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사진=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통크게 질렀다.
현대카드 노사 양측이 2024년 연봉 협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카드 사측은 ▲사원~대리 9% ▲과장 7% ▲차장~부장 5% 인상하는 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주요 카드사들이 연체율 상승과 조달금리 부담 등을 이유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와중에 파격적인 인상이다.
10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12월 대표 상견례를 시작으로 노사 간 15차 교섭 끝에 2024년 임금 인상안의 잠정 협의를 도출했다. 현대카드 노조 측은 "15일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사측에서는 경쟁사 임금수준을 고려, 2024년 임금 인상안을 두고 ▲시니어 2% ▲매니저 4% ▲어쏘 6% 인상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 측의 완강한 반대에 15차례 교섭을 이어가는 등 사측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결국 노조 측 요구안을 수용해 기존 제시안에서 인상률을 3%씩 추가한 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 직원의 경우 7% 인상안이 제시됐다.
사측이 추가로 제시한 안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시니어(부장급)의 경우 1%당 175만원의 임금이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 5% 임금 인상을 적용할 경우, 연봉이 875만원 인상된다.
노조 측은 사측이 제시한 최종안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현대카드 노조 측은 공지를 통해 "회사도 큰 결심을 한 의미가 내포된 숫자"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는 15일 2024년 임금협약 찬반 투표가 완료되고, 합의안이 체결될 경우 오는 25일부터 직원들은 인상된 임금을 받게 된다.
이번 결정을 두고 현대카드의 파격적인 임금 인상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노측이 카드사 가운데는 유일하게 지난해 265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직원들의 노고에 대한 보상을 강하게 요구한 것이 주효했다. 이와함께 인력 이탈이 오히려 큰 폭의 임금인상을 이끈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1분기 해고 및 명예퇴직비용으로 115억 3200만원을 지출했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측은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인력구조 개선 목적으로 시행한 것이란 입장이다.
해고 및 명예퇴직 인력이 늘면서 1인당 생산성이 증가한 것도 인상 원인 중 하나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카드사 7곳(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평균 6억1600만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생산성이 5억2300만원이었던 전년도에 비하면 17.78% 올랐다. 역으로 보면 1인당 업무량이 가중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오너가 존재하는 등 경쟁적인 조직문화도 큰 폭의 임금 인상을 가능케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MZ 직원들의 이탈률이 가속화되면서 지속적인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에도 현대카드는 장기 협상 끝에 평균 7.5%에 이르는 임금 인상에 합의한 바 있다.
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조직 문화는 다른 카드사에 비해 개인 경쟁이 치열해 MZ세대들이 선호하는 환경은 아닌 편"이라며 "몸값이 비싼 직원들은 희망퇴직을 하지 않고 버티고, 젊은 직원에게는 일이 몰리다 보니 큰 폭의 임금 인상이라는 당근책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이번 파격 인상안이 동종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이미 현대차 계열 금융회사들 재무쪽에선 분위기를 살피며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