 절감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노조와의 갈등 조율에도 애를 먹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카카오 판교 아지트 앞에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무책임경영 규탄·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카카오 공동체 1차 행동’ 집회를 열었다.
박영준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장과 오치문 카카오 노조 수석지부회장, 진창현 엑스엘게임즈 분회장 등 300여명의 카카오 공동체 조합원들은 "무책임 경영 회전문 인사 브라이언(김범수 의장의 영어 이름)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당시 오치문 카카오 노조 수석부지회장은 “브라이언은 자격 없는 대표를 선임하고, 크루(직원)들을 내몰았다”며 “회사가 어려울 때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 고통이 직원들에게만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이은 악재에 카카오에 대한 시장 평가도 좋지 않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카카오 주가는 개장 직후 3.80% 하락한 5만6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카카오의 신사업 추진 효과가 드러나지 않은 시점에서 연이은 악재가 터져 나온 상황. 이에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는 당분간 비용 효율화에 초점을 두고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배재현 카카오투자총괄 대표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제공하는 AI 학습 추론 관련 클라우드 인프라 활용을 확대하면서 집행되는 투자 비용을 내재화해 투자 효율을 높이기에 기존에 밝힌 3000억원 손실 규모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