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제공
천의 얼굴을 가진 도시, 시계 예술의 수도로 불리는 파리는 프랑스의 수도라는 공간적 개념을 넘어서 전 세계 인류에게 자유와 낭만을 뜻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역사에서 혁명의 깃발이 가장 많이 나부낀 도시가 바로 파리다. 그러면서도 사치와 럭셔리 산업의 심장이었으며, 전 세계에서 가난한 망명자의 신분으로 몰려들었던 청년 예술가들이 세계 예술사에 획을 긋는 거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던 아지트가 되기도 한 곳이다. 또 파리는 누구나 평생에 한 번은 가보기를 꿈꾸지만, 막상 도시를 가보고는 자신이 그렸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다양성과 생동감에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는 장소다.
‘매그넘 인 파리’ 전시는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도시 파리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카파, 마크 리부, 엘리엇 어윗 등 20세기 사진의 신화로 불리는 매그넘 포토스의 소속 작가 40명의 약 400여 점(작품 264점, 8개의 영상으로 구성된 122점의 사진)으로 조망한다.
전시는 파리의 연대기로 시작된다. 2차 세계대전 이전 프랑스의 혼란스러웠던 정국과 사회상, 그리고 1944년 프랑스 해방, 그 이후 도시를 재건하고 지금의 파리가 있기까지의 생생한 모습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시에서는 예술가, 작가, 음악가, 영화배우 및 스타들은 물론 평범한 파리지앵의 일상을 만날 수 있다. 파리가 가진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생활, 독특한 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 라데팡스 또는 조지퐁피두 센터와 같은 주요 건물과 기념비들의 모습을 관광엽서처럼 틀에 박힌 모습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그 당시를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기쁨과 자부심 그리고 그들의 자유와 사랑, 투쟁 등이 함께 녹아있다.
사진을 본다는 것은 여러 가지 역사적 시간대를 경험하는 것과 같다. 결국 ‘매그넘 인 파리’는 파리가 겪은 지난 90년간의 변화를 돌아보게 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파리를 사랑하고 찾는 이들에게 좋은 산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한국 전시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진도 있다. 다양한 파리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이번 전시에서는 파리와 교토 전시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파리의 패션 세계를 렌즈로 담은 41여 점의 작품이 추가로 준비되어 있다. 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포착한 파리의 풍경과 인물이 담긴 작품 40여점도 별도로 공개된다. 작품으로 공개되지 못한 122장의 사진으로 구성된 영상도 인상적이다.
전시는 지난달 25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