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쇄신 중심 축인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이 카카오의 치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자신의 상황을 16세기 조선시대에 정치인으로 활약한 조광조에 빗대는 듯한 표현을 남기면서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노출하기도 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의 인맥 한 축에서 쇄신 총대를 메기까지 무슨 일이 있던 걸까.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 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 (사진=브라이언 임팩트 재단)
■ 카카오 창업 조력자·사회복지사업 지휘, 김범수 창업주 두터운 신뢰
김정호 총괄은 네이버 공동 창업자로 2000년 김범수 창업자가 설립한 한게임이 네이버와 합병해 만든 NHN에서 엔터테인먼트 본부장과 부사장(COO)를 거쳐 대표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후 김범수 창업주가 2008년 NHN을 떠나자 서로의 소속은 달라졌지만 인연은 이어졌다.
김 총괄은 김범수 창업주가 카카오를 창업할 당시 5억원의 투자금 지원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창업주도 김 총괄이 운영 중인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에 개인재산을 100원을 쾌척한 것은 물론 개인 재산으로 만든 기부재단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 후임 자리를 김 총괄에게 맡기는 등 강한 신뢰를 보였다.
김 창업주는 카카오가 지난 9월 그룹 전체 전략과 사업 방향성을 조율 및 지원하는 총괄 기구 'CA 협의체'를 4인 총괄 체제로 확대 개편하면서 김정호 총괄에게 경영지원부문을 맡기기도 했다.
김 창업주는 최근 카카오 쇄신을 위해 구성한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에 유일한 사내 위원으로 김 총괄을 내세우기도 했다. 김 총괄이 외부 기구와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준신위가 김 창업주에게 전권을 부여받은 독립기구라는 점에서 김 총괄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방증한다.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연합뉴스)
■ 카카오의 급성장 그늘 폭로, 쇄신 의지 다져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이 카카오 전면에 대두된 배경에는 카카오의 급성장에 따른 그늘 탓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는 2006년 아이위랩을 설립한 이후 2010년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등극하자 그해 9월 1일 사명을 카카오로 바꿨다.
카카오톡에 높아지는 점유율 속에 카카오도 고속 성장기에 진입했다. 카카오에 2012년 연간 매출이 461억원 수준이었으나 이듬해에는 2107억원까지 몸집을 불렸다. 2014년에는 다음과 합병을 진행했고 본격적인 카카오 브랜드 서비스가 늘어났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택시 등 다수의 카카오서비스가 출시됐고 2016년에는 1조464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백 억원대 수준의 매출을 기록한 기업이 4년 만에 조 단위 매출까지 성장한 것. 2019년에는 IT 기업 중 국내 최초로 자산규모 10조원을 넘어서면서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대기업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대기업 분류와 함께 카카오의 플랫폼 갑질 논란 및 문어발 확장에 대한 비판도 거세졌다. 2021년에는 김 창업주가 국정감사장을 네 차례 증인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계열사를 줄이라는 외부 압박에도 카카오는 플랫폼 서비스 확장을 이어가면서 2022년에는 연간 매출 7조1068억원을 넘어섰다.
카카오가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던 이유로는 자율 경영이 꼽힌다. 발 빠른 스피드 경영을 이끈 계열사 자율성은 카카오의 고속 성장을 견인했다.
카카오는 자율성을 중요시하면서 성장에는 속도가 붙었지만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거나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올해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놓고 하이브와 벌인 경쟁도 그 중 하나다. 인수 과정에서 불법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김 창업주를 비롯한 주요 카카오 계열사 대표들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에 김범수 창업주는 카카오 자율경영 체제에 제동을 걸고 공동체 쇄신을 이끌 적임자로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을 꼽았다. 김 총괄은 준신위 활동 이전부터 김 창업주의 요청에 따라 회사 내 골프회원권 조사 및 정리에 나서는 등 카카오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부분에 과감히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괄은 이 과정에서 내부 임원들과 의견충돌도 잦았던 것으로 보인다. 준신위 활동이 본격화 되기 이전인 지난 22일에는 업무보고를 받던 중 욕설과 폭언을 퍼부으며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 총괄은 자신의 폭언 논란이 언론에 보도되자 28일과 29일 양일에 걸쳐 자신의 페이스북에 폭언에 대한 해명 및 카카오 내부 상황에 대한 폭로전에 나섰다. 사내 비리와 조직 문화에 대한 공개적인 저격에 나서는 등 카카오의 치부를 드러냈다.
김 총괄의 폭로에는 카카오의 경기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아레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과 부서 간 연봉 편차를 비롯한 임원진·직원 간 복지 격차 등이 담겼다.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말미에는 조광조라는 해시태그를 달기도 하며 카카오의 개혁 의지를 다졌다.
왼쪽부터 홍은택 카카오 대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사진=카카오)
■ 김정호 총괄 폭로전 이후 내홍 격화…김범수 리더십 어디로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이 폭로에 나선 이후 카카오의 내부 갈등은 격화되는 모양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카카오 직원을 대상으로 한 김 총괄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를 묻는 공개 투표가 올라오기도 했다. 전날 오후 기준으로 투표 참여자 412명 중 382명(92.7%)이 '김 총괄이 잘했다. 썩은 거 싹 다 개혁하라'고 투표했다.
반면 쇄신 대상으로 몰린 자산개발실에서는 김 총괄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 나왔다.
카카오 오지훈 자산개발실장과 직원 11명은 카카오 내부망에 ‘동료 크루 여러분의 이해와 도움을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하며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 외부인들에게도 노출되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돼 저희와 저희 부서의 동료 크루들은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자괴감에 빠져 고통을 받고 있다"며 "자산개발실이 진행해 온 모든 프로젝트에 대한 윤리위의 공식적인 내부감사와 브랜든의 페이스북 게시글로 인해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을 근거로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회사 차원의 검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총괄의 "700억~800억원이나 되는 공사업체를 그냥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정했다"는 폭로와 관련해 "당연하게도 투자거버넌스총괄, 대표이사의 결재가 진행된 사안이며 구매·재무의 합의 내역이 전자결재시스템에 남아있다"고 반박했다.
또 카카오 공동체 내부 설계가 아닌 외주 업체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자산개발실장이 ‘카카오 스페이스는 온전히 설계를 완결할 기능이 충분하지 않고, 카카오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수의로 용역을 줄 경우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될 우려가 있어 선정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일련의 사태에 카카오 노조는 30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경영지원총괄이 사회관계망을 통해 폭로한 일련의 경영진 비위 행위에 대해 외부인으로 구성된 '준법과 신뢰 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김 총괄의 욕설과 관련해서도 "이는 직장 내 괴롭힘 기준에 부합하며 어떤 좋은 의도가 있었거나 실수라고 해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문제를 발생시킨 경영진들이 스스로 쇄신안을 만드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럽다"면서 경영쇄신위원회에 직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창업주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IT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대다수가 '김범수의 사람'들로 구성된 카카오 수뇌부인 만큼, 김 창업주의 더 강력한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거다.
IT 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창업주가 그동안 카카오의 성장 과정에서 능력도 있으면서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 위주의 인사를 낸 만큼 직접 교통정리에 나서야할 때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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