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오는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또 한번 막대한 예실차(예정과 실제의 차이)를 기록할 지 관심이다. 올해 상반기 메리츠화재의 예실차 규모는 컸다. 회사 측은 이를 계리의 보수적인 가정 때문이란 입장이지만 보험업계 안팎에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보수적 가정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의 3분기 실적발표가 이달 예정돼 있다. 13일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14일 현대해상이 실적을 발표한다. 일단 시장의 눈은 메리츠화재에 쏠린다. 지난 상반기 예실차 규모가 경쟁사 대비 현저히 컸던 영향이다. [사진=메리츠화재] 예실차는 보험금, 사업비 등의 예상액과 실제의 차이를 말한다. 올 상반기 메리츠화재의 예실차 이익은 2995억원에 달했다. 이는 삼성화재(1530억원)와 DB손보(480억원)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양사의 자산 규모(삼성화재 80조원·DB손보 44조원)가 메리츠화재(36조원)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실차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리츠화재는 예실차 비율도 높았다. 올 상반기 기준 메리츠화재의 예실차 비율은 12.1%다. 금감원 권고치(±5%)의 2배를 훌쩍 넘는다. 반면 삼성화재와 DB손보는 각각 5.6%, 2.0%에 머물렀다. 예실차 비율은 예실차를 예상보험금과 예상비용의 합산액으로 나눈 값이다. 즉 예상했던 것에 비해 실제 얼마나 큰 차이가 발생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예실차 비율이 높을수록 가정의 정확도가 낮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계리적인 가정이 정밀하지 않다는 의미다. 메리츠화재는 큰 예실차가 손해율 가정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를 통계에서 배제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즉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했다는 것. 팬데믹 시기엔 사람들의 병의원 방문이 급감하면서 실손의료보험 등에서 손해율이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곧 평년 수준으로 손해율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 코로나 시기의 데이터를 제외하고 회계처리에 대한 가정을 세웠다는 설명을 내놨다. 이 시기를 통계에서 배제하면 예상 보험금 등이 평년보다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예실차(+)가 커지게 된다. 코로나 앤데믹(풍토병) 시기에 접어든 현재 메리츠화재의 손해율은 업계 평균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메리츠화재의 경과손해율(IFRS4 기준)은 2019년 81.1%에서 코로나가 닥친 2020년 78.4%로 떨어진 뒤 ▲2021년 76.9% ▲2022년 74.9%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의 손해율도 76.2%로 여전히 낮다. 보수적 회계처리가 도리어 실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금융당국 출신 한 보험 전문가는 "IFRS17는 계리적 가정 등 많은 부분을 각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며 "이는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 하라는 게 아니라 각사가 평가 시점의 정보를 토대로 가장 합리적으로 추정하란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설령 보수적인 회계처리임을 감안하더라도 예실차 비율이 10%를 넘는 건 과하다"면서 "해당 수치가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란 건 업계 전반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해왔다. 자본시장의 한 보험 전문가 역시 "팬데믹 시기의 수치를 통계에 포함할지 말지는 누구도 정답을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앤데믹 시기로 들어섰음에도 손해율이 곧바로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메리츠화재의 가정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했다. 예실차로 단기간에 거둬들인 이익이 썰물처럼 유출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앞서 메리츠금융은 대대적인 주주환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자회사인 메리츠화재에서 대규모 예실차 이익이 발생하면 배당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다른 보험회계 전문가는 "예실차 이익은 곧바로 손익계산서를 타고 당기순이익으로 반영된다"면서 "이는 회사의 실질은 변한 게 없는데 회계처리만으로 막대한 배당 재원을 확보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당장은 주주들에게 이득일 수 있으나 미래의 이익을 무리하게 끌어다쓰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회사 가치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올 상반기 메리츠화재의 CSM(보험계약마진)은 부리효과를 제외하면 주요 보험사 중 유일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지율 등 계리적 가정의 변경으로 인해 감소한 CSM 규모가 3872억원에 이르렀다. CSM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통해 거둬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장래 이익이다. 막대한 예실차 이익과 대조되는 미래 이익의 감소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만 금융당국에선 올해가 IFRS17 시행 원년인 만큼 예실차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다소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당초 IFRS17 도입 초기 2~3년은 안착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과도한 예실차가 발생한다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경고를 받을 수 있지만 3개 분기 결산 숫자만으로 평가하는 것 역시 시기상조인 측면도 있다"고 답했다. 이 기사는 뷰어스와 기사제휴한 뉴스포트가 제공했습니다.-편집자주

