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자존심. 큰 덩치 뒤에 상처를 겨우 숨겨보지만 표정 관리가 쉽지만은 않다. 미래에셋그룹이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 위축에 단단히 발목을 잡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투자(PI) 투자 손실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대체투자 개척자로서의 명성에 금이 갈 판이다. (사진=미래에셋증권) ■ '단독 플레이어' 미래에셋의 해외부동산 투자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2705억원)과 당기순이익(1647억원)은 전년대비 4%p, 31%p 감소했다. 수수료 이익과 운용이익이 회복됐음에도 여전히 대체투자 리스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통해 운용되고 있는 해외부동산 투자자산에서 발생한 순손실만 5300억원을 웃돈다. 보유 중인 투자자산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해외법인을 통한 세전이익은 총 8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전체 순이익도 전년(7061억원)대비 반토막 수준인 3378억원에 그쳤다. 해외 부동산에 대한 미래에셋그룹의 접근법은 일반 국내 금융사들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매각 주관사를 통해 모든 딜을 시작한다. 현지 주관사들이 딜 마케팅을 진행하면 입찰에 참여해 매입하고 이를 유동화시켜 기관 투자가들에게 재판매하는, 셀다운(Sell Down)을 주목적으로 한다. 반면 미래에셋은 매각 주관사나 기관 자금 없이도 ‘단독 플레이’를 구사할 수 있다. 일찌감치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데다 자체 펀드부터 그룹 내 막강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빠르고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특히 초기에는 증권의 딜 소싱 능력이 확립되지 않다보니 미래에셋운용이 운용하는 펀드에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이 상당수 있었다.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 있는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미국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7호’와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미국사모부동산투자신탁6-2호’의 1분기 당기순손실은 각각 777억원, 440억원이다. 최근 수년간 각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의사결정한 투자사례도 늘고 있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미래에셋증권이 투자한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와 ‘프랑스 마중가 타워’는 사실상 전액 상각과 1000억원대 자산가치 하락을 맛봤다. 미래에셋생명이 자체 의사결정을 통해 투자한 ‘미국 맨해튼 280파크 애비뉴 메자닌’도 최근 투자원금의 50%의 손실이 확정됐다. 2010년대부터 해외 대체투자의 선구자로서 국내 금융사들의 모범사례로 꼽혀왔던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대해서도 일각에선 회의적인 시선을 내비친다. 7년 투자 수익률이 30% 수준의 손실로 끝나면서 공모펀드 투자자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단적인 예다. 이 같은 실적 악화와 손실 규모를 감안할 때 담당 임원들의 책임론이 불거져도 무리가 아닌 상황. 하지만 미래에셋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며 인고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사진=미래에셋상하이타워) 미래에셋이 처음 해외 부동산 시장에 발을 들인 것은 2006년 중국 상하이의 미래에셋상하이타워를 통해서였다. 당시 투자 금액은 2600억원 규모. 안팎에서는 대규모 자금 투자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박현주 회장 특유의 추진력으로 호텔 인수에 성공했다. 이후 박 회장은 호주 시드니 포시즌즈 호텔과 하와이 페어몬트오키드호텔,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 등을 잇따라 사들이는가 하면 타이틀리스트 등까지 해외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갔다. 특히 2016년 말 대우증권 인수를 계기로 8조원대까지 자본금이 늘어나면서 미래에셋은 막강해진 자금력을 십분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분신술처럼 박 회장과 호흡을 맞춰낸 인물이 바로 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이다. (사진=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 '글로벌 부동산 개척자' 최창훈 부회장 1969년생인 최 부회장은 전라북도 익산의 남성고등학교 출신으로 미국 코넬대학교 대학원에서 부동산금융 석사를 받았다. 2005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에 영입된 그는 2012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합병 이후 지금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부동산 부문을 맡고 있다. 