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재건축 공사 현장 모습. (자료=연합뉴스)
건설업계 안팎에서 우려한 '4월 위기설'은 수그러들었으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태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모양새다. 자금 조달 어려움과 공사비의 가파른 상승으로 건설사의 수주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후퇴하는 등 건설업계에 드리운 그늘이 짙어졌다.
2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0% 감소한 3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민간수주 실적과 공공수주가 각각 전년 대비 36.2%, 5.9% 감소한 영향이다.
공공수주는 올해 1분기 기준 최근 4년 중 가장 낮은 금액인 12조원을 기록했다. 민간수주는 모든 공종에서 부진하며 최근 9년 중 가장 낮은 실적인 22조2000억원에 그쳤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축수주 침체가 두드러지는데 부동산 PF 문제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분쟁이 증가한 문제 등으로 최근 수주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수도권에서는 GTX 공사 등 토목 공사가 늘면서 수주액이 늘었으나 지방은 미분양 문제로 건축 수주가 좋지 않고 토목 수주 또한 부진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수주가 모두 바닥을 보이면서 향후 건설업계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건설업계의 연간 수주액은 190조원으로 전년 대비 17.4%가 줄었으나 올해도 반등없이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수주 감소는 인허가 및 착공 물량 하락으로 이어지고 건설사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당장 올해 1분기 주택 인허가 물량은 7만4558호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2.8% 줄었다. 착공물량도 4만5359호로 전년 대비 20.6% 쪼그라들었다.
이에 건설사의 외형성장에 제동이 걸린 형국이다. 대형건설사인 대우건설과 GS건설도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12.6% 감소했다. 중견건설사인 금호건설의 매출도 전년 대비 4.3% 감소했으며, 신세계건설은 1749억원으로 전년 대비 47.7% 급감했다.
공사비 상승으로 수익성도 나빠졌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위 30개 건설사 중 올해 1분기 실적 공시가 이뤄진 21개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수익성이 개선된 건설사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태영건설 ▲계룡건설산업 ▲KCC건설 ▲한신공영 ▲HL D&I 등 9개사에 그쳤다.
건설업계의 실적 반등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예상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5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지난달 대비 2.0포인트(p) 하락한 74.1로 전망됐다. 비수도권에서의 미분양 주택 증가세와 PF 사태에 따른 사업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특히 지난 3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1만2194가구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했을 때 40% 가량 늘어나는 등 공급부담이 여전하다.
더불어 PF보증 및 책임준공에 대한 부담이 전년 대비 늘었다는 점도 건설사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유안타증권에서 최근 공개한 '건설·증권·캐피탈부동산 PF와 유동성 점검' 리포트에서는 "사업성이 훼손된 브릿지론 중심으로 PF보증 현실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건설사 재무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예정"이라며 "책임준공 관련 신용공여 이슈도 비주택 사업 위주로 현실화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공급부담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충분치 않은 수요(지방)와 위축된 수요(수도권 등)의 회복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면서 "건설사들은 분양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당분간 높은 원가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수익성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워낙 가파르게 올라 수주를 최대한 더 보수적으로 하려고 하는 분위기"라며 "전체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다면 분명 나아지겠지만 마땅한 수요 진작 요인이 눈에 띄지는 않아 최소한 올해까지는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