메리츠화재 CSM 논란...3분기도 권고치 2배 예실차 나오나

금감원, 예실차 비율 ±5% 이내 권고...메리츠화재 12%
"큰 예실차, 보수적 계리 면죄부 아냐" 지적도

뉴스포트 여지훈 기자 승인 2023.11.02 11:18 의견 0

메리츠화재가 오는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또 한번 막대한 예실차(예정과 실제의 차이)를 기록할 지 관심이다. 올해 상반기 메리츠화재의 예실차 규모는 컸다. 회사 측은 이를 계리의 보수적인 가정 때문이란 입장이지만 보험업계 안팎에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보수적 가정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의 3분기 실적발표가 이달 예정돼 있다. 13일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14일 현대해상이 실적을 발표한다. 일단 시장의 눈은 메리츠화재에 쏠린다. 지난 상반기 예실차 규모가 경쟁사 대비 현저히 컸던 영향이다.

[사진=메리츠화재]

예실차는 보험금, 사업비 등의 예상액과 실제의 차이를 말한다. 올 상반기 메리츠화재의 예실차 이익은 2995억원에 달했다. 이는 삼성화재(1530억원)와 DB손보(480억원)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양사의 자산 규모(삼성화재 80조원·DB손보 44조원)가 메리츠화재(36조원)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실차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리츠화재는 예실차 비율도 높았다. 올 상반기 기준 메리츠화재의 예실차 비율은 12.1%다. 금감원 권고치(±5%)의 2배를 훌쩍 넘는다. 반면 삼성화재와 DB손보는 각각 5.6%, 2.0%에 머물렀다.

예실차 비율은 예실차를 예상보험금과 예상비용의 합산액으로 나눈 값이다. 즉 예상했던 것에 비해 실제 얼마나 큰 차이가 발생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예실차 비율이 높을수록 가정의 정확도가 낮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계리적인 가정이 정밀하지 않다는 의미다.

메리츠화재는 큰 예실차가 손해율 가정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를 통계에서 배제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즉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했다는 것.

팬데믹 시기엔 사람들의 병의원 방문이 급감하면서 실손의료보험 등에서 손해율이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곧 평년 수준으로 손해율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 코로나 시기의 데이터를 제외하고 회계처리에 대한 가정을 세웠다는 설명을 내놨다. 이 시기를 통계에서 배제하면 예상 보험금 등이 평년보다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예실차(+)가 커지게 된다.

코로나 앤데믹(풍토병) 시기에 접어든 현재 메리츠화재의 손해율은 업계 평균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메리츠화재의 경과손해율(IFRS4 기준)은 2019년 81.1%에서 코로나가 닥친 2020년 78.4%로 떨어진 뒤 ▲2021년 76.9% ▲2022년 74.9%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의 손해율도 76.2%로 여전히 낮다. 보수적 회계처리가 도리어 실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금융당국 출신 한 보험 전문가는 "IFRS17는 계리적 가정 등 많은 부분을 각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며 "이는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 하라는 게 아니라 각사가 평가 시점의 정보를 토대로 가장 합리적으로 추정하란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설령 보수적인 회계처리임을 감안하더라도 예실차 비율이 10%를 넘는 건 과하다"면서 "해당 수치가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란 건 업계 전반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해왔다.

자본시장의 한 보험 전문가 역시 "팬데믹 시기의 수치를 통계에 포함할지 말지는 누구도 정답을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앤데믹 시기로 들어섰음에도 손해율이 곧바로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메리츠화재의 가정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했다.

예실차로 단기간에 거둬들인 이익이 썰물처럼 유출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앞서 메리츠금융은 대대적인 주주환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자회사인 메리츠화재에서 대규모 예실차 이익이 발생하면 배당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다른 보험회계 전문가는 "예실차 이익은 곧바로 손익계산서를 타고 당기순이익으로 반영된다"면서 "이는 회사의 실질은 변한 게 없는데 회계처리만으로 막대한 배당 재원을 확보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당장은 주주들에게 이득일 수 있으나 미래의 이익을 무리하게 끌어다쓰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회사 가치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올 상반기 메리츠화재의 CSM(보험계약마진)은 부리효과를 제외하면 주요 보험사 중 유일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지율 등 계리적 가정의 변경으로 인해 감소한 CSM 규모가 3872억원에 이르렀다. CSM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통해 거둬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장래 이익이다. 막대한 예실차 이익과 대조되는 미래 이익의 감소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만 금융당국에선 올해가 IFRS17 시행 원년인 만큼 예실차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다소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당초 IFRS17 도입 초기 2~3년은 안착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과도한 예실차가 발생한다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경고를 받을 수 있지만 3개 분기 결산 숫자만으로 평가하는 것 역시 시기상조인 측면도 있다"고 답했다.

이 기사는 뷰어스와 기사제휴한 뉴스포트가 제공했습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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