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C 2023 정책&규제 세션에 참여한 에밀리 파커 코인데스크 전무, 하워드 피셔 전 SEC 수석재판 변호사, 니잠 이스마일 전 MAS 시장행위정책 부서장,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두나무)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FTX 붕괴까지 코인 업계는 큰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각국 정부는 규제 강화에 나섰고 코인 시장에 규제 리스크는 주요 변수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서는 올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 세계 시장에 통용될 만한 뚜렷한 규제 트렌드는 아직 정립되지 않은 모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의 규제 방향성과 시도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블록체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의 에밀리 파커 전무는 지난 13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업비트 D 컨퍼런스(UDC) 2023'에 패널로 참여, 글로벌 규제 트렌드를 간결하게 정리·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한국을 '굉장히 강력한 리테일 시장'으로 규정했다. 가상자산 투자 인구가 전체 인구의 10%를 넘는 600만명에 달한다. 특히 알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시장임에도 크게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한 것은 매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럽의 경우 내년에 도입되는 MiCA(암호자산시장법)를 주요 이슈로 꺼내들었다. EU 전체 회원국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포괄적 규제라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규제의 명확성 측면에서 진일보했음에도 너무 엄격해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에 대해선 '반전'을 화두로 삼았다. 2011년 일본의 가상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 해킹 사태로 규제 당국은 엄격한 규제를 도입했다. 고객의 자산과 거래소의 자산을 분리토록 한 것. 스테이블 코인 발행 관련 입법, 거래소 콜드 월렛 의무화 등도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규제였다. 규제가 너무 엄격하다는 비판이 뒤따랐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해 FTX 파산 사태에서 FTX재팬의 고객만이 자산을 보호받은 것.
가상자산 시장이 발달한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의 경우 '크립토 친화적이지만 시장의 역동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홍콩 정부는 최근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강력히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사업자 허가제 도입 등 크립토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크립토 친화적이라는 것은 곧 규제의 명확성을 의미하고, 이것이 비즈니스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미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크립토 친화적이지도 않고 비즈니스 친화적이지도 않다'고 평가했다. 관련 규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SEC(증권거래위원회)의 단속을 통해서만 규제를 인지할 수 있다는 것. 대표적인 사례로 스타트업인 리플이 수천만달러를 들여 SEC와 소송 중인 상황을 들었다. 다만 RWA(실물자산토큰), 비트코인 현물 ETF 등장 가능성 등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만한 요인이라고 짚었다.
에밀리 파커 전무의 현황 소개 뒤 토론에 나선 하워드 피셔 모세앤싱어 파트너(전 SEC 수석재판 변호사)는 "장기적으로는 국제 규제 제도가 통합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디지털자산이 정립되면서 수용성이 높아지고 전통 자산만큼 규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면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미국도 가상자산 시장이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니잠 이스마일 에티콤 대표 겸 설립자(전 싱가포르통화청 시장행위정책 부서장)는 "토큰화의 중요성은 인지하면서도 일반 가상자산 시장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싱가포르 크립토 규제의 독특한 면"이라고 소개했다. 규제당국이 투자자 피해를 지나치게 우려해 이런 기형적인 모습이 나타났다는 것.
이런 현상은 한 나라 안에서만이 아니라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니잠 대표는 "비트코인에 대해 싱가포르에서는 결제토큰으로, 말레이시아는 증권으로, 인도네시아는 상품으로 각각 규제하고 있다"면서 "국제적 표준이 없어 규제가 다른 것인데 관련 연구가 완료되면 가이드라인이 생길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명확한 규제가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그 명확성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개방성이 필요하다"며 업계와 규제 당국 간 긴밀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밀리 파커 코인데스크 전무이사가 UDC 2023에서 소개한 코인 시장 규제&정책 트렌드. RWA 토큰화, 아시아 시장 대두,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향, CBDC 실험, 비트코인 현물 ETF 등장 등을 꼽고 있다.(사진=두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