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잠실 롯데타운 ‘크리스마스 마켓’ 개점을 앞두고 방문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성준 뷰어스 기자.
#. 유리로 지어진 투명한 건물 곳곳에 전등이 반짝거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경쾌한 캐롤 소리와 함께 각종 트리와 전구로 장식된 상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빈티지 우드톤으로 줄지어 들어선 상점은 유럽 현지와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북적이는 인파가 빚어내는 왁자지껄한 소리에 아직 한 달이나 남은 크리스마스가 성큼 다가왔다.
24일 오전 10시 잠실에 문을 연 롯데타운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이른 시간부터 입구에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개점 시간이 되자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입구 옆에 마련된 이벤트 상점. 선착순 100명에게 주어지는 증정품을 받기 위해서였다. 때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손에 하나씩 쥔 사람들은 들뜬 표정으로 삼삼오오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마켓 건물 자체도 흰색 프레임에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주고 전등으로 장식해 크리스마스 느낌을 물씬 냈지만, 건물 안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훨씬 짙어졌다. 한칸 한칸 나눠진 점포에서 각양각색 상품을 구경하고 직원에게 이것저것 묻는 분주한 모습은 지하상가나 전통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유럽식 상점이 들어선 거리에 더해진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들은 익숙한 풍경에도 특별함을 부여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한 배경 덕분에 곳곳에서 사진 찍기 좋은 장소가 눈에 띄었다. 방문객 연령대는 다양했지만 다들 사진 한장 정도는 찍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즉석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도 준비돼 있었는데, 아쉽게도 오후 5시부터 운영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지름신’ 부추기는 각양각색 상품 가득
‘크리스마스 마켓’ 내부 상점 거리 모습. 사진=김성준 뷰어스 기자.
상점들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는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식기류나 슬리퍼 같은 생활용품에서부터 여러 장신구와 장식품, 공예품, 유기농 과일과 꽃다발까지 선물하기 좋은 다양한 상품들이 눈에 띄었다. 연말 파티에 빠질 수 없는 와인과 샴페인, 칵테일을 위한 보드카, 럼, 진 등 각종 주류도 구매할 수 있었다.
독특한 서비스 상품도 준비됐다. 글월은 한정판 크리스마스 스토리북과 함께 롯데백화점과 협업한 편지지와 우표 등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편지키트 구매 후 편지를 작성하면 본인이나 지인에게 새해에 전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연말에 자신에게 직접 쓴 편지를 새해 봄쯤 받아보면 해가 바뀌며 세웠던 계획을 되새겨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크리스마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장난감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독일 ‘케테볼파르트’ 상점은 수제 호두까기 인형과 오르골 등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남자아이를 홀리게 만드는 마성의 자동차 장난감과 산타 복장을 한 복슬복슬한 곰 인형과 루돌프 인형 등이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의 발걸음까지 붙잡았다.
이날 마켓을 방문한 20대 A씨는 “지갑만 허락한다면 다 사고 싶을 정도로 탐나는 물건이 너무 많다”면서 “밤에 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금 아니면 못 올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B씨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데다 독특한 음식들도 인상 깊었다”면서 “여러 업체에서 경쟁적으로 (크리스마스 마케팅을) 하니까 소비자로서는 볼거리가 많아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른 크리스마스 마케팅, 유통업계 ‘소비자 잡기’ 고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즉석사진 포토존, ‘위키드와이프’에서 판매하는 와인, ‘케테볼파르트’ 수제 호두까기 인형, 영아 장난감 판매점. 사진=김성준 뷰어스 기자.
올해도 유통업체들은 한발 빠르게 크리스마스 마케팅에 돌입했다. 소비자들이 미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트리 등을 꾸미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춘 상품도 내놓고 있다. 유통업계가 11월에 들어서면서 이른 연말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는 가라앉은 소비 심리를 조금이나마 되살리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특히 백화점 업계는 ‘손님 끌어모으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올해 3분기 실적이 나란히 뒷걸음질 친 데다 앞으로의 매출 전망도 어둡기 때문이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에 소비가 위축되면서 ‘짠물소비’ 성향도 강해지고 있다.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들은 백화점보다는 온라인 쇼핑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게다가 팬데믹 기간 매출을 이끌었던 명품도 면세점 채널로 분산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실적 부담은 한층 커진 상황이다. 백화점 업계가 최근 앞다퉈 크리스마스 ‘핫플레이스’를 만드는 것도 어떻게든 소비자를 끌어모으려는 고육지책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자리잡다보니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어떻게든 오프라인으로 나오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면서 “특히 온라인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백화점 등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집객 효과를 토대로 매출을 올리겠다는 전략을 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