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상아트 제공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자신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아마도 너무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적당한 거리를 두고 타인을 보며 평가를 하고, 훈수를 놓는 것처럼 자신을 바라볼 때도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자각한다면 조금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셀프모니터링(Self-monitoring)은 심리학에서 자기점검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상아트는 ‘셀프모니터링 전(展)’에 세 작가의 작품을 내걸면서 관중들에게 자기점검의 시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단순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있는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이번 전시에는 세 명의 작가 이자벨 봉종, 아델리, 강미로 작가가 참여했다. ‘셀프모니터링’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각기 다른 시각으로, 또 다른 결과물로 만들어낸 것이 흥미롭다. 이자벨 봉종 작가는 인물의 표정, 아델리 작가는 빛과 색채, 강미로 작가는 조각으로 공간을 채웠다.
이자벨 봉종은 각기 다른 인물을 그린 세 점의 작품을 이번 전시에 내걸었다. 평소 풍경과 벽화 작업에 특화되어 있는 작가가 초창기 습작인 인물의 표정을 다룬 작품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표정이야 말로 인물과 관객이 대화를 나누는 직접적인 통로라 여겼기 때문이다.
작가와 모델, 작품과 관객, 작가와 관객…작가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 모든 관계의 사이를 고민하게 하는 화두를 던진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소소한 일상,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표정시리즈를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사진=이상아트 제공
색채와 빛(미디어)을 다루는 아델리 작가는 이번 전시에 과감한 시도를 감행했다. 단편적으로 보면 ‘블루’ ‘그레이’ 컬러의 캔버스일 뿐인 작품들에선 묘한 기운이 쏟아져 나온다. 작품은 여러 가지 색을 수백 번 덧칠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블루’와 ‘그레이’ 속에 담긴 작가의 노동과 시간은 가히 짐작하기 어렵다.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첫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결론지어 버리는 습관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또 겉으로 보이는 상대의 모습이 아닌, 그 속에 있는 정체성과 가치관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전시장의 가장 안쪽에는 강미로 작가의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그의 작품은 ‘원뿔’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가 말하는 원뿔의 상징은 상처다. 누군가에 자신이 주었던 상처, 다른 이에게 자신이 받은 상처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의 작품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원뿔은 밑은 둥글고 위는 뾰족하고 날카롭다. 둥근 부분은 상처를 받아내는 방어적인 부분의 수평의 의미를 가진 반면, 앞을 향해 날카로운 기세로 뻗어져 나오는 윗부분은 수직적이고 공격적이다. 결국 작가의 작업에서 원뿔이란 소재는 공격적 혹은 방어적 두 가지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작가는 수직적 구조의 불안감과 긴장감, 수평적 구조의 정서적 이완 두 가지를 병행하며 사람과의 관계에 접목시켜 스스로 셀프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는 제각각 다른 가치관과 다른 삶들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작품은 자신이 받은 상처에만 집중해 스스로가 상대에게 준 날카로운 아픔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성찰할 수 있도록 한다.
전시는 11월 18일까지 서울 서초구 이상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