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이 '불장'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정부는 2주째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주택가격전망지수가 3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고, 갭투자 비중은 40%에 육박하는 상황. 정치권에서는 “불타는 서울에 소방수가 없다”며 대책 마련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타이밍만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지난 6월 4주차(6월 23일 기준) 한국부동산원 주간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3% 상승해 상승폭이 더 커졌다. 성동구(0.99%), 마포구(0.98%)는 주간 기준으로는 각각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전체는 0.16% 오르며 상승폭이 확대됐고, 전국은 0.06% 올랐다. 반면 하락 지역수는 오히려 늘어나 상승세가 일부 지역에 집중된 비정상적 과열 양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열린 새정부의 첫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 “신중해야 한다”는 정부...침묵의 이유는?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현재 서울 집값 과열에 대응할 종합 대책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대책 발표 시점을 놓고 고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국토부는 “가용 정책 수단을 총망라해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별다른 발표는 없다.
국정기획위원회 이춘석 경제2분과 위원장은 “부동산은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단편적인 조치로는 대응하지 않겠다”며 “신도시 등 과거식 대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도시 개발을 통한 공급 확장도 현 정부 기조에서는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 다음달 초 대책 나올까...핵심은 규제지역 확대·대출 규제 강화
정부는 다음 달 초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서울 내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확대를 확정할 방침이다. 마포, 성동, 강동 등 한강벨트 지역이 1차 대상이다. 풍선효과 차단을 위해 서울 전역과 과천, 분당 등까지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도 병행된다.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과 함께 15억원 초과 고가주택 대출 제한 부활, 전세자금대출에 DSR 적용 확대 등 고강도 금융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40~50년짜리 주택담보대출 만기 단축과 다주택자 대출 자제를 요구한 상태다.
■ 공급도 세제도 막혔다...정책 수단은 제한적
공급 확대를 위한 신규 택지 개발은 국정기획위의 반대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존 발표된 3기 신도시와 공공재개발 계획 재추진 외에 새롭게 제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
세금 정책도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는 기조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다. 현재는 양도세 중과 유예가 내년 5월까지 한시 적용 중인데, 연장 여부를 놓고 정부 내부에서도 신중한 분위기다.
만약 유예 종료를 예고하거나 연장 없이 종료될 경우에는 일시적 매물 출회로 단기적 공급 확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부자감세 논란’이 예상돼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세제 카드 사용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정치권 압박 고조...“불타는 서울, 소방수 안 보인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침묵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이 불타고 있는데 정부는 아무런 계획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는 집값 난민을 양산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7월이 되면 서울 불장이 경기도로 번질 수 있다”며 신속한 대책을 촉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고 거래량도 급증하고 있다”며 “갭투자 비율이 40%에 달할 정도로 가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대출 규제 정상화와 공급 계획 점검에 즉시 나서야 한다”며 “공공 재개발과 3기 신도시 추진을 다시 속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도 보면, 성동구(0.99%)와 마포구(0.98%)는 각각 역대 최고 수준의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강남구(0.84%), 송파구(0.88%)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조짐이 보인다. 수도권 전체는 0.16% 상승, 인천(0.01%)과 경기도(0.05%)도 소폭이지만 오름세를 이어갔다.
■ 타이밍 잡을 수 있을까...정부 첫 선택 시험대
지금은 시장의 기대감이 정점을 찍은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43% 올라 6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문재인 정부보다도 조건이 열악하다며 정부가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되레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와 학군지 등 선호지역 위주로 매수세가 집중되며 서울 집값이 단기간 급등하는 양상”이라며 “하반기 시장 흐름은 7월 이후 강화되는 대출 규제의 효과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정교한 대응이 없을 경우 서울 전역의 상승세가 더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가 내달 초 제시할 첫 번째 카드는 단기 규제냐, 장기 공급 메시지냐의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