최 부회장이 미래에셋에서 부동산 부문을 총괄한지 올해로 20년째. 사실상 미래에셋그룹의 부동산 투자 모든 영역에 최 부회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최 부회장은 그동안 숱한 성과와 지표들을 만들어 왔다. 2017년 매입한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프라임 오피스 타우누스 안라게8 빌딩을 투자 2년여 만인 2019년 매각을 통해 25%에 달하는 1600억원의 차익을 거뒀고 같은 해 독일 쾰른 시청사 매각을 통해 1700억원의 이익을 얻는 등 미래에셋 실적 개선에 일조해왔다. 호텔의 경우 호주 포시즌스 호텔과 하와이 페어몬트오키드호텔의 지난해 말 자산가치 평가 기준 매입 당시보다 각각 80%, 60% 상승했다. 지난 2016년 9월 해외 부동산을 자산으로 하는 펀드를 공모시장에 가장 먼저 선보인 것도 최 부회장이다.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시티라인 내 오피스 4개동에 대한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상품으로 당시 일주일 여만에 3000억원 규모를 완판했다. 이후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공모펀드 11호’,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공모펀드16호’ 등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개인들에게 해외 부동산 투자 기회를 열어준 선구자로 평가받았다. 그런가 하면 해외 물류센터만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리츠 ‘미래에셋맵스1호리츠’가 코스피에 상장된 것도 최 부회장의 공이다. 그는 당시 “미래에셋그룹의 제1호 리츠를 통해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배당을 희망하는 개인투자자에게도 투자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 부회장에 대한 박 회장의 신뢰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사 3년 만에 상무, 2년 만에 다시 부사장에 오른 건 미래에셋에서도 손꼽히는 초고속 승진입니다. 전문성은 물론 의사결정시 분명한 원칙을 갖고 판단하는 스타일입니다. 특히 부동산에 있어선 그룹에서 박 회장의 방향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어 신임받는 임원이죠.” ■ "책임 묻기보단 더 지우는 것이 합리적" 물론 지난 연말, 그룹 인사를 앞두고 그의 연임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그룹 전반에 미치고 있는 해외 부동산 손실 규모를 고려한 인적 쇄신 가능성이었다. 최 부회장이 책임 운용을 맡았던 다수의 펀드가 손실을 입으면서 일각에선 운용역으로서 그의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최 부회장을 중용하며 현 체제를 유지했다. 안팎에선 그룹의 대체투자 포트폴리오 전체를 누구보다 정확히 읽고 있는 최 부회장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책임을 더 지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한 대형 증권사 해외부동산 담당 임원은 “해외 부동산의 경우 주식, 채권과 또 다른 특성을 가진 자산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글로벌 시장에서 그룹 투자를 이끌어 온 최 부회장이 갖는 메리트가 분명 있다”며 “개인의 판단 오류라기보단 시장 상황에 따른 여파라는 점도 감안됐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룹 내부에선 이를 두고 최 부회장에 대한 박 회장의 신뢰라고 해석한다. “미래에셋 전체가 대규모로 연관돼 있는 만큼 최 부회장이 느끼는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회장님도 오랜 시간 최 부회장을 봐왔기에 가장 잘 알고 계시죠. 특히 글로벌 대체투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영역인 만큼 최 부회장이 현 상황을 잘 관리하고 이상적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카드라고 판단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미래에셋 한 관계자의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해외 부동산 흐름을 감안할 때 ‘자산가치 하락’, ‘역성장’ 등 미래에셋 앞에 붙는 뼈아픈 수식어들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성수동K-프로젝트(PROJECT)’ 등 국내 시장에서부터 다시 안정적 성과를 쌓아올리고 있는 최 부회장. 그는 과연 글로벌 곳곳에서 울리고 있는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의 경고음을 잠재우고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미래에셋증권의 실적 반등부터 지켜볼 일이다. [뷰파인더] 코너는 국내 금융회사의 이슈와 전략을 조금 더 실감나게 보여주는 콘텐츠입니다. 현재의 기업 전략을 이해하려면 기업의 발자취, 그간의 경영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기업 CEO와 대주주에 대한 평가도 있어야겠죠. 이를 통해 기업의 성장성과 미래를 입체적으로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최창훈 미래에셋운용 부회장의 생존 이유 [뷰파인더]

