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해 현장별 사업성 평가를 압박 중인 가운데 대형 금융회사들이 자회사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잇따라 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다. 다만 만기 연장으로 감춰져 있던 PF 부실이 현실화하는 국면에서 든든한 모회사를 둔 곳들은 긴급 수혈이 이뤄지는 반면 만기연장으로 근근이 버텨온 상당수 2금융권은 이번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은 부동산 PF 사업장별 사업성 평가를 실시한 후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한 사후관리 계획을 7월 말까지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특히 이번 달에는 연체 또는 만기 연장이 잦은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가 진행된다. 이는 전체 사업장의 약 20~25% 규모인데, 저축은행과 여신전문사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지난해 말 2.70%에서 올해 3월 말 3.55%로 0.85%포인트 악화됐다. 저축은행은 3개월 새 6.96%에서 11.26%로 2배 가까이 뛰었고, 여전업권도 4.65%에서 5.27%로 0.62%포인트 늘었다. 두 업권의 3월 말 PF 대출 잔액은 33조80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경기회복을 기다리며 만기 연장으로 대응해 온 사업장들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는 상황이다. 이에 IBK기업은행은 최근 자회사인 IBK저축은행에 후순위예금 1000억원을 납입했다. IBK저축은행은 부동산 대출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운영해 오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부동산 PF에서 추가 손실이 발생하면서 BIS자기자본비율이 1분기 10.4%까지 떨어졌다.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 수치(11%)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다. 모회사인 기업은행의 긴급 자금 수혈로 급한 불은 껐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지분 100%를 가진 우리금융저축은행의 1000억원 유상증자를 최근 단행했다.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지속되자 선제적으로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2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PF로 상당한 이익을 거둔 메리츠금융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나섰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7일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의 2000억원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메리츠캐피탈은 공격적인 브릿지론 등 부동산 PF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 여파로 최근 빠르게 자산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 2022년말 1.7%였던 연체율이 올해 3월말에는 9.7%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요주의이하 자산 비율도 4.0%에서 14.0%로 치솟았다. 메리츠캐피탈은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추진 중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가 인하되며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만기연장으로 버텨왔던 사업장들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든든한 모회사가 없는 대다수 2금융권 회사들은 고비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금융감독원

‘PF부실 현실화’...기업·우리·메리츠 자회사 '긴급 수혈'

금융사, PF 사업성 평가 결과 7월말까지 보고
저축은행 PF 연체율, 3개월만에 2배 증가
"일부 든든한 모회사 자금지원 부러워"...2금융권 '비상'

최중혁 기자 승인 2024.06.12 11:13 의견 0

금융당국이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해 현장별 사업성 평가를 압박 중인 가운데 대형 금융회사들이 자회사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잇따라 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다.

다만 만기 연장으로 감춰져 있던 PF 부실이 현실화하는 국면에서 든든한 모회사를 둔 곳들은 긴급 수혈이 이뤄지는 반면 만기연장으로 근근이 버텨온 상당수 2금융권은 이번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은 부동산 PF 사업장별 사업성 평가를 실시한 후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한 사후관리 계획을 7월 말까지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특히 이번 달에는 연체 또는 만기 연장이 잦은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가 진행된다. 이는 전체 사업장의 약 20~25% 규모인데, 저축은행과 여신전문사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지난해 말 2.70%에서 올해 3월 말 3.55%로 0.85%포인트 악화됐다. 저축은행은 3개월 새 6.96%에서 11.26%로 2배 가까이 뛰었고, 여전업권도 4.65%에서 5.27%로 0.62%포인트 늘었다. 두 업권의 3월 말 PF 대출 잔액은 33조80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경기회복을 기다리며 만기 연장으로 대응해 온 사업장들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는 상황이다.

이에 IBK기업은행은 최근 자회사인 IBK저축은행에 후순위예금 1000억원을 납입했다. IBK저축은행은 부동산 대출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운영해 오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부동산 PF에서 추가 손실이 발생하면서 BIS자기자본비율이 1분기 10.4%까지 떨어졌다.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 수치(11%)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다. 모회사인 기업은행의 긴급 자금 수혈로 급한 불은 껐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지분 100%를 가진 우리금융저축은행의 1000억원 유상증자를 최근 단행했다.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지속되자 선제적으로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2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PF로 상당한 이익을 거둔 메리츠금융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나섰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7일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의 2000억원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메리츠캐피탈은 공격적인 브릿지론 등 부동산 PF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 여파로 최근 빠르게 자산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 2022년말 1.7%였던 연체율이 올해 3월말에는 9.7%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요주의이하 자산 비율도 4.0%에서 14.0%로 치솟았다. 메리츠캐피탈은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추진 중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가 인하되며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만기연장으로 버텨왔던 사업장들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든든한 모회사가 없는 대다수 2금융권 회사들은 고비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