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극장가에는 수많은 신작들이 쏟아진다. 상업영화의 해일 속 새로운 소재로 틈새시장을 노린 작은 영화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이에 작은 영화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이 영화들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사진=영화 '윤희에게' 스틸
■ ‘윤희에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련한 첫사랑 감성
14일 개봉한 ‘윤희에게’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 분)가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멜로 영화다. 김희애, 김소혜, 성유빈 등 화려한 라인업은 물론,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으로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첫 사랑의 아련함,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애틋한 감성이 ‘윤희에게’의 핵심이다. 윤희와 옛 연인의 서사가 직접적으로 설명되지는 않지만,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느껴지는 그들의 절절한 마음이 애틋한 감성을 배가시킨다. 김희애의 섬세한 연기는 물론, 설원이 펼쳐진 고즈넉한 영화의 배경도 감성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첫 스크린 연기에 도전한 김소혜 또한 안정적인 연기로 활력을 불어넣는다. 아련한 감성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가운데, 김소혜와 성유빈 커플의 젊은 에너지가 지루함을 상쇄시킨다.
■ ‘어쩌다 룸메이트’: 타임 슬립의 기발함과 풋풋한 로코의 완벽 조화
13일 개봉한 ‘어쩌다 룸메이트’는 한 지붕 아래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2018년의 여자 소초와 1999년의 남자 육명의 본격 시공간 초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독특한 상상력이 만드는 흥미는 물론, 동려아와 뇌가음의 티격태격 로맨스 연기가 풋풋한 감성을 만들어낸다.
사진=영화 '어쩌다 룸메이트' '심판' 스틸
1999년의 남자 육명이 문을 열면 과거 세계가 펼쳐지고, 현대 여성 소초가 집을 나서면 2018년 현재가 그들 눈앞에 펼쳐진다. 여느 시간 여행 영화와 마찬가지로, 달라진 세계에 적응하지 못해 당황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유쾌한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낸다. 판타지 영화로 보기에는 설정이 탄탄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지만, 귀여운 주인공들의 알콩달콩 로맨스를 보는 재미만큼은 확실하다.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며 가까워지는 사이, 관객들은 그들의 반전 매력을 경험하며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적역인 작품이다.
■ ‘심판’: 다양한 감정이 담긴 다이앤 크루거의 얼굴
의문의 폭발 테러로 하루아침에 남편과 아들을 잃고 진실을 추적하던 여자가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 내린 치열한 선택을 그린 영화로, 14일 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다. ‘심판’은 ‘제75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으며, 다이앤 크루거가 이 영화로 ‘제70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여자의 절절한 슬픔부터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법정 싸움까지, 볼수록 깊이를 더하는 이야기들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편견, 또 이를 제어할 능력을 잃은 시스템의 허점 등 유의미한 문제들을 고루 담아내며 생각의 폭을 넓히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주인공 카이가(다이앤 크루거 분)가 있다. 깊은 슬픔부터 참을 수 없는 분노, 결국에는 차가운 얼굴로 상황을 응시하는 해탈한 모습까지, 낙폭이 큰 감정을 완벽하게 소화해 몰입도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