'네트워크에 자금력'...글로벌 시장 '단독 플레이어' 미래에셋
증권·생명 등 계열사별 독자 투자 사례 늘어
최창훈, 글로벌 대체투자 확장 개척자 메리트 높아

박민선 기자 승인 2024.05.21 15:00 | 최종 수정 2024.05.22 14:01 의견 0

구겨진 자존심. 큰 덩치 뒤에 상처를 겨우 숨겨보지만 표정 관리가 쉽지만은 않다.

미래에셋그룹이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 위축에 단단히 발목을 잡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투자(PI) 투자 손실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대체투자 개척자로서의 명성에 금이 갈 판이다.

(사진=미래에셋증권)


■ '단독 플레이어' 미래에셋의 해외부동산 투자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2705억원)과 당기순이익(1647억원)은 전년대비 4%p, 31%p 감소했다. 수수료 이익과 운용이익이 회복됐음에도 여전히 대체투자 리스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통해 운용되고 있는 해외부동산 투자자산에서 발생한 순손실만 5300억원을 웃돈다. 보유 중인 투자자산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해외법인을 통한 세전이익은 총 8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전체 순이익도 전년(7061억원)대비 반토막 수준인 3378억원에 그쳤다.

해외 부동산에 대한 미래에셋그룹의 접근법은 일반 국내 금융사들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매각 주관사를 통해 모든 딜을 시작한다. 현지 주관사들이 딜 마케팅을 진행하면 입찰에 참여해 매입하고 이를 유동화시켜 기관 투자가들에게 재판매하는, 셀다운(Sell Down)을 주목적으로 한다.

반면 미래에셋은 매각 주관사나 기관 자금 없이도 ‘단독 플레이’를 구사할 수 있다. 일찌감치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데다 자체 펀드부터 그룹 내 막강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빠르고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특히 초기에는 증권의 딜 소싱 능력이 확립되지 않다보니 미래에셋운용이 운용하는 펀드에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이 상당수 있었다.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 있는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미국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7호’와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미국사모부동산투자신탁6-2호’의 1분기 당기순손실은 각각 777억원, 440억원이다.

최근 수년간 각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의사결정한 투자사례도 늘고 있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미래에셋증권이 투자한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와 ‘프랑스 마중가 타워’는 사실상 전액 상각과 1000억원대 자산가치 하락을 맛봤다. 미래에셋생명이 자체 의사결정을 통해 투자한 ‘미국 맨해튼 280파크 애비뉴 메자닌’도 최근 투자원금의 50%의 손실이 확정됐다.

2010년대부터 해외 대체투자의 선구자로서 국내 금융사들의 모범사례로 꼽혀왔던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대해서도 일각에선 회의적인 시선을 내비친다. 7년 투자 수익률이 30% 수준의 손실로 끝나면서 공모펀드 투자자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단적인 예다.

이 같은 실적 악화와 손실 규모를 감안할 때 담당 임원들의 책임론이 불거져도 무리가 아닌 상황. 하지만 미래에셋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며 인고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사진=미래에셋상하이타워)


미래에셋이 처음 해외 부동산 시장에 발을 들인 것은 2006년 중국 상하이의 미래에셋상하이타워를 통해서였다. 당시 투자 금액은 2600억원 규모. 안팎에서는 대규모 자금 투자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박현주 회장 특유의 추진력으로 호텔 인수에 성공했다.

이후 박 회장은 호주 시드니 포시즌즈 호텔과 하와이 페어몬트오키드호텔,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 등을 잇따라 사들이는가 하면 타이틀리스트 등까지 해외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갔다.

특히 2016년 말 대우증권 인수를 계기로 8조원대까지 자본금이 늘어나면서 미래에셋은 막강해진 자금력을 십분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분신술처럼 박 회장과 호흡을 맞춰낸 인물이 바로 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이다.

(사진=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 '글로벌 부동산 개척자' 최창훈 부회장

1969년생인 최 부회장은 전라북도 익산의 남성고등학교 출신으로 미국 코넬대학교 대학원에서 부동산금융 석사를 받았다. 2005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에 영입된 그는 2012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합병 이후 지금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부동산 부문을 맡고 있다.

최 부회장이 미래에셋에서 부동산 부문을 총괄한지 올해로 20년째. 사실상 미래에셋그룹의 부동산 투자 모든 영역에 최 부회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최 부회장은 그동안 숱한 성과와 지표들을 만들어 왔다. 2017년 매입한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프라임 오피스 타우누스 안라게8 빌딩을 투자 2년여 만인 2019년 매각을 통해 25%에 달하는 1600억원의 차익을 거뒀고 같은 해 독일 쾰른 시청사 매각을 통해 1700억원의 이익을 얻는 등 미래에셋 실적 개선에 일조해왔다.

호텔의 경우 호주 포시즌스 호텔과 하와이 페어몬트오키드호텔의 지난해 말 자산가치 평가 기준 매입 당시보다 각각 80%, 60% 상승했다.

지난 2016년 9월 해외 부동산을 자산으로 하는 펀드를 공모시장에 가장 먼저 선보인 것도 최 부회장이다.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시티라인 내 오피스 4개동에 대한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상품으로 당시 일주일 여만에 3000억원 규모를 완판했다. 이후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공모펀드 11호’,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공모펀드16호’ 등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개인들에게 해외 부동산 투자 기회를 열어준 선구자로 평가받았다.

그런가 하면 해외 물류센터만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리츠 ‘미래에셋맵스1호리츠’가 코스피에 상장된 것도 최 부회장의 공이다. 그는 당시 “미래에셋그룹의 제1호 리츠를 통해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배당을 희망하는 개인투자자에게도 투자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 부회장에 대한 박 회장의 신뢰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사 3년 만에 상무, 2년 만에 다시 부사장에 오른 건 미래에셋에서도 손꼽히는 초고속 승진입니다. 전문성은 물론 의사결정시 분명한 원칙을 갖고 판단하는 스타일입니다. 특히 부동산에 있어선 그룹에서 박 회장의 방향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어 신임받는 임원이죠.”

■ "책임 묻기보단 더 지우는 것이 합리적"

물론 지난 연말, 그룹 인사를 앞두고 그의 연임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그룹 전반에 미치고 있는 해외 부동산 손실 규모를 고려한 인적 쇄신 가능성이었다. 최 부회장이 책임 운용을 맡았던 다수의 펀드가 손실을 입으면서 일각에선 운용역으로서 그의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최 부회장을 중용하며 현 체제를 유지했다. 안팎에선 그룹의 대체투자 포트폴리오 전체를 누구보다 정확히 읽고 있는 최 부회장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책임을 더 지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한 대형 증권사 해외부동산 담당 임원은 “해외 부동산의 경우 주식, 채권과 또 다른 특성을 가진 자산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글로벌 시장에서 그룹 투자를 이끌어 온 최 부회장이 갖는 메리트가 분명 있다”며 “개인의 판단 오류라기보단 시장 상황에 따른 여파라는 점도 감안됐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룹 내부에선 이를 두고 최 부회장에 대한 박 회장의 신뢰라고 해석한다.

“미래에셋 전체가 대규모로 연관돼 있는 만큼 최 부회장이 느끼는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회장님도 오랜 시간 최 부회장을 봐왔기에 가장 잘 알고 계시죠. 특히 글로벌 대체투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영역인 만큼 최 부회장이 현 상황을 잘 관리하고 이상적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카드라고 판단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미래에셋 한 관계자의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해외 부동산 흐름을 감안할 때 ‘자산가치 하락’, ‘역성장’ 등 미래에셋 앞에 붙는 뼈아픈 수식어들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성수동K-프로젝트(PROJECT)’ 등 국내 시장에서부터 다시 안정적 성과를 쌓아올리고 있는 최 부회장. 그는 과연 글로벌 곳곳에서 울리고 있는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의 경고음을 잠재우고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미래에셋증권의 실적 반등부터 지켜볼 일이다.

[뷰파인더] 코너는 국내 금융회사의 이슈와 전략을 조금 더 실감나게 보여주는 콘텐츠입니다. 현재의 기업 전략을 이해하려면 기업의 발자취, 그간의 경영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기업 CEO와 대주주에 대한 평가도 있어야겠죠. 이를 통해 기업의 성장성과 미래를 입체적으